가정폭력예방
‘가정폭력예방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대담회가 24일 100주년 기념관 신관 크로스로드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한선이 목사, 박은미 교수 ©전민수 기자

한국기독교가정생활협회(회장 임규일 목사)가 24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가정폭력 예방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대담회를 가졌다. 한선이 목사(가정생활협회 부회계, 이들상담센터)가 사회를 맡았고, 박은미 교수(서울장신대 사회복지학과)가 패널로 참여했다.

먼저 한 목사가 ‘가정폭력의 정의’에 관해 묻자, 박은미 교수는 “간단하게 가정에서 발생하는 폭력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복잡한 개념이 있다. 크게 3가지로 배우자 간의 폭력, 자신의 부모에 대해 하는 폭력이 있다. 또, 자녀에게 행하는 폭력이 있다”며 “우리나라 가정폭력 법에서는 신체적 학대 정서적, 성적, 경제적 학대, 방임이나 통제도 가정폭력의 유형으로 포함된다. 아마도 가정폭력에 대해 기사나 뉴스를 통해 흔히 보는 남편이 부인에게 폭력을 저질러 사망하게 하거나 상해를 입힐 걸 생각하는데 이건 아주 극단적인 형태의 신체적인 폭력”이라고 했다.

이어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가정폭력은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에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반인들도 가정폭력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피해자로서는 딱 한 번 발생한 가정폭력으로 사망할 수 있고, 트라우마를 입을 수 있다”며 “법으로 처벌받는 부분은 굉장히 협소하다. 그러나 가정폭력은 스펙트럼이 넓다. 법적인 처벌도 구속을 당하는 수준이 있고 가해자에 관련해서 접근금지 명령, 교육 명령, 치료 명령 등이 있다. 가정폭력의 수위에 따라 스펙트럼이 넓다”고 했다.

박 교수는 ‘가정폭력이 일어나는 이유’라는 질문에 대해 “가장폭력의 가장 기저에 깔린 생각을 더듬어 보면 힘의 문제이다. 힘을 많이 가진 사람이 적게 가진 사람을 통제하고 강요하기 위해 물리적, 정서적, 성적, 경제적 힘으로 좌우하는 걸 가정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며 “또 다른, 가정폭력의 기저에는 공격성. 분노조절 장애가 있다. 실제 현장에서의 경험으로 볼 때 제일 중요한 원인은 폭력적인 가정에서 양육되는 것이다. 가정폭력이 있는 가정에서 자라며 부모로부터 폭력이 학습된다”고 했다.

이어, “또 하나는 문화적인 영향이 있다. 우리 사회가 인권에 대한 인식이나 폭력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가정폭력에 대한 정의가 강화된 부분이 있다. 사회가 폭력을 용인하는 정도에 영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며 ”분노 조절 장애로 인한 가정폭력이 위험한 건 타인에 대해 분노 조절을 못 하고 나타내면 형사처벌을 받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데, 가정에서는 빌미를 가지고 이유를 붙여 폭력을 행하게 된다”고 했다.

박 교수는 가정폭력에 대해 제도적으로 보완하거나 개선할 부분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제일 심각한 인식은 가정폭력은 피해자가 원인제공을 했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하다. 우리 사회에서도 체형이 없어진 지 오래됐다. 체형이 없어진 이유는 어떤 잘못을 했더라도 국가라도 그 인격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잘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인데 가족원이기 때문에 그 잘못된 행동을 고쳐주기 위해 가족에게 체벌한다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다. 실제로는 폭력을 행할 것이고 어떠한 이유든지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아동 폭력과 체벌의 차이에 대해 박 교수는 “아동은 가정폭력에서 가장 취약한 상황에 있다. 매년 차이 없이 아동학대의 70% 이상이 친부모에게서 일어난다. 극단적인 상황에는 최근 여행 가방에서 사망한 사례, 또 칠곡 계모 사례가 있었다.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보도됐기 때문에 계모, 계부에 의해 아동학대가 발생한다고 보시는데, 통계적으로 보면 아동학대의 70%가 친부모에게서 발생한다”며 “아동학대에 대해 상담하거나 상황을 파악해보면 거의 99%로 우리 아이가 잘못했기 때문에 훈육했다고 말한다. 제가 직접 관여했던 사례 중에 아이를 세탁기에 넣고 돌린 경우가 있다. 또 아이에게 비누를 입에 물린 학대가 있다. 이런 사례들 모두 놀랍게도 부모님 스스로는 당당하게 큰 소리로 아이가 잘못했기 때문에 바로잡기 위해 했다고 말한다”고 했다.

이어 “훈육의 차원에서 어떤 처벌도 허용돼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이런 극단적인 학대를 한 경우에도 자신의 행위를 훈육이라고 믿고 있는 게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론적, 경험적으로 어떤 종류의 체벌을 한다 해도 아이에게 전달 되는 건 힘 있는 사람은 폭력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행동을 하는게 옳은지 옳지 않은지 생각할 수 있게 반성의 기회를 주는 비폭력적인 훈육방법이 많다. 단지 그런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쉽게 부모에게 배운 폭력적인 훈육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크리스천 가정의 가정폭력에 대해 “통계적으로 보면 안타깝게도 가정폭력은 종교에 관련 없이 전체 가정에서 30% 정도 발생한다. 더 안타까운 건 크리스천 가정에서 더 강력한 학대가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는 점이다. 몇 군데 성경말씀을 잘못 인용하고 폭력을 행하는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한국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박 교수는 “피해자를 향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자는 구호에서 멈추면 안 된다. 각각의 지체마다 실천해야 한다. 먼저는 크리스천은 좋은 이웃이 되어 살펴보고 정서적으로 지지를 해줘야 한다. 교회 차원에서는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예방교육을 최일선에서 작동할 수 있다. 다양한 서비스나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상담서비스나 목사님들이 폭력과 관련되어서 잘못 이해할 수 있는 말씀 구절(에베소서, 잠언)에 대해 설교할 때 분명한 지침을 줄 수 있는 설명을 해줘야 한다. 그리고 목사님들이 심방을 할 때 가정폭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목사님 개별이 하기 어려우니 교단, 교계 차원에서 가정폭력에 대해 메뉴얼이나 지침을 제공해 주고 목사님들이 이런 내용을 알 수 있도록 목회자, 직분을 가진 분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마련해도 좋다. 원론적으로는 신학자나 가정폭력에 대한 전문가들이 신학 이론적인 기반을 구체화하고 교육할 수 있게 하면 좋을 거 같다”며 “성경 말씀 잠언을 살펴보면 채찍으로 훈육해도 죽지 않을 거라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 미국에서 채찍으로 학대해서 죽은 경우가 있다. 이런 학대는 성경의 하나의 구절에 대한 오해로 인해 발생한다. 이런 혼동을 줄 수 있는 구절에 대한 성서적 이해, 어떻게 설교해야 하는지 가이드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경에는 그 말씀만 있는 게 아니고 자녀교육과 관련한, 부부에 대해서도 여러 성경 구절이 있다. 신학자들은 가정에 관련한 성경 구절의 이론적인 근거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답했다.

박 교수는 마지막으로 “가정폭력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주위에서 흔하게 발생하고, 내가 가정폭력을 하는 게 아닌가 점검하면 좋겠고, 교회 지체마다 가정폭력 관련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나 역할을 찾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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