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구약학회
©한국구약학회 홈페이지 캡쳐

한국구약학회(회장 배정훈)가 최근 ‘구약성서와 젠더’라는 주제로 제113차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두 명의 주제발표자 모두 구약성경을 남녀의 이분법적 시각으로만 봐선 안 된다는 취지로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창세기 1~3장을 퀴어링하기’?

먼저 유연희 박사(감신대)가 ‘창세기 1~3장을 퀴어링하기’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유 박사에 따르면 ‘퀴어링’은 “퀴어라는 말의 동사형이고 퀴어하게 만드는 것, 즉 ‘퀴어적 해석’의 줄임말”이다. 즉 창세기 1~3장을 ‘퀴어적’으로 해석하겠다는 것이다.

유 박사는 “최근 창세기 1~3장은 창세기 19장, 레위기(18:22; 20:13), 로마서(1:26~27)와 같은 본문에 이어 동성애를 공격하는 사람들에 의해 증거본문으로 쓰인다”며 “창세기 1~3장은 하나님이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만들었다는 이분법(dichotomy)과 남자는 남자로 태어나고 여자는 여자로 태어난다는 본질주의(essentialism)와 더불어 남녀의 결혼과 출산이 ‘창조의 원리’라고 주장하는 데 쓰인다”고 했다.

이어 “창세기 1~3장에서 이성애 남자와 여자의 창조, 결혼과 출산의 제정, 불순종으로 인한 남녀의 벌과 같은 요소를 보는 것도 타당할 수 있지만, 규범으로 여기기에는 성서 본문이 그리 단순하지 않고 모호하며 다양한 요소와 주제가 있어서 해석에 열려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글의 목적은 창세기 1~3장을 이성애 규범성, 남녀 이분법 교리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읽는 것”이라며 “먼저 이미 그렇게 읽은 고대 랍비들과 초기 교부들의 해석, 페미니스트 해석과 퀴어 해석을 소개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본문에서 새로이 퀴어링할 수 있는 여지를 찾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본문이 섹슈얼리티, 성관계, 결혼, 출산과 같은 주제에 대해 그리 이성애 규범적이지 않다는 것을 관찰하고, 고정된 해석을 유동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구약성서 속의 젠더 해체하기’?

두 번째 주제발표자였던 이영미 박사(한신대)의 논문 제목은 ‘구약성서 속의 젠더 해체하기(퀴어링)’였다. 이 박사는 “이 강연은 여성신학의 출발점이 되었던 여성의 경험이 이성애적 이분법적 젠더 이해에 기반을 두었던 한계를 인정하면서, 구약성서 속에 나타난 젠더의 다양성을 드러내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성서 속 인물의 젠더정체성을 해체함으로써 성 본질주의적 젠더 이해를 비판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인간의 젠더를 양성으로 고정시키지 않고 스펙트럼으로 파악할 때, 여성과 남성 뿐 아니라 간성과 트랜스젠더 등 젠더를 이분법적으로 확정지을 수 없는 젠더의 존재가 드러나게 된다”며 “따라서 젠더정체성은 성 본질주의가 아닌 그 수행성에 따라 탄력적이고 유동적으로 구성된다는 구성주의의 관점에서의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남성과 여성의 양성은 창조질서’라는 주장과 달리 구약성서의 창조 이야기는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적 성별정체성의 범위에서 벗어난, 낯선 젠더를 소개하고 있다”며 “하나님께서 창조한 첫 인간은 남자(이쒸)와 여자(이쌰)라는 사회적 성별 규정에 따라 구분되기 전, 남성(자카르)과 여성(네케바)의 이분법적 성 범주에 속하지 않는 안드로진적(androgynous) 존재(창 2:7)”라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또 “최근에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한국교회가 동성애 반대운동을 전면화시키면서 가부장적 이분화된 젠더 개념을 본질적인 창조질서로 주장한다”며 “(그러나) 구약성서는 외적으로 규정된 성정체성에 의해 성역할과 주체성이 한정되지 않고 상황에 따라서 역할과 정체성이 유동적으로 다양하게 표출하고 있다”고 했다.

이 박사는 “그러므로 다양한 젠더정체성을 지닌 인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이들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데 성서를 사용하는 일은 멈추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구약학회 대표하는 유일한 입장 아냐”

한국구약학회 회장 배정훈 박사(장신대 구약학)는 이날 인사말에서 “교회는 신학을 요구하고, 다시 신학은 교회를 이끈다. 한국사회에서 젠더에 대한 신학적인 방향이 필요한 시점에 오늘 발표자들은 성경에 근거한 자신들의 신학을 제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러나 이것은 한국구약학회를 대표하는 유일한 입장이 아니고 계속적인 검증이 필요한 실험적인 것”이라며 “논찬자들은 다시 이 견해의 문제점들을 제시하면서 균형을 취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차별금지법안 감안해 공정하게 했어야”
“민감한 때, 자칫 교회에 큰 혼란 줄 수도”

그러나 학술대회의 성격을 규정한다고도 볼 수 있는 두 번의 주제발표가 모두 ‘퀴어’라는 급진적 신학 관점에 기초해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퀴어신학의 도전과 정통개혁신학’이라는 책을 펴낸 김영한 박사(숭실대 명예교수, 기독교학술원장)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공정하게 학회를 진행했어야 했다”고 했다.

그는 “주제발표자 한 명이 급진적 이론을 제시했다면 다른 한 명은 거기에 반대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두 명 모두 퀴어적 관점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이는 정경과 정통 기독교를 해체시키는 매우 파괴적 입장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한국구약학회 부회장을 역임한 최종진 박사(전 서울신대 총장)도 “학문의 영역이 교회를 향할 때는 방향을 제시해야 의미가 있다. 성경을 단지 고대문헌 중 하나로 취급하는 등 종교사학파, 역시비평, 문서설 등이 급진적으로 흐르면서 교회가 쇠퇴했던 역사적 사실에 비춰볼 때, 이번 한국구약학회 학술대회는 우려스럽다”고 했다.

최 박사는 또 “차별금지법안 발의로 민감한 때에 자칫 교회에 큰 혼란을 줄 수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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