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에 성서화를 볼 때는 장갑을 끼고 볼 정도로 모은 자료를 아끼는 강정훈 전 조달청장이 중세의 성서화를 소개했다.ⓒ윤현규 기자

LA의 대표적 미술관인 폴게티(J. Paul Getty) 미술관의 설립자인 석유 재벌 폴 게티는 23살에 아버지의 석유회사를 물려받아 38세에 은퇴하고 그 이후로는 미술품을 수집하러 세계를 돌아다녔다고 한다.

강정훈 전 조달청장(신성대학 교수·미암교회 장로)은 재벌의 아들은 아니었지만 공무원으로 해외에서 파견 근무도 하고 출장을 나갈 기회가 많았다.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모으는 것을 좋아했고 '성경'과 '고미술품'에 관심이 많은 그였기에 성경을 주제로 한 '성서화(Biblical Art)' 우편엽서를 35년여에 걸쳐 모으게 됐다.

특히 뉴욕의 MOBIA(The Museum of Biblical Art)에서 만난 '성무일과서'는 성경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강 전 청장은 말했다(편집자주: 성무일과서는 중세 성직자들이 매일 올리는 7회에 걸친 기도시간에 사용하기 위해 만든 찬송가 및 전례문과 기도를 담은 책으로 가장 초기의 것은 11세기에 나타났으며 삽화가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음).

그는 "요한계시록은 아무리 보아도 어렵다. (성서화를)중세 때 것부터 모으면서 요한계시록을 10~20번 읽으니 그림을 보면 (성경의 어떤 부분인지) 떠올랐다"면서 "(성무일과서의 삽화는) 그리는 법칙도 있어, 색깔을 잘못 쓰면 파문을 당한다"고 설명했다.

강 전 청장은 "모비아 같은 것을 하려고 계획을 많이 세우고 있는데 벅찬 작업이다. 미술관 자체가 비용이 많이 들고 관리비가 많이 든다"며 "나중에 고향이라도 가서 큰 산 같은 데에다 성서화 미술관을 만들까 한다. 안되면 어느 교회에 기증하고……"라며 "하나님의 일은 사람이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교회가 큰 교회가 많아도 문화적인데 눈 돌리는 교회가 없다"며 "스페인, 프랑스, 이태리를 보면 그 시대 가장 문화적인 정수는 교회에 가서 볼 수 있다. 서양에 가면 조각, 그림 등 시대별로 대표적인 작품은 교회에 있다. 그 당시 최고 예술가가 그린 그림은 교회에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하나님이 계신 성전을 어떻게 아름답게 만드느냐가 중세의 꿈이었다"고 말했다.

강 전 청장은 "가톨릭이 천진암에 100년 계획으로 성당을 짓고 있다. 그 성당이 100~200년 가면 2010년대 문화를 보여줄 것이다"고 전했다.

가톨릭은 2079년 완공을 목표로 경기 광주군 퇴촌면에 '천진암 대성당'을 짓고 있다. 1986년 말부터 10년간 터를 닦고 1996년 6월 24일 본 건물 착공에 들어갔다.

1996년 당시 본 건물 착공식 관련 기사를 보도한 한 언론매체는 '천진암 대성당'은 '세계 10대 성당'을 목표로 지어지고 있으며 "이 시대 한국천주교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겠다는 목표와 한국인의 조급한 심성에 자극을 주겠다는 취지로 건립기한을 1백년으로 잡았다"고 전했다.

강정훈 전 청장은 "현재는 정보의 세계이지만 앞으로는 문화의 세계이다. 문화적 감수성이 없으면 정치가도, 사업가도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강 전 청장은 "교회도 너무 물질을 많이 모으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이 시대 사람들이 이 시대 문화 보려면 여기에 다 있다'고 하는 이런 교회를 세웠으면 좋겠다"며 교회가 그런 문화적인 일에 앞장설 수 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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