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존경하는 스승 김정준 목사를 통해 양화진과 인연을 맺고 25년간 한국 근대 초기 선교사들이 쓴 책을 모아 숭실대 한국 기독교박물관에 기증한 강정훈 전 조달청장. ⓒ윤현규 기자

■ 시편을 줄줄 외운 나의 스승 ='인연'이라는 것이 있기는 있는 것 같다. 그 많은 사람을 두고 서로 눈여겨보게 되는 두 사람.

강정훈 전 조달청장이 대학 다닐 때 제일 존경하는 스승은 김정준 목사였다. 김정준 목사는 개신교 목사이자 교수로 한신대 학장을 2번 지내기도 했다.

강 전 청장이 전한 김 목사의 일화는 이렇다. 김정준 목사가 폐결핵 6기로 마산국립요양소에 머문 적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마산국립요양소 6급 환자 병동은 사람들이 공동묘지라고 일컫는 곳이었다.

김 목사는 제자에게 "그때는 사람은 아무도 내 옆에 오지 않았다. 파리만 내 옆에 있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고 한다.

폐결핵에 전염될까 누구도 근처에 오지 않던 시절 김정준 목사는 성경의 '시편'을 줄줄 외웠다고 한다.

의사가 3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했던 김정준 목사는 이왕 죽을 목숨 예수님처럼 살아보자 해서 주위에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봉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열심히 살다보니 3개월을 넘겼고 병이 호전되며 30개월 만에 마산국립요양소를 퇴원했다.

그 후에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대학교로 유학해 병상에서 외웠던 '시편'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강 전 청장은 "그러니 홀딱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말 한 마디에 김정준 목사에 대한 그의 깊은 존경심을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그는 김정준 목사가 개편찬송 9장 '하늘에 가득 찬 영광의 하나님'과, 어머니의 사랑에 관한 찬송인 578장 '언제나 바라봐도'를 작사하기도 했다며 "제일 존경하는 목사님"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양화진에 가 보라" = 그가 연세대학교 2학년 때 김정준 목사도 연대 교수로 일하고 있었다. 연대의 교목실장며 연세대학교회의 담임목사로 있었던 했던 김 목사가 어느 날은 강 전 조달청장을 부르며 교회에 꼭 나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그날 '빌라도를 변명한다는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다. 그 제목은 한 달 전 강 전 청장이 교양과목이었던 '성경'의 과제로 제출했던 리포트 제목과도 같았다.

강 전 청장은 이렇게 말을 이었다.

"젊었을 때라 신앙적으로 반항적인 생각도 있었다. 사도신경에 보면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라고 나오는데 우리 죄는 감추고 빌라도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가 하는 내용이었다. 그게 특이했나봐"

김정준 목사는 그날 '어느 학생 리포트'를 거론하며 하며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느 학생이 바로 강정훈 전 총장이었다.

그게 인연이 돼 강 전 청장은 김 목사를 '조교 비슷하게 모시며' 양화진에 첫 발을 딛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양화진에 가보라'는 김 목사의 말에 신촌에서 걸어서 처음 가보고 그곳이 우리나라 첫 선교사들과 그들의 가족이 묻힌 묘지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다음에 가면 자세히 비석을 보라'는 스승의 말에 그때부터는 비석을 읽으며 헤론, 아펜젤러, 아펜젤러의 아들, 딸, 언덕배기에 있는 언더우드 가족을 알게 됐다.

강 전 청장은 양화진에 갈 때마다 그들의 책을 찾아봐야겠다 생각했는데 해외 헌책방을 갔을 때 떠오르는 이름이 바로 그들이었다고 기억했다.

■ 35년간 모은 자료 675점, 스승 모교에 기증 = 그는 해외 출장을 다니며, 혹은 해외에서 근무하며35년간 한국 근대 초기 선교사들의 저서를 모았다.

30~40대 해외 출장을 자주 갔는데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하니 가족선물을 사지 못하고 헌책방에 가서 헌책을 샀다는 것이다.

미국 캐나다에서는 근대 초기 한국에 온 미국선교사가 쓴 책을, 유럽에 가서는 한국에 왔던 유럽 선교사가 쓴 책을 찾았다.

그는 일본 남미 등의 헌책방에서는 관련된 책을 찾지 못했고 중국에서는 기독교 관련 책조차 한권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강 전 청장은 그렇게 모은 저서·자료 675점을 그가 존경하는 스승 김정준 목사의 모교인 숭실대의 한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했다. 1880년대 후반부터 1920년대의 책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양화진에 묻힌 선교사들의 자료와 뉴욕의 MOBIA(The Museum of Biblical Art)같은 곳에 들러 성경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우편엽서인 '성서화'를 모으고 국내에서는 김정준 목사와 함석헌 목사의 자료만 모은다고 했다.

강 전 청장은 함석헌 목사의 자료도 이미 기증했지만 김정준 목사의 자료는 '가보'로 여기며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 강정훈 전 조달청장은…
그는 조달청 부산지청장(1983~1985)과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시설국장(1989~1994),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과 성균관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를 역임했고 2003년부터 현재까지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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