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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1조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발행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해 투자자들에게 거액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현재현(65) 동양그룹 회장에게 검찰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위현석) 심리로 열린 현 회장 등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동양증권이 고객보호의 의무를 저버리고 고객에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아 개인 투자자들의 피 같은 자금이 오너들의 경영권 유지에 사용됐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현 회장은 충분히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이는 선택을 할 수 있었지만 개인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가하는 길을 택했다"며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하루에 2억원 상당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지만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사기성 CP 발행에 가담한 혐의로 현 회장과 함께 구속기소된 정진석(56) 전 동양증권 사장과 이상화(49) 전 동양시멘트 대표에게도 각각 징역 10년과 8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계열사 부당지원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김철(38)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에게도 징역 8년이 구형됐다.

반면 현 회장 측은 마지막까지 '동양 사태'가 고의가 아니라 '실책'이었음을 강조했다.

현 회장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동양파워와 동양매직을 조기에 매각했다면 이런 사태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동양파워를 믿고 계열사 매각을 지체한 것이 통한의 실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수많은 피해를 입혔다"며 "내가 부족해 이렇게 돼 깊이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동양 사태 피해자 1명을 즉석에서 증인으로 채택해 피해자 진술을 허락했다.

원칙적으로 피해자 진술은 심리 기간 중 증인신청 형식으로만 가능하고 결심공판에서는 할 수 없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이날 법정에 출석한 동양 피해자들이 "피고인들에게도 말할 권리를 주는데 피해자들도 억울한 사연을 말할 수 있게 몇 분만 달라"고 요청하자 재판부는 약 8분여에 걸쳐 피해자 진술을 진행했다.

증인으로 나온 동양 사태 피해자 윤모(44·여)씨는 교통사고로 신체 일부가 절단된 후 받은 보상금 2억원가량을 동양인터내셔널 회사채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었다.

윤씨는 "돈을 한푼이라도 아껴야 하기 때문에 버스로 15분 걸리는 거리도 30~40분을 걸려 걸어다녔다"며 "교통사고 보상금으로 금융상품을 구매한 것"이라고 진술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현 회장은 앞서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옛 동양캐피탈) 등 상환능력이 없는 동양계열사의 CP 및 회사채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1조3032억여원을 가로채고 계열사 간 부당지원을 지시한 등 혐의로 지난 1월 재판에 넘겨졌다.

또 동양시멘트에 대한 시세조종을 통해 400억 원대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지난 5월 추가 기소됐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말로 구속 만기가 돌아오는 현 회장에 대해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직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현 회장에 대한 선고기일은 오는 10월 1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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