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전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개혁파신학연구소장)

현재의 한국교회는 공교회성(公敎會性)을 상실한 교회, 그래서 개교회주의로 전락한 채 생존을 위해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인가 이구동성으로 개교회주의가 문제라는 말은 한다. 하지만 정작 교회형성의 원리로서 공교회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혹 알면서도 공교회를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기기만이고 무책임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외적으로는 대부분의 교회들이 교단이라는 조직에 가입해 있기 때문에 공교회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들여다보면 교단은 단지 현실적으로 어느 집단에 속해 있어야 얻을 수 있는 집단적 이익을 위한 것이다. 즉 개교회가 필요한 것을 보완하기 위한 방편으로 가입해 있는 것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교단을 현실적인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제도적 개념으로만 생각한다면 한국교회가 직면해 있는 개교회주의의 폐해는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할 것이다. 오히려 공교회는 교회가 구현해야 할 유형적 이상(理想)이어야 한다. 물론 이상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러한 교회를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매우 의식적인 관심과 이상에 대한 신학적인 이해와 고백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도 자기중심적 이기주의의 한계를 결코 극복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신앙과 교회의 무질서를 동반하게 되고, 동시에 교회의 자정능력은 물론 권위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교회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교회관의 확립이 전제되어야 한다. 즉 교회관에 대한 일치된 신앙고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교회관에 대한 신앙이 다르다면, 공교회의 개념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회관에 대한 일치된 고백과 그 고백의 공유를 통해서 공교회형성을 위한 공통분모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실제적으로 그리스도의 몸으로써의 공동체인 교회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공교회에 대한 개념조차 확실하게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완전한 공교회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유형교회의 한계이지만, 최소한 그 한계를 전제로 한 공교회를 이루는 것이 유형교회가 지향해야 할 본분이며, 이상인 것은 분명하다.

한국교회는 대부분 개교회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그렇다고 교회형성의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는 가운데 독립주의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교단은 형성하고 있으면서도 철저하게 개교회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독립교회를 선언한 교회이면서도 교단의 기능을 하는 연합회를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아닐 수 없다. 한 마디로 신학의 부재, 혹은 교회관에 대한 분명한 의식과 고백이 없이 형성된 교회이며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서만 교단에 대한 의식을 가지는 정도의 현상이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완전한 교회는 미래적으로 하나님 나라이다. 반면에 그 나라의 현재적 모습은 완전할 수 없지만 최소한 교단을 중심으로 하는 공교회성을 확보함으로써 확인할 수 있고, 유형적 교회의 신앙과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원리와 실제적 체계를 확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모든 신자와 지교회는 교단을 중심으로 하는 공교회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의 지도자들은 이에 대한 신학적 이해를 충분하게 하여 공교회를 이루어가도록 하는 역할과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또한 교단의 지도자들은 지교회들이 공교회의 이상을 구현해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개교회의 크기에 따른 능력과 비례하는 권위만을 나타내려고 함으로써 교회가 지향해야 할 본래적 사명과 본분에 충실하지 못하고 무질서한 모습만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지 물을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교단을 형성하고 있는 모든 지교회는 공교회의 이상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의식적인 관심과 신학적인 확립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신앙과 교회의 질서, 교회적 권위를 확립하기 위한 공교회에 대한 신학적 이해와 확신을 가지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개교회주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지금의 아픔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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