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혁신학회 제160차 학술심포지엄 개최
한국개혁신학회 제160차 학술심포지엄 참석자 기념 사진. ©한국개혁신학회 제공

한국개혁신학회(회장 이경직)가 최근 서울 동대문구 소재 제기동교회(담임 진지훈 목사)에서 제160차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개혁신학 전통 안에서 전쟁의 발발 원인, 변증학의 위치와 역할, 그리고 헤르만 바빙크의 계시 이해를 심층적으로 다루며 현대 신학 담론 속에서 개혁신학이 지니는 신학적 의미와 과제를 조명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 전쟁의 발발 원인을 둘러싼 신학적 해석과 성경적 시각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김재용 박사(항경교회)는 ‘전쟁의 발발 원인: 존 칼빈과 헤르만 바빙크 그리고 한상동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박사는 전쟁이 필연적인가 혹은 우연적인가라는 질문을 출발점으로 삼아, 일반 학문 영역에서 전쟁을 불확실성과 우연성의 산물로 이해해 온 관점을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이해가 인간의 이성과 합리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전쟁의 발발 원인을 온전히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김 박사는 “전쟁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종교적 영역, 특히 신학적 해석이 필요하다”며 임마누엘 칸트가 현상계와 믿음의 세계를 동시에 주장하며 신의 존재를 요청했던 점과, 1세기 역사가 요세푸스가 전쟁을 신에 의해 비롯된 것으로 이해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전쟁의 문제는 신학적 성찰 없이는 해답에 이를 수 없다. 전쟁의 발발 원인을 어떻게 신학이 정의해 왔는지를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한국개혁신학회 제160차 학술심포지엄 개최
한국개혁신학회 제160차 학술심포지엄 진행 사진. ©한국개혁신학회 제공

그는 “존 칼빈의 신학에서 전쟁이 하나님의 징벌 혹은 징계로 이해되었다”며 “하나님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상실될 때 정신적·도덕적 타락이 일어나고, 그 결과로 전쟁이나 전염병, 자연재해가 발생한다는 인식이었다. 하나님의 백성과 세상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말씀과 신학이 왜곡될 때 세상 역시 타락의 길로 접어든다는 논지가 제시된다”고 했다.

또한 “군주들의 탐욕과 야욕, 잘못된 사상의 확산이 전쟁을 부추겼다”며 “인간을 단지 물질로만 이해하고 초월적 세계를 부정하는 철학은 인간 생명의 가치를 가볍게 만들었고, 이러한 사상적 토대 위에서 전쟁이 정당화되었다. 전쟁의 발발 원인은 인간의 사상과 탐욕, 그리고 하나님의 뜻과 섭리가 서로 얽혀 있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표면적으로는 인간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하나님의 뜻이 작용하고 있다”며 “칼빈의 해석을 따르면,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의 유다 침공 역시 개인의 야욕이었으나 동시에 하나님의 백성을 징계하기 위한 도구였다. 이 관점은 헤르만 바빙크에게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며, 바빙크 역시 모든 전쟁을 일률적으로 악으로 보지 않고, 때로는 회복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성경적으로 해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신학적 전통은 한국 초기 개혁파 신학자들에게도 이어졌다”며 “한상동 목사는 6·25 전쟁을 신사참배에 대한 회개가 없었던 데 따른 하나님의 징벌로 이해했으며, 이는 당시 부산으로 피난 온 다수의 목회자와 신학자들 사이에서도 공유된 관점이었다. 칼빈과 바빙크, 한상동이 전쟁에 대해 성경적 견해에서 일치를 보였으며, 이러한 인식이 한국 교회와 신학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전쟁의 발발 원인이 우연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 배후에는 하나님의 손길이 있으며 이를 이해하는 가장 근원적인 자료는 성경”이라며 “전쟁의 발발과 국가의 흥망성쇠는 건전하고 올바른 신학의 전파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했다.

◇ 워필드와 바빙크, 변증학의 위치를 둘러싼 서로 다른 문제의식

두 번째 발제는 김인배 박사(전포교회)가 맡아 ‘벤자민 B. 워필드와 헤르만 바빙크의 변증학 이해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박사는 “워필드와 바빙크가 동시대 개혁신학자로서 상호 존중과 협력 관계를 유지했지만, 변증학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워필드는 변증학을 신학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두어, 기독교 신학을 세우는 기초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는 19세기 미국 장로교회가 직면했던 성경 고등비평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며 “워필드는 성경의 권위와 신뢰성을 방어하는 일이 신학과 신앙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반면 바빙크는 변증학이 신학의 입구에 놓여서는 안 되며, 변증학은 신앙의 기초가 아니라 신앙의 열매라고 주장했다”며 “바빙크가 직면했던 시대적 도전이 워필드와 달랐다. 바빙크에게 더 시급했던 문제는 1876년 고등교육법으로 인해 신학이 종교학으로 대체될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바빙크는 종교학이 심리학적·역사학적 방법으로 종교를 다루면서 신학의 고유한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보았고, 신학이 독립적인 학문으로서 고유한 대상과 원리를 지녀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김 박사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바빙크가 변증학을 신학의 입구에 배치하는 것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게 만든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동안의 연구가 워필드와 바빙크의 철학적 배경 차이에 초점을 맞춰 왔지만, 실제로는 두 인물이 어떤 신학적 도전으로부터 기독교 신학을 지키고자 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변증학에 대한 논의는 단순한 이론적 차이가 아니라, 각자의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응답이었다”고 했다.

◇ 바빙크의 계시 이해를 둘러싼 비판과 개혁신학적 일관성

세 번째 발제는 최윤정 박사(열린고척교회)가 ‘헤르만 바빙크의 주관적 계시 이해에 대한 비판적 평가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발표했다. 최 박사는 바빙크가 계시 중심 신학을 세우고자 했던 교의학자였음을 전제하며, 그의 신학이 주관주의로 기울었다는 비판을 검토했다.

그는 “바빙크는 하나님을 모든 인식의 토대로 이해하며 계시 중심적인 인식론을 전개했지만, 주관적 계시와 관련해 슐라이어마허의 자의식 개념을 수용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다”며 “또한 그의 후기 저작 「계시철학」에서 자아와 세계의 관계를 현대적으로 수정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고 했다.

최 박사는 “바빙크가 주관주의를 수용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관주의와 모더니즘의 폐해를 비판했다”며 “종교의 좌소를 지성, 의지, 감정 중 어느 하나에 두려는 시도 모두를 오류로 규정하며, 인간 전체가 객관적 계시에 응답한다고 강조했다”고 했다.

또 “바빙크는 객관적 계시인 성경과 주관적 계시인 성령의 사역이 함께 고려되어야 함을 강조했으며, 구원하는 신앙의 기원과 근거는 전적으로 하나님께 있음을 분명히 했다”며 “바빙크의 신학이 계몽주의와 자유주의 신학에 맞서 계시 중심 개혁신학을 지키려는 시도였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바빙크가 시대적 변화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신학과 인식론이 현대적 기반으로 개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바빙크의 신학적 인식론은 역사적 개혁주의 안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행사는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의 강평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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