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로 출발한 나라, 자유·시장경제·반공 노선
女 참정권·농지 개혁·한미동맹으로 번영 토대
집권 말기의 실정 있지만 정당한 평가 필요

김황식 전 국무총리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제56회 극동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극동포럼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29일 서울 극동방송에서 열린 제56회 극동포럼 강연에서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과 독일 초대 총리 콘라트 아데나워를 비교하며, 이승만 전 대통령이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의 토대를 세운 지도자였다고 평가했다.

김 전 총리는 강연에서 “대한민국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뤄 세계가 놀랄 만한 나라가 되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전범국가에서 출발해 정치적 안정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룬 독일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에서의 유학 경험을 언급하며, 독일이 통일과 번영을 이룰 수 있었던 근본에는 안정적인 정치와 이를 이끈 지도자의 역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독일의 아데나워 초대 총리를 연구하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승만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두 사람은 모두 신생 국가의 초대 지도자이자 건국의 아버지로, 풍부한 경험과 경륜을 갖춘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조선 말에 태어나 식민지와 망명, 독립운동을 거치며 20세기 동서양을 두루 섭렵한 보기 드문 정치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선견지명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은 1917년 소련 공산정권 수립 이후 공산주의의 문제점을 일찍이 간파했고, 1923년 이미 공산주의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글을 남겼다”며 “1941년에는 일본이 미국을 공격할 것이라고 예견한 저서를 펴냈고, 이는 진주만 공습으로 현실이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전 총리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기독교 신앙을 대한민국 건국의 중요한 배경으로 강조했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으며, 정치 지도자로서 강력한 권력 의지와 함께 신앙적 확신을 지닌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헌국회가 처음 구성됐을 때 임시의장을 맡은 이승만 대통령이 이윤영 목사에게 기도를 요청하며 국회를 시작한 장면은 대한민국이 기도로 출발한 나라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세계사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다.

1948년 8월 15일 이승만 대통령(맨 오른쪽)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선포하고 있다.
1948년 8월 15일 이승만 대통령(맨 오른쪽)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선포하고 있다.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김 전 총리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분단의 책임자로 비판받는 데 대해서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평가”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이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주장하기 이전에 북한에서는 이미 정권 수립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고, 그대로 두었다면 한반도 전체가 공산화될 위험이 컸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근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전 총리는 “1948년 5·10 총선을 통해 국민이 참여한 선거로 수립된 정부였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며 “북한은 선거를 통한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정권이었기에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노선을 선택한 점을 “기적 같은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독교인으로서 자유와 인간의 존엄을 중시하는 신앙적 확신이 있었기에 그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며 “1948년 여성 참정권을 인정하고, 재정적 기반이 전혀 없던 상황에서 의무교육을 실시해 문맹률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은 위대한 업적”이라고 강조했다.

농지개혁 역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결정적 업적으로 꼽았다. 김 전 총리는 “소작농이 지주에게 대부분의 수확을 바치던 구조를 바꿔 농민을 자영농으로 만든 것은 국민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한 역사적 결단”이라며 “이로 인해 6·25전쟁 당시에도 공산주의 선동에 휩쓸리지 않고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외교 성과에 대해서도 그는 “6·25전쟁 당시 유엔군 참전을 이끌어내고, 한미동맹을 체결해 미군 주둔과 경제 원조를 확보함으로써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친일파’라고 비난하는 것에 대해서는 “왜곡이자 비난을 위한 비난”이라고 일축했다.

제56회 극동포럼
제56회 극동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극동포럼

김 전 총리는 “남북은 같은 민족이지만 오늘의 극명한 차이는 체제와 지도자의 선택에서 비롯됐다”며 “이승만 대통령과 아데나워 총리는 자유민주주의라는 분명한 가치 위에서 국가의 방향을 정했고, 그 선택이 오늘의 대한민국과 독일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부통령 선거에서 부정선거가 일어났고, 이것이 결국 4.19로 이어져 하야까지 하게 된 것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집권 말기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오늘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지나친 면이 있다며 “그에 대해 제대로 알고 평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극동포럼은 우리 시대의 주요 명제들을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조망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지난 2003년부터 열리고 있다. 그 동안 김진표 국회의장(2회), 故 황장엽 선생(3회), 故 김영삼 전 대통령(12·14회), 정운찬 전 국무총리(22회), 이명박 전 대통령(4·39회), 마크 W. 리퍼트(40회)·해리 해리스(48회) 전 주한미국대사, 황교안 전 국무총리(44~47·49회),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51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53회) 등이 강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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