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 총회장 “두 교단, 장로교서 축출된 아픔 같아”
기장 총회장 “한 번도 예수 안에서 갈라진 적 없다”

한국교회에서 보수와 진보 성향을 각각 대표하는 고신과 기장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례적이어서 교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고신 총회장 정태진 목사가 이날 “기장 교단과 교류할지 상상도 못했다”고 했을 정도다. 이날 두 교단 임원들은 함께 예배를 드리고, 친교 차원의 간담회를 갖는 것으로 모임을 진행했다.
기장 총회장 박상규 목사는 고신에 대해 “같이 정죄를 당했던 입장”이라고 했다. 고신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지배했을 당시,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의 신사참배 결의에 반대해 감옥에 갔다 온 목사와 성도(출옥성도)를 중심으로 세워진 교단이다. 기장은 신학적 문제로 예장과 분리되었다.
이날 예배에서 ‘서로 합하여 하나가 되게 하라’(에스겔 37:16~17)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고신 정태진 총회장은 “이스라엘 민족이 불순종과 우상숭배 등, 그들의 죄로 인해 남유다와 북이스라엘로 찢어졌지만, 하나님께서 에스겔을 통해 둘의 하나 됨을 예언하셨다”며 “그 하나 됨이 바로 하나님의 소원”이라고 했다.
정 총회장은 “그런 점에서 고신과 기장의 만남은 정말 의미가 있다. 이 만남은 하나님의 소원을 이뤄드리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며 “또한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현 상황을 볼 때 우리의 만남 자체가 한국교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서로 다른 역사와 배경 속에서 성장해 왔지만, 서로 만나 장점을 배우고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한다면 영적 시너지가 나리라고 본다”며 “함께 한국교회에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는 만남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만남의 의미에 대해 전한 기장 박상규 총회장은 “한국이 지역과 계층, 남녀로 갈라져서 너무 아픈 상황이다. 교회도 이걸 막지 못하고 편승했거나 또는 동기를 부여했다는 책임 의식이 있다”며 “성령께서 이끌어주시는 마음으로 하나 되고자 모였다”고 했다.
박 총회장은 또 “현실은 보수와 진보로 가르려 하지만 신앙에 있어선 그렇지 않다. 순교의 정신과 주님을 위해 자기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하나 되지 않을 이유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도 갈라진 적이 없다”며 “세상이 우리를 갈라놓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예수님 안에서 갈라진 적이 없다”고도 했다.

기장 총무인 이훈삼 목사는 “고신은 신사참배를 하지 않았다는 신앙의 전통을 지킨 것 때문에 아프게 쫓겨났고, 기장도 신학적 문제 등으로 쫓겨난 면이 있다. 그런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며 “보수와 진보로 나누긴 하지만 사실 그 밑바닥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 십자가와 부활의 뜨거운 신앙고백은 다를 수 없다”고 했다.
두 교단은 앞으로도 이 만남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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