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시인
강의하는 이충재 시인. ©구리문인협회 제공

‘문명사회의 물질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문학적 감수성 회복’과 ‘기독 인문주의의 발전’에 관심을 쏟고 있는 이충재 시인이 지난 달 27일 구리문화원에서 열린 ‘문학의 밤’에서 주제강연을 맡았다.

이충재 시인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는 한국성서대학을 졸업한 배경을 가지고 신앙 가치에 기반을 둔 문학적 순수성과 사유를 추구한다. 또한 일반 직작생활을 하는 직장인으로서 그의 문학은 “삶과 동떨어진 환상이나 궤변을 추구하지도 않으려고” 노력한다. 특히, “현대 문명의 물질화로 인한 인간성의 소외”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기독 인문주의의 회복’을 꿈꾸고 있다. 이 시인은 시작(詩作)과 평론 활동 뿐만 아니라, 기고와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젊은 청년들을 위한 신앙적, 문학적 멘토링에도 관심이 있는 그는 두레교회에서 안수집사로 섬기고 있다.

그의 문학강좌 주제는 ‘21세기 문학예술인의 역할’로, ‘순수성을 잃은 현대 문학’에 대해 경고하며 ‘문학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고, 문학가로 ‘순수성을 회복’을 강조했다.

이충재 시인은 강연에서 ‘오늘의 시대’에 대해 묘사하며 “다른 분야의 사람들은 정의, 개념 설정과는 거리가 먼 무작정 경쟁 체재를 유발하면서 살아들 가는 분위기”라며 “생각하면 할수록 불편함이 가중되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도 시대를 진단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해 두는 편이 더 어울릴 것이다. 취하고, 먹고 마시고 경쟁하여 상대적 우위를 점하려고 생떼를 쓰는 분위기”라고 묘사했다.

이어 “그 중심에서 우울해하고, 불행해하기도 하고, 상대를 향한 이질적 사고 의식을 무기화하여 무작정 공격, 경쟁의 대상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피해자는 많은데, 가해자가 없다고들 말합니다. 상처받은 사람들은 많은데 이들을 치유할 위인들 또는 조력자들은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한다”며 “정치는 말할 것도 없고, 종교, 교육, 기타 문화단체나 종사자들에게서조차도 위로와 치유를 위한 도움 받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저는 이 시대를 이렇게 평가하고 싶다. ‘불편한 동거의 시대’라고 말이다”고 했다.

이 시인은 ‘왜 시인이 되고 싶은가?’라고 이렇게 묻는다. “여러분은 왜? 시를 쓰고 시인이 되려고 하십니까? 그리고 수필 외 문학 행위를 하시고 계십니까? 또 시인, 작가가 되려고 그토록 애를 쓰십니까? 좀 더 깊이 들어가서 한 번 더 묻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마음가짐과 인생관이나 철학을 가지고 문학 활동을 하고 계십니까? 여러분이 다루고 싶어하는 문학적 주제는 또 무엇입니까? 진정으로 묻겠습니다. 여러분의 삶은 틀림없이 문학적이라고 자부하실 수 있습니까?”

그는 이에 대해 ‘김춘수 시인의 말’을 인용하여 “진보니 역사니 이데올로기니 하는 말들을 싫어할 뿐 아니라 관념으로는 무시하기 때문에 나는 시인이다. 내재적 접근이나 경계인이나 하는 알쏭달쏭한 말 즉 궤변으로 사태를 호도하려는 사이비 지식인을 싫어하고 미워하기 때문에 나는 시인”이라며 “지식인과 지성인을 구별해서 대하기 때문에 나는 시인이다. 어떤 방면의 지식을 좀 가지고 있다고 해서 지성인이 되지 않는다. 사리를 공명정대하게 판단하고 뭣보다도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한다. 그것이 지성인의 자격이라고 믿기 때문에 나는 시인이다. 지성인은 궤변을 싫어하고 미워한다. 지성인은 솔직해야 한다. 허세를 부리지 말아야 하고, ‘체’하는 쇼맨십 같은 건 생리적으로 싫어하는 자질의 사람이어야 한다. 나는 아직 여기에 미달이기 때문에 스스로 지성인임을 말하지 못하겠다고 자인하고 자백할 수 있기 때문에 시인”이라고 했다.

이어 “왜 나는 시인인가? 존재하는 것의 슬픔을 깊이 깊이 느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나는 시인이다. 그중에서도 사람이란 더없이 슬픈 존재다. 사람으로 태어난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깊이 느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시인”이라며 “그러나 나는 아직도 이런 점에 있어 많이 부족하다. 그것을 솔직히 남 앞에 털어놓을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시인이다. 그 상태를 시로 쓰고 있기 때문에 작품(poem)으로 다듬어보려고 힘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시인이다”고 했다.

구리 문학의 밤
구리 문학의 밤에 참여한 청중들 모습.
©구리문인협회 제공

이충재 시인은 “가장 정치적이고, 가장 경제적이며, 가장 편협적이고, 가장 탐욕적인, 그리고 가장 약해빠진 사고 의식을 가지고 한 편의 시를 창작한다고 하면, 그것을 가지고 누구 하나 위로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킬, 그리고 영혼을 정화 시킬 만한 작품을 향한 창작의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자부하실 있겠습니까? 그것은 글을 통한 허세에 해당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오늘날의 문학 풍조’에 대해 “오늘날 시인들과 작가들이 그리고 시 문학과 기타 작품들의 역할이 상당히 궤도 이탈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인문학의 위기의 최선봉에 시인이나 작가들이 서서 중심을 잃고 있음의 반증”이라고 했다.

이 시인은 ‘우리가 과거 시인을 동경하는 이유’에 대해 “왜,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문학사조의 하나 혹은 선배 문인들을 그리워해야 하는가? 그들의 작품성 때문인가? 그들의 명성 때문인가? 그 시대는 문인들의 수효가 적고, 오늘날은 수효가 많아서 나 자신을 두드러지게 하는데 경쟁을 위한 장애요인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아니다. 선배 시인들에게는 탐욕이나 거짓 그리고 야만성이나 상대를 고꾸라트리고 그 우위를 점하려는 불온한 정신이 없는 순수성과 정의 그리고 형이상학적 진정성이 살아있어서” 라고 했다.

이충재 시인은 ‘순수성이 결여된 문학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우리의 태도, 우리의 정신, 우리의 언어, 우리의 삶의 목표 설정과 방법 등이 순수 문인의 위치로 회복되지 않고서는 우리는 사회와 시대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오히려 세상과 독자들을 더욱 더 병들게 하는 악한 인문학 종사자들이 되고야 말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문학에서 가장 배제할 수 없는 것은 또한 인간이다. 그래서 시인들이나 작가들은 자신의 경험치만을 믿고 글을 쓰거나 언변을 자랑하거나 탐욕의 근간인 물질과 명예만을 추구해서는 어린 독자 하나 혹은 저 먼 산골에서 살아가는 시골 떼기 독자의 기억 속에서조차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오히려 그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아 고사당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인은 결론에서 “다시 순수해야 한다. 다시 진정성이 발견되어야 한다. 다시 정직해야 한다. 다시 분별력을 지녀야 한다. 다시 정의를 사랑해야 한다.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다시 허세를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다시 탐욕을 짓밟아 버려야 한다. 다시 잃었던 인간 사랑의 본질과 자연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문학의 밤’에는 주제강연과 더불어 하프 중창단, 김경복 작가의 시 낭송 등을 비롯해 가수 박성원, 성악가 이웅렬의 공연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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