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채 총장
서병채 총장
“선교지에 돈 보내는 것은 깨어진 독에 물 붓는 식이다”라는 말을 하는 것을 종종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경제적인 지원은 끝이 없다”라는 얘기들도 한다. 둘 다 부정적인 의미로 얘기들 한 것인데 나도 처음에는 백퍼센트 동감했다.

그러나 계속 생각하다보니 재정적 지원이 꼭 낭비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 해답은 “그래도 콩나물은 자란다”라는 명제이다. 어릴 때 보면 바닥에 구멍이 숭숭 뚫린 독에다 물을 부으면서 콩나물을 키우는 것을 봤다. 어머니께서 물을 붓는데 밑으로 다 빠진다. 그런데 밤에 자고 아침에 눈을 뜨고 보면 콩나물이 더 자라있다. 희한한 논리인 것 같다. 물은 빠지는데 콩나물은 자란다는 것. 결국 물을 가볍게 먹고는 자란다는 것이겠다.

겉보기에는 분명히 구멍 뚫린(깨진?) 독에 물 붓는 식이다. 그래도 불만이 없이 또 붓는다. 그것도 계속 붓는다. 해외 선교지에 재정지원은 이런 모습과 같다는 답을 나 자신은 느꼈다.

우리 멜빈대학교를 보자. 우리 학교도 3년째 지나가고 있으니 깨어진 독에 물을 많이 그리고 계속 부어온 것이 사실이다. 처음에는 표시가 잘 나는 듯 했다. 뭔가 건물이 지어지고 학생들도 늘어나는 듯하니 외부의 후원자들도 만족해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돈은 계속 들어가야 하고 끝이 없는 듯이 보이니, “깨어진 독에 물 붓는 식이다”라는 불만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것은 어느 선교지이든지 공통된 현상들인 것 같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깨어진 독에 물 붓는 현상이 아니다. 겉보기엔 그렇게 보이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그 물 붓기가 깨진 독이 아니라 가난한 아프리카의 미래 인재양성에 백퍼센트 사용되고 있다. 깨어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닌 증명에는 매년 졸업하는 학생들이 그 해답이다. 그런식의 물 붓기였지만 그 와중에 공부하여 졸업하는 학생들이 그 물 붓기의 열매이다. 이번 6월 멜빈대학교에도 23명이 졸업한다. 비록 깨어진 독에 물 붓기 식이지만 그래도 학생들은 콩나물처럼 자라고 있다. 그러니 졸업을 하게 되는 것이다.

깨어진 독에 물 붓기 식이라 할지라도, 계속 부을 때 열매는 눈에 보이게 열리는 것이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우리 학교 같은 경우는 길게는 4년, 짧게는 2년이면 열매를 본다. 이 열매는 영원히 간다. 졸업장은 영원히 간다. 그러니 “깨어진 독에 물 붓기식이다”라는 맞는 말이지만, 다 버리는 물이 아니고 얼마간은 그 물을 머금고 자라나는 콩나물처럼 학생들은 자라면서 매년마다 20~30명씩 졸업한다. 한 학교가 이렇다면 선교지인 가난한 나라의 학교들에서 전체 합치면 매년 수백 명의 졸업생들이 배출된다. 이렇게 계산해보면 완전히 버려지는 물, 즉 쓸데없는 투자가 아님을 재확인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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