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배우 이영애 씨가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에 5000만 원을 기부한 일로 논란이 됐다. 일부 네티즌들이 이 전 대통령의 과거 행적을 지적하면서 이 씨를 싸잡아 비난해서다.

앞서 이영애 씨는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에 기부금을 전달하며 김황식 이사장 앞으로 서신을 보내 이 대통령을 “오늘날 자유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져 놓으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 씨의 기부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이 꼬투리로 삼은 게 바로 이 부분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 씨는 입장문을 내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과오를 감싸자는 것이 아니라, 과오는 과오대로 역사에 남기되 공을 살펴보며 화합하자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를 북한의 무력 침공으로부터 지켜내 북한과 같은 나라가 되지 않도록 해줘서 감사하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승만 대통령을 “자유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진 분”이라고 평가한 것을 해명하는 차원이다.

이 씨가 이승만 재단에 기부금을 낸 건 이유를 불문하고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국민 세금을 쓰는 것도 아니고 개인이 자기의 재산을 본인 의사에 따라 기부하는데 남이 왈가왈부하며 간섭할 일은 아니다. 그가 유명 연예인이다 보니 팬의 입장에서 자기의 생각과 다른 것에 실망감을 표할 수 있다 하더라도 비난을 쏟아내는 건 과하다.

이 씨는 특정 정파적 이익이나 목적을 추구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렇다고 자신의 선행을 드러낼 의도도 별로 없어 보인다. 그가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 외에도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역대 대통령을 기념하는 재단에 오랫동안 후원을 해오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설령 어떤 신념과 목적이 있더라도 그건 전적으로 본인의 자유 의지와 선택의 문제다.

한국교회언론회도 지난 16일 발표한 논평에서 바로 이점을 지적했다. “국민들이 뜻을 모아(국가가 벌써 했어야 할 일) 기념관을 세우자고 십시일반으로 모금하는 것까지 공격하고 비난하는 것은, 국민의 의지마저도 자신들의 저급한 이념의 테두리에 가두려는 몰지성”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승만 전 대통령에게) 과가 있다면,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야 하고, 공은 당연히 기려서, 후대들이 지표로 삼도록 해야 한다”라고 했다. 지당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이들이 어려운 이웃에 기부를 많이 해서 유명세를 타는 경우는 종종 있다. 한때 ‘기부천사’라는 별명으로 불린 가수 김장훈이나 소아암 병원 건립과 독립유공자 후손의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마라톤 등 다양한 기부 행사에 앞장서 온 션·정혜영 연예인 부부의 선행은 익히 알려진 바다.

배우 이영애 씨도 사실 이들의 범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르다면 유명인으로서 자신의 선행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하게 실천을 했다는 점이다. 이 씨의 선행이 처음 대중에 알려진 건 지난 2014년엔 한국에 관광 왔던 대만 여인이 미숙아를 출산하는 바람에 거액의 병원비를 물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비 8000만원을 쾌척하면서부터다. 그의 선행 사실은 이 씨의 도움으로 무사히 귀국하게 된 대만인 부부가 언론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이 씨는 북한의 지뢰 도발로 중상을 입은 김정원 하재헌 하사를 위해 5000만 원의 성금을 내는가 하면 2021년엔 양부모 학대로 숨진 고 정인 양의 안타까운 죽음을 아파하며 1억원을 기부했다. 전쟁의 참화를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1억원을 기부한 것도 대사관 측의 공개로 외부에 알려졌다. 또 지난 6월에는 순직 군인 자녀 장학금으로 1억원을 쾌척하는 소외계층을 위해 2억 원을 기부하는 등 이루 다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국가적인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연예인들의 행보는 언론의 주목을 받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때다 하고 특정 정파를 대변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연예인이 한둘이 아니다. 본인은 대중이 그들을 ‘소신’ ‘개념’ 등으로 치켜세우는 데 쾌감을 느껴 그러는 건지 몰라도 그런 발언이 사회를 큰 혼란에 빠지게 한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배우 김 모 씨가 ‘미국산 소고기를 먹는 것보다 청산가리를 먹는 것이 낫겠다’고 한 발언이다. 이런 유의 선동 구호가 난무했던 광우병 촛불 집회가 온 나라를 삼켜버린 건 우리와 상관없는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연예인은 정치적이어선 안된다는 말이 아니다. 좌든 우든 자신의 소신을 솔직하게 드러낼 자유는 누구에게든 있다. 다만 이성이나 논리 등은 무시하고 선동을 일삼는 건 대중을 무지에 빠지게 해 위험하다. 특히 자신들과 다른 편에 서는 이들을 집단적으로 공격하는 방법으로 자신들만의 카르텔을 지키는 행위는 범죄나 다름없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는 공(功)과 과(過)가 모두 있다. 일제 해방 이후 극심한 대립의 시기에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와 경제적 평등의 중요성을 일깨워 오늘 대한민국이 선진대국에 이르는 기반을 닦았다. 집권 후반기에 독재 군주와 같은 모습으로 비판을 받았지만 6.25 후 한미동맹을 이끌어내 안보를 굳건히 한 건 누가 뭐래도 이 대통령의 혜안과 뛰어난 지도력이 아니고는 설명이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이승만기념관’ 건립 국민 모금에 뜻을 함께 한 이 씨에 쏟아진 비판은 건강하지도 정당하지도 않다. 그 어떤 연예인의 소신, 개념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용기 있는 행동에 돌을 던지기 전에 먼저 자신을 성찰하는 게 먼저다. 이 씨의 소신 기부를 계기로 더 많은 연예인과 국민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가꾸는 데 용기를 내기를 기대한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