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2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사상 첫 네 차례 연속 인상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경기 하방 위험에도 불구하고 고물가가 고착화 되는 상황을 막는 게 더 우선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한은은 또 소비자물가가 현재와 같이 5~6%대로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경우 내년에도 추가 금리 인상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5~6%대의 높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 억제와 고물가 고착 방지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물가와 성장 전망경로 하에서는 당분간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향후 인상 속도는 0.25%포인트의 점진적 인상이 적절하다고 봤다. 이 총재는 "당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점진적 인상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한은이 예상하고 있는 경로를 벗어난 충격이 오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말 2.75~3.0% 기준금리를 기대하는 시장 전망은 합리적"이라며 "당분간 물가 중심으로 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내년에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냐는 질문에는 "내년에도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지속되면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며 "반면 경기가 훨씬 나빠지면 다른 기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이상으로 올릴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이상으로 올릴지는 먼저 중립금리 상단에 가 보고 그 때 상황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번 금리가 2.25% 였을때 중립금리 하단으로 갔다고 했고 지금은 중간 정도"라며 "물가가 5.0% 이상 높은 수준이 유지된다면 금리를 중립금리 상단까지 올리면서 물가 오름세를 꺾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중립금리는 경기를 과열 또는 위축시키지 않는 적정 수준의 금리를 뜻하는데 기준금리 결정을 할 때 주요 잣대 중 하나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생각하는 중립금리를 2.25~3.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기준금리를 최소 중립금리 상단으로 추정되는 2.75% 이상으로 올릴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현재 예상하고 있는 수준에서 성장률이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물가가 높게 지속된다면 이를 빨리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먼저 하는 게 좋다"며 "물가가 2~3%대가 되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의 변화가 없지만 4~5% 이상으로 올라가면 기대심리가 바뀌고 인플레이션을 못 잡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높은 인플레이션은 성장 못지 않게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큰데, 특히 우리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좋다면 우리 물가를 우선적으로 잡는 게 중장기적으로 국민 경제를 잡는 데 모두에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물가에 대해서는 "5~6%대 높은 소비자 물가 오름세가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지난번 통화정책방향 발표할 때 물가 정점을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로 봤었는데 당시보다 국제유가가 상당폭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 정점이 7월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며 "당분간 물가가 5%대를 유지하는 등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어 물가가 정점이 지났다는 것이 곧 물가가 안정 됐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물가 상승률이 지난 5월 전망치(4.5%)를 크게 상회하는 5.2%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 안정을 우선하는 통화정책 기조의 변경은 없다"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이 1345원을 돌파하는 등 고환율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데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이 총재는 "최근 환율 상승은 외환시장 유동성 문제나 신용도 문제, 외환보유액 부족 등으로 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1997년이나 2008년 사태가 반복할 것으로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며 "1997년이나 2008년처럼 순채무국이 아니고 순채권국이기 때문에 이때와 같은 상황이라고 본다면 불필요한 위험 조장"이라고 짚었다.

그는 "달러 강세와 함께 전세계 국가의 환율이 같이 절하 되는 등 단기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환율 수준 자체 보다는 원화 가치 절하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중간재 수입하는 기업들의 가격 변수 등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더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하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 통화도 약세를 보이고 있어 전세계적 강달러 상황에서 통화스와프를 체결해도 환율을 안정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며 "금리 결정이 환율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종전 4.5%에서 5.2%로 0.7%포인트 높였다. 내년 물가도 2.9%에서 3.7%로 상향 조정했다. 한은이 물가를 5% 이상으로 전망한 것은 1998년 4월 물가안정목표제가 시행된 후 처음이다. 연간 물가 5%대가 현실화 되면 외환위기였던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된다.

또 국내경제총생산(GDP)도 종전 2.7%에서 2.6%로 0.1%포인트 낮췄다. 내년의 경우 2.1%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전세계 성장률이 낮아지는데 우리만 높게 유지되는 것은 무리고 2.1% 정도면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표"라며 "잠재성장률 보다 높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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