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지난해 이루지 못했던 보수연합기관의 통합 작업이 재가동에 들어갈지 주목된다. 지난 10일 한기총이 주관한 2022년 신년하례예배는 이 같은 기대와 현실을 동시에 보여준 자리였다.

이날 한기총이 마련한 자리는 앞서 신년하례회를 가진 한교연, 한교총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우선 가장 큰 차이점은 지난해 활발히 진행된 3기관 통합의 당사자 격인 한교연 대표회장 송태섭 목사와 한기총 통합추진위원장 소강석 목사를 초청한 점이다.

연합기관 신년하례회에 다른 기관장을 초청하는 일은 과거에도 종종 있던 일이다. 그러나 그들의 축사 내용은 그저 덕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한기총의 신년하례회는 사전에 의도한 듯 철저하게 3기관 통합에 초점을 맞췄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최자인 한기총 김현성 임시대표회장은 모두에 “2월 말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자”며 아예 통합 시기를 못 박았다. “한기총은 2021년 두 차례 임원회에서 기관통합을 결의한 이후, 한교총, 한교연과의 기관통합을 위해 분골쇄신하고 있다”고 전한 후 “한교총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통합추진에 임해 달라. 한기총도 이에 상응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통합에 적극성을 보였다.

반면에 뒤이어 축사를 전한 한교연 대표회장 송태섭 목사는 통합에 긍정적인 입장이라면서도 어조는 한기총 대표와는 사뭇 달랐다. 송 목사는 작심한 듯 지난 통합 논의 과정에서 느낀 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특히 과거에 한기총, 한교총과의 통합이 성사 직전에 무산된 원인에 대해 “상대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오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큰 교단 작은 교단, 큰 교회 작은 교회를 따지고 숫자와 교세를 자랑하면 절대 통합할 수 없다. 서로 양보하고 내려놓고 포용하고 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소강석 목사는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분열한 대가를 코로나19의 지난 2년 동안 혹독히 당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며 통합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특히 “한교연 송태섭 대표회장이 지적한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대형교회 대교단의 위세를 저부터, 우리 교단(예장 합동)부터 내려놓겠다. 포용과 관용의 리더십, 제가 앞장서서 책임지고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이날 분위기만 가지고 올해 보수연합기관 통합 전망이 밝다, 또는 어둡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다만 서로가 서로를 알 만큼 안 이상 과거, 특히 지난해 활발했던 통합 논의가 좌절된 이유와 원인에 대해 좀 더 허심탄회하게 다가간다면 엉킨 실타래를 쉽게 푸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여전히 서로의 발목을 잡는 쉽지 않은 문제가 엿보인다. 이날 다시 한번 확인된 서로에 대한 ‘신뢰’이다. 하나가 되겠다면서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결격사유다. “통합의 상대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한교연 대표회장의 이날 격정 토로는 그 뿌리에 불신이 자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이런 근본 문제가 선결되지 않는 한 통합은 겉돌거나 도리어 뒷걸음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본다.

연합기관 통합 논의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말이 있다.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말이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말은 그것을 좀 더 구체화한 표현이다. 그런데 입버릇처럼 등장하는 이런 표현들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을까.

연합기관들은 각자 교단, 또는 선교단체를 회원으로 품고 있다. 그런데 회원의 경우 교단은 교회 수를 기준으로 1만 교회를 상회하는 교단에서부터 200개 이하의 작은 교단까지 천차만별이다. 연합기관을 운영하는 기본 재원이 교단의 교회 수를 기준으로 정해지다 보니 대형 교단 하나가 작은 교단 수십 개의 몫을 감당하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이런 의무, 또는 책임과 권한 사이에서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어 어느 교단은 1년에 1억 원을 분담금으로 내는데 어떤 교단은 200만원 내고도 똑같은 임원이라면 대 교단으로서는 솔직히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 한기총에서 소위 ‘7.7 정관’이 입법화 된 적이 있다. 그 골자는 5천 교회 이상, 5천에서 1천 교회, 1천 교회 미만으로 군(群)을 나눠 대·중·소 교단이 그 비중에 맞게 대표회장에 선출되도록 기회를 보장한 것이다.

이 ‘7.7정관’은 한기총에서 폐기된 후 한교연 창립의 모체가 되었다. 한교연이 그동안 가장 연합체다운 모범적인 운영을 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도 ‘7.7정관’을 기반으로 삼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교연은 과거 한기총과의 통합 논의 때마다 “‘7.7정관’으로 돌아갈 것”을 유일한 전제로 삼곤 했으나 번번이 높은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3개 기관의 통합 논의가 재점화된다면 또 다시 서로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릴 수 있다. 그럴 때 ‘7.7정관’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7.7정관’이 만능이란 말은 아니다. 현실에 맞게 조정하되 그 정신을 계승하자는 뜻이다.

물은 아래로 흐르지 위로,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지구의 중력에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도 마찬가지 이치다. 순리를 거스르지 말자는 거다. 세(勢)가 크다고 모든 걸 독차지하고 작다고 들러리 취급하는 ’승자독식‘ ’정글의 법칙‘은 기업 논리에는 통할지 모르나 교회 연합과 일치에는 독(毒)이다.

하나님 앞에서는 크고 작음도, 높고 낮음도 없다. 그런데 말이 쉽지 실천은 매우 어렵다. 그래도 한국교회가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명제에 해당한다. 그것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신뢰 회복도, 존중도, 포용도 어렵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한국교회가 이타적(利他的) 신뢰 회복으로 서로를 끌어안아 그 어떤 역경도 헤쳐나가게 되기를 바란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독교 종합일간지 '기독일보 구독신청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