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포럼
종교개혁 504주년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교회건강연구원이 주최하고 한국교회싱크탱크가 주관한 종교개혁 504주년 포럼 ‘종교개혁, 그 불꽃을 다시 점화하다’가 15일 오전 서울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신관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에선 손봉호 교수(서울대 명예교수)와 최 식 목사(다산중앙교회), 정성진 목사(크로스로드 이사장)가 주제발표했고, 이어 이장협 교수(백석대 윤리학), 엄창섭 박사(고려대 의과대), 이점봉 장로(경일교회)가 패널로 참여한 토론이 진행됐다.

한국교회건강연구원 이효상 원장은 “오늘 한국교회는 개혁이 끝난 교회가 아니다. 역사 속에서 끊임 없이 변화와 개혁을 계속해야 한다”며 “그런데 개혁 정신에 관심이 없으니 이를 이끌 영적 운동도, 영적 지도자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는 “개혁교회라면, ‘나부터 개혁’이라는 날마다 새롭게 변화하려는 눈물로 영적 지도력, 영적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며 “지금 한국교회는 개혁 정신 회복으로 교회의 본질을 보여주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했다.

“한국교회 전염병 대처, 종교개혁 모범에 충실하지 못했다”

이날 첫 발표자로 나선 손봉호 교수는 “종교개혁의 가장 중요한 공헌은 당시 천주교회에 상실된 성경의 권위를 회복한 것이고, 그 성경을 모든 사람이 읽을 수 있게 한 것”이라며 “한국 개신교 교단 대부분은 공식적으로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임을 고백하므로 종교개혁의 목적에 비교적 충실했고, 전도, 기도, 성경공부, 선교에 열심을 보이며 상당한 열매도 거두었다”고 했다.

손 교수는 “그러나 한국교회는 종교개혁자들만큼 성경을 올바로 해석하고 제대로 순종하는지는 의문”이라며 “특히 성경의 기복적인 가르침을 확대해석해서 번영신학을 한국교회의 지배적인 신학으로 만든 것은 종교개혁의 성경관에 크게 어긋나고 한국교회 타락의 뿌리가 됐다”고 했다.

종교개혁 포럼
손봉호 교수(오른쪽)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특히 그는 “전염병에 대한 한국교회의 대처도 성경의 가르침과 종교개혁의 모범에 충실하지 못했다”며 “코로나19와 관계해서 한국교회가 보인 최대의 관심사는 시민들의 건강과 생명 살리기가 아니라 대면예배였다. 공의와 자비, 희생과 봉사의 십자가 정신이 아니라 자체보존과 권리행사에만 관심을 집중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에 따르면 2세기 로마에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핍박받던 소수의 그리스도인들이 병에 걸려 죽게 내버려진 사람들을 구제하므로 불신자들의 칭찬을 받았고, 믿는 자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 그리고 1527년 독일에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루터는 피신하지 않고 남아서 환자들을 돌보면서도 “나는 감염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혹시 내가 조심하지 않으므로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켜서 그들을 죽게하지 않기 위해서 내가 꼭 필요하지 않은 곳에는 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이런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최근에 한국교회 지도자와 교인 일부는 정치적 이념에 지나치게 편향적이 되어서 교계와 사회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며 “배금주의 못지 않게 극단적인 이념 편향도 우상숭배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세상에 속하지 않는 ‘나그네’의 위상과 ‘오직 성경’의 종교개혁 정신에 충실하지 않다”고 했다.

“이상적 개혁, 교리 개혁과 영적 부흥 동시에”

이어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최 식 목사는 “종교개혁은 단순히 교리적인 개혁운동만이 아니라 영적 부흥운동의 성격이 있었다”며 “교리적인 개혁이 영적 쇄신운동에 의해서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것은 이념화 혹은 이데올로기화되기 쉽고, 반대로 영적 쇄신운동이 건전한 교리적 기초를 지니지 못하면 신비주의적 혹은 주관주의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최 목사는 “그렇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교회개혁은 교리적 개혁과 영적 부흥의 성격을 동시에 지녀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종교개혁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며 “어떻든 개혁자들의 중요한 관심은 하나님의 교회였고, 그들의 개혁운동은 한 마디로 ‘교회다운 교회 건설’”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한국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교회 공동체에 마땅히 있어야 할 영적 권위와 영성을 회복하는 일이고,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강단의 회복과 자성”이라며 “개혁교회는 한 번만 개혁하고 마는 교회가 아니라 날마다 자신을 개혁하는 교회”라고 강조했다.

“한국교회 미래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종교개혁 포럼
(왼쪽부터 순서대로) 이효상 원장(사회자), 손봉호 교수, 최 식 목사, 정성진 목사 ©김진영 기자

이날 마지막 발표자였던 정성진 목사는 “교회의 개혁은 목회현장에서 기득권을 가진 신뢰받는 지도자가 앞장을 서야 한다”며 “기득권을 가진 지도자들이 교회개혁의 필요성을 말하면서도 그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나거나 은퇴한 후에야 비로소 교회 개혁을 운운하니, 아무도 그를 신뢰하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정 목사는 또 “한국교회는 축복주의, 개교회주의, 성장주의, 이기주의에 집착한 나머지 공교회성을 상실하고,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종교가 되고 있다”며 “그것은 한국의 기독교가 성직자 등 특정인의 사유물로 전락하고, 민족에게 희망을 주던 교회는 세상 속에서 빛을 잃어버리고,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한 결과”라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자신이 가진 기득권과 리더십을 최대한 활용해 교회개혁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며 “우리가 이 시대 교회를 바로 세우지 않고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은 우리의 사명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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