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교회 박경양 목사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18세기 리스본 대지진이 코로나19 속 한국교회에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를 살펴봤다. 박 목사는 "1755년 11월 1일 아침 9시 40분 리스본에서 발생한 대지진은 전 유럽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대성당과 수도원, 궁전과 시청사, 주택과 별장 등 18세기에 새로운 건축에 대한 열망으로 지어진 화려한 건물들은 단 3분 만에 붕괴되었다"고 운을 뗐다.

또 "지진 이후 발생한 화재와 해일로 25만 명 중 3만 명이 넘는 리스본 시민이 사망했다. 특히 지진은 가톨릭교회의 축일인 만성절에 발생했기 때문에 성당과 수도원에서 미사를 드리던 신자들의 피해가 컸다. 만성절 미사를 위해 성당과 수도원에 모였던 수천 명의 신자가 죽음에 이르자 신자들의 신앙에 대한 심각한 실존적 물음이 이어졌다"며 리스본 대지진 사건을 회고했다.

박 목사는 "리스본 대지진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가톨릭교회였다. 당시 사회적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던 예수회는 불법 교역을 통해 막대한 재산을 소유했고, 사제들은 종교적 권위를 누렸다"며 "교회 첨탑이 숲을 이룬다고 할 정도로 성당과 수도원이 많았던 리스본은 신성한 하나님의 도시로 불렸다. 또 리스본 인구 25만 명인 중 2만 5천 명 정도가 수도사였고, 포르투갈 전체로 계산하면 전체 인구 3천만 명 중 20만 명이 성직자였다. 리스본은 거룩한 도성이라 불릴 만큼 신자들의 신앙도 열정적이었다"고 했다.

이처럼 종교적 위선과 탐욕이 도사리는 신앙의 도시에 리스본 대지진이 발생한 것이었다. 박 목사는 "리스본 대지진은 가톨릭 교권의 상징인 종교재판소, 종교재판소 부속 감옥, 교리를 이탈한 시민들을 감금하던 성당을 붕괴시켰다"며 "또 계몽주의 사상에 대한 탄압, 이단자 처형, 철저한 대중 통제를 통해 형성된 신앙의 도시가 대지진으로 붕괴되면서, 열정적 신앙과 종교적 광기 그리고 가톨릭교회의 신앙과 세계관도 동시에 붕괴되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리스본 대지진은 포르투갈이 새 시대로 나아가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며 "대지진 이후 리스본에 계몽주의 사상이 유입되면서, 이성의 시대가 도래했고, 포르투갈은 새로운 재건의 계기를 만들었다. 새로운 정신적 세계를 경험한 포르투갈은 경제와 교육제도의 근대화를 추진하고, 한편으로는 대중들을 계몽했다"고 했다. 또 "교회 권위와 신뢰를 붕괴시킨 리스본 대지진은 맹목적 신념이나 통속적 신앙을 근본에서부터 흔들었다"며 "신자들이 과거의 맹목적이고 통속적인 신앙을 벗어나 새로운 신앙의 세계로 나가는 길을 열었다"고도 했다.

리스본 대지진이 한국교회에 주는 교훈도 짚었다. 박 목사는 "코로나19로 위협받고 있는 지금, 한국교회의 상황은 18세기 리스본 대지진을 연상하게 한다"며 "한국교회는 1970년대 후반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해, 대형교회를 출현시키고, 예배당 건축과 선교사 파송 돌풍을 일으키며 세계에 그 위상을 과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지난 2년 동안 한국교회는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는 코로나19 전염 확산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팽배한 상황에서도 대면 예배가 신앙의 전부인 양 예배의 자유 운운하며 대면 예배 보장을 위해 싸웠다"며 "그 결과 교회 밖의 사람들은 한국교회를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이며, 배려와 존중, 연대와 공감을 잃어버린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집단쯤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또 "이로 인해 사회적 신뢰는 추락할 대로 추락했고, 교회의 선교는 큰 위기를 맞았다"며 "리스본 대지진이 가톨릭 교권의 상징들을 붕괴시켰다면, 코로나19는 지난 130년 동안 한국교회가 쌓아온 사회적 신뢰와 교회의 권위를 붕괴시킨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리스본 대지진이 그러했듯이 코로나19는 신자들의 신앙에도 큰 변화를 주었다"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예배가 일상화되면서 예배는 당연히 예배당에 모여 드려야 한다는 상식은 이미 깨진 지 오래다. 목사들이 코로나19에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으로 대응하면서 목사에 대한 신자들의 불신은 늘어나고 있다. 또 맹목적인 신념과 통속적인 관행에 기초한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신앙에 대한 신자들의 회의가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는 교회 안팎으로부터 사랑과 봉사, 배려와 존중, 연대와 공감의 실천을 강력히 요구받게 될 것"이라며 "리스본 대지진 이후 포르투갈 교회가 새로운 신앙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듯이,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는 새로운 신앙의 길을 강요받게 될 것이며, 그 새로운 신앙의 핵심은 행동하는 신앙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목사는 "한국교회는 지금, "믿음에 행함이 따르지 않으면, 그 자체만으로는 죽은 것이다."(야고보서 2:17)라고 했던 성서의 말씀을 진지하게 다시 읽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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