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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셀름 그륀의 '아래로부터의 영성' ©심광섭 박사 페이스북 캡처

심광섭 박사(감신대 전 교수)가 '영성과 예술'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안셀름 그륀의 '아래로부터의 영성' 전,후반부를 마치면서 그륀의 영성이 주는 의미를 곱씹었다.

심 박사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륀은 '아래로부터의 영성'을 나의 이성적 생각만이 아니라 감성의 느낌들과의 대화 속에서, 나의 건강만이 아니라 질병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의 기쁨과 즐거움만이 아니라 내가 받고 겪은 상처들, 아픔들과의 교제를 통해, 나의 능력과 인생 성공만이 아니라 무능과 실패의 체험을 통해 전개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행스럽다. 실수를 누가 하고 싶겠는가? 그러나 <아래로부터의 영성>은 완벽함만이 아니라 실수를 저지름에서도 영성이 배양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영성'을 성경이나 교회의 가르침, 이상적인 도덕으로부터 시작하지 않고 인간의 허물과 과오, 고통과 질병, 상처와 아픔, 실패와 좌절, 불안과 우울 등이 하느님을 느끼고 만나는 방해물이 아니라는 것에 얼마나 용기를 얻는가"라고 했다.

이어 "따라서 인생의 이런 부정적 경험들을 억압하거나 감추지 말고 예수께서 세리와 죄인과 사귀었듯이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니 얼마나 마음이 좋은가! 인생 살면서 밑바닥 체험을 여러 번 겪으면서 살 것인데, 그 체험이 하느님의 징벌이 아니라 하느님이 임하는 아름다운 마음의 공간이 될 수 있다니 얼마나 신기한가. 하느님을 하늘로 날아올라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천길만길 나락으로 떨어진 곳이 참나를 발견할 수 있는 자리이며 바로 그곳에서 하느님을 더 잘 만날 수 있다 하니 얼마나 놀라운가"라고 감탄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래로부터의 영성'을 다 읽고 그륀에게 질문이 하나 생긴다. 이 말들이 종교적 위안이나 또 다른 진정제는 아닌가? 이 말이 고통을 근본적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숨기는 또 하나의 진통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옆으로 1m라도 움직여, 이런 밑바닥의 어두움 속에서 곤궁하고 궁핍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강력한 연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아래로부터의 영성'은 또 하나의 현란한 종교적 위로나 진정제에 지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혁명은 바라지도 않지만 내 방도 바꾸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했다.

심 박사는 "물론 모든 종교적 가르침은 인간의 마음을 다지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불교는 삼계유심(三界唯心)을 말하고, 유학에서도 심통성정(心統性情)의 가르침이 있고, 성경은 잠언 16:32에서 "노하기를 더디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 하고 말한다"면서 "자기의 마음부터 지키고 다지며 세우지 못한다면 어떻게 세상의 정의를 생각하며 나랏일을 잘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륀도 '아래로부터의 영성과 공동체'를 제시하지만 상대적으로 좀 짧다. 그래도 그가 『수도원에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를 요헨 차이츠(독일의 스포츠 용품 기업 푸마의 최고 경영자)와 함께 썼으니 좀 더 지켜볼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라고 했다.

한편 심 박사에 따르면 그륀이 말하는 아래로부터의 영성이란 하나님께서 성서와 교회를 통해서만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통해, 우리의 생각과 느낌들, 우리의 육체와 이상들, 우리의 상처와 나약함들을 통해서도 말씀하시는 것을 의미한다.

심 박사는 "아래로부터의 영성은 하나님의 음성을 나의 생각과 느낌, 나의 고통과 질병 속에서 듣고 하나님께서 만든 참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나의 한계 지점에서 하느님을 만나다"고 했다.

반면 위로부터의 영성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이상적인 요소를 제시하고, 그것은 우리가 실행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요소이며 언젠가는 마침내 채워야 하는 것이다"라며 "그러나 이들은 자신이 설정해 놓은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어두운 부분을 억압하고 이 어두운 부분을 다른 것들에 투영시켜 그것들에 대하여 비난하고 격분하게 된다. 자기 마음 안에 있는 악을 억압하거나 배제하는 행위는 다른 이들을 죄인으로 몰아세워 자주 그들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잔인하게 대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한다"고 했다.

심 박사가 축약한 아래로부터의 영성의 특징 △우리의 삶을 위한 하나의 새로운 샘을 발견하기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아래로 깊이(삶의 한계상황) 내려가야 한다. 말라버린 텅 빈 우리의 삶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아래로 내려가야만 한다 △변화를 가져다 주는 힘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의식의 세계, 이 지상의 세계가 아니라 오직 깊은 곳(삶의 새로운 차원)이다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신뢰, 자신을 내맡기는 것, 자신을 내놓는 것, 일이 생겨나도록 두는 것 등을 거치게 된다 △오직 생명의 소리를 듣는 사람만이, 그 소리를 듣고 순응하는 사람만이 깊은 곳에서 생명의 샘(새로운 지평선, 내면의 세계)을 발견할 수 있다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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