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위한 구약윤리
현대를 위한 구약윤리

채영삼 백석대 교수가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현대를 위한 구약윤리』(IVP, 김재영 역)에 대한 서평글을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신약 교회를 위한 구약윤리'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그는 "구약의 시민법(civil law)은 오늘 날 신약의 교회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신약의 교회가 '세상 속에서' 살아가려 할 때, 구약의 언약 백성이 그들의 구원을 사회, 경제, 정치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배우고 따랐던 시민법들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 책의 제목(Old Testament Ethics for the People of God)이 시사하는 대로, 오늘 날의 교회가 신약에서 말하는 '구원과 구원 받은 교회의 삶'을 위해서, 이런 책은 신약의 교회에게 유용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더 정확히 말하면, 신약의 교회가 자신이 받은 구원과 구원 받은 삶을 이해하기 위해, 구약의 언약 백성이 따랐던 '구원 받은 백성의 사회적, 경제적 윤리'를 참고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고 했다.

채 교수는 "사실, 신약이 '구원과 교회'에 대해서는 많은 말을 하지만, 그런 교회가 '세상 속에서, 사회, 경제, 정치적 영역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약에서 '왕국'을 이루며 살았던 언약 백성의 경우와는 달리, 그리 직접적이지 않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면, 신약의 교회가 받은 구원과 그 구원 받은 삶에는, 사회, 경제, 정치적 차원의 윤리가 필요 없게 된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신약이 매우, 종말론적이고 또한 영적인 구원을 말하는 것 같아도, 그런 구원이, 구약에서 말해 온 언약 백성의 '사회, 경제적, 정치적 윤리'를 제외한 것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신구약의 통합적 관점의 필요성을 제기한 그는 "오히려 구약의 제의법(ritual law)을 성취한 경우처럼, 예컨대 '땅'과 관련된 구약의 시민법의 요구도 '성취'하고 '그 수준을 넘어서면' 서는 것이지, 그것과 분리되는 것도, 그것을 제외시키는 것도 아니며, 도리어 그 성취를 '전제하고 있는' 것임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구약의 시민법은 오늘 날 교회에게 어떤 식으로 적용되어야 하는가? 예컨대, 구약에서 '왕국'을 이루며 살았던 옛 언약 백성을 향한 예언자들의 질타를, 오늘날 그대로 '공공신학'의 이름으로 '세속 국가' 안에 살아가는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적용할 때, 그것은 '착시현상'인가 아니면, '적법한 사용'인가?"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이어 "반면에, 땅을 분배 받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국가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던 옛 언약 백성에게 주어졌던 시민법을, 오늘 날 '개인들이 모인 교회 공동체' 안에 적용하여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하며 적절하지 않은 적용인가? 아니면, 구약의 시민법을 '우선적으로' 교회 공동체 안에 적용하여 실현하고, 그 모델을 세속 국가 안에 살아가는 사회, 경제적 주체들에게 어떤 '증거와 도전'으로 제시하는 방식이 옳은 절차인가?"라고 다시 물었다.

채 교수에 따르면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패러다임적'이고, '예표론적'이고, '종말론적'인 필터들을 거쳐서, 구약의 이러한 시민법적 윤리들이, 구약과 신약의 언약 백성들이 세상 속에서 따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채 교수는 그러나 "저자가 구약의 윤리를 신약의 상황에 '방법론적으로 적절하게 연결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지 않다. 예를 들어, 저자가 구약의 언약 백성에게 주어진 '땅에 관한 윤리'를 신약에서는 코이노니아의 '물질적 나눔' 정도로 설명하는 경우는 잘못 짚었거나 제한적으로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더 정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것은, 오늘날 신약의 교회가 받은 구원을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생태적인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시민법을 포함한 구약의 율법의 내용들이 촉발하는 '성경적 상상력'(biblical imagination)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약의 배경 없이 신약을 읽는 것은, 종종 마치 자막만 나오는 영화를 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무엇보다, 신약의 교회가 받은 구원이 단지 '죄 사함 받고, 천당 가고, 세상 복 받는' 정도가 아니라, 구약의 언약 백성이 출애굽과 함께 새로운 사회, 경제, 정치적 비전과 '시민법'적인 윤리를 함께 받았던 것처럼, 새 언약 백성인 우리가 받은 구원 역시 그런 차원들을 포함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진지한 일독을 권하고 싶다"며 글을 맺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