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세의 성서화 위트레흐트 시편집 가운데 시편 23편의 성서화.

성서화(Biblical Art)는 통상적인 종교화나 성화가 아니라, 기독교의 경전인 신구약성경의 사건과 이야기를 그림이나 조각 등으로 표현한 예술작품을 말한다. 그러므로 성서화는 「그림으로 보는 성경책」이라 할 수 있다.

중세의 성경은 히브리어로 쓰인 구약원전이나 헬라어로 번역된 70인역(BC 285~246) 그리고 제롬(Jerome) 등이 번역한 라틴어본인 벌게이트(Vulgate) 등으로, 일부 사제나 율법학자의 전유물일 뿐 일반 신자들은 읽을 수 없었던 성경이었다.

따라서 중세에 사제나 귀족들이 사용하던 고전책자인 모세오경(Pentateuch), 시편집(Psalter), 신약성경(Bible), 복음서(Gospels), 묵시록(Apocalypse)과 그 외에도 각종 주석서(Commentary), 미사경본(Missal)과 성무일과서(Hours) 등의 성서와 기도서가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다.

이러한 성서관련 책자에는 소장하는 사람의 신분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장정과 삽화가 많이 그려져 있다. 또한 히브리어, 헬라어와 라틴어를 모르는 일반 신자들도 성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오늘날의 어린이 그림책같이 성경이야기 그림을 많이 수록하게 되었다.

인쇄술의 발달로 1456년 구텐베르크 성경이 나왔지만 이 또한 라틴어 성경으로 일반인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모든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종교개혁 후 1522년 마틴 루터의 독일어 번역 성경과 1526년 윌리암 틴테일의 영어성경 번역본이 나온 이후였다. (편집자 주: 윌리엄 틴데일은 히브리어와 헬라어 원어 신약성경을 영어로 번역하고 6,000권을 인쇄해 출판했지만 영국의 주교들은 출판된 성경을 할 수 있는 한 반입해 소각시켰고, 주후 1536년 10월 윌리엄 틴데일은 화형을 당했다. )

특히 책의 규모면에서 다른 채식필사본보다 초대형(330 × 255mm)이며, 10세기의 앵글로색슨미술에 큰 영향을 준 시편집이다.

▲ 왼쪽 위에 도우시는 하나님의 손이 있고 아래로 물가에서 쉬고 있는 양떼들이 있다. 오른쪽 위에 주의 장막이 있고 옆에 원수의 앞에서 베푸시는 상이 있다.

위트레흐트 시편집(Utrecht Psalter)은 중세 성서화의 특징을 가장 쉽게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이 시편집은 카롤링거왕조 시대에 오늘날 네덜란드 중부지역인 오빌레(Hautvillers)의 베네딕트 수도원의 에보(Ebbo) 주교를 위해 인근 북부 프랑스의 랭스(Reims) 화파의 화가가 AD 820~835년 제작한 예배낭송용 시편집이다.

이 시편집은 카롤링거왕조 미술의 대표적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카롤링거왕조 미술은 중세 샤를마뉴 대제의 재위기간(AD 768~814)에 형성되어 9세기 후반까지 계속된 고전적 양식으로 로마제국의 초기 그리스도교 미술로 르네상스(부활, 재생이라는 뜻의 프랑스어)하자는 이상적인 미술 사조였다.

이 시편집에 삽입된 166종의 풍경들도 고대 로마의 대저택을 장식했던 벽화들을 연상하게 그리고 있다.

또한 이 시편집은 당시의 아름다운 채식필사본(Illuminated Manuscript)이다. 세밀화인 미니어처(Miniature)같이 양피지에 그렸으나 색채를 쓰지 않아서 제작비가 적게 들고 빨리 제작할 수 있는 기법으로 유명하다.

시편집의 그림을 보자. 이 도판은 우리가 애송하는 시편 23('여호와는 나의 목자')을 라틴어로 쓰고 중간에 삽화를 삽입하고 있다.

잔잔한 물가 언덕에 앉아있는 나를 향해 나의 목자이신 여호와의 손이 하늘로부터 내려와 나를 지켜주고 있다. 양과 염소 떼는 푸른 풀밭에 쉬고 있다.

▲ 왼쪽에 있는 시편 23편의 저자 뒤에 천사가 지팡이를 전해주고 있으며 대각선 밑에 있는 여러명의 적들이 그를 향해 화살을 쏘고 있는 그림이다.
시를 낭송하는 나의 뒤에는 천사가 어떤 위험도 다 막을 수 있는 주님의 지팡이와 막대기를 나에게 주고 있다

시내 건너 대각선에는 한 무리의 원수들이 나를 향해 무서운 화살을 쏘고 있다. 이러한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도 주님은 원수가 보는 앞에서 내 앞에 상을 가득 차려주시고, 내 머리에 기름을 부어 주고 있으며 내 손에 든 잔은 넘치고 있다.

하나님의 손이 언제나 지켜주시므로 나는 제단에 커튼이 드리워진 주의 장막에서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소망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편 23편은 기독교인들이 언제나 부족함이 없는 '궁핍으로부터의 자유', 원수들의 위협과 각종 두려움을 물리칠 수 있는 '공포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이 세상 나라와 권력이 줄 수 없는 '죽음으로부터의 해방과 존재의 자유'라는 기독인의 특권 세 가지를 쉽게 보여 주고 있다.

잔잔한 시냇물 가에서 영원히 주리지도 않고 목마르지도 않게 하는 생수는 에덴동산과 에스겔서의 환상, 사마리아 우물가의 여인과 마찬가지로 진리로 인해 자유케되는 우리 삶의 영원한 소망이요 축복이라 하겠다.

■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신성대학교 교수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시설국장(1989~1994),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미암교회(예장 통합) 장로이기도 한 강 교수는 1992년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그는 35년간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를 모으고 있다. 그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은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2011년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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