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광교회 유정성 목사(기장 총회장)는 지난 달 교회 전기료를 확인하고 눈을 의심해야 했다. 평소 100만 원 이내로 나오던 전기료가 2배 이상 많이 부과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기를 과도하게 쓴 적도 없었다. 한국전력에 문의한 결과 올해부터 전기료 부과 방법이 바뀌었단다. 알고 보니 비슷한 처지의 교회들이 많았다. 그러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늘 그 만큼 쓰던 전기인데 조금도 아니고 몇 배나 더 내야 한다면, 이는 분명 잘못됐다는 판단에서다.

한전이 올해부터 전기 ‘초과사용량’에 대한 정책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계약전력 1kw당 월간 450kwh 초과사용시 그 양에 해당하는 부가금을 매겼다. 예를 들어 계약전력 10kw의 한 식당이 월 4600kwh의 전력을 소모하면, 초과된 100kw에 대한 부가금을 내는 식이다. 즉 한번에 얼마를 사용하든 중요한 건 월 ‘총사용량’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턴 월 총사용량과 함께 계약전력(20kw 이상 저압사용자에 적용)을 초과해도 부가금을 내야 한다. 계약전력이란 보다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해 공급자와 수요자가 맺는 일종의 약속이다. 보통 가정집은 7~10kw이지만 사업장 등은 20~50kw 등으로 다양하다. 한전은 지난 해 초유의 정전사태를 겪으면서, 계약전력을 초과해도 부가금을 매기는 소위 ‘피크제’로 전기료 부과 방법을 바꿨다. 월 총사용량이 많은 것보다 한번에 계약전력 이상으로 전력이 집중되는 것이 정전을 일으키기 더 쉽기 때문이다.

▲ 교회는 평일에 비해 주일 전기 사용량이 집중되기에, 변경된 전기료 부과방법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상기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피크제’는 계약전력 초과분에 대해 2.5배의 부가금을 매긴다. 가령 계약전력이 30kw인 한 회사가 어느날 이를 초과해 40kw를 썼다면, 전기료는 30kw에 해당하는 168,300원(30*일반용 저압의 1kw당 기본요금인 5천610원)과 초과한 10kw의 전기료 140,250원(10*5,610*2.5)를 합해 308,550원이 된다. 이전에는 224,400원(40*5,610)만 내면 됐지만 바뀐 정책으로 84,150원을 더 내야 하는 것이다.

유 목사의 신광교회도 이 때문에 이전보다 전기료가 2배 정도 더 나왔다. 교회일 경우 그 특성상 예배가 있는 주일에 전력이 집중되는데, 이로 인해 계약전력을 쉽게 초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주일에 전기를 많이 써도 평일에 적게 쓰면 서로 상쇄가 돼, 월 총사용량이 상한선을 넘어야 부과되는 ‘부가금’을 낼 걱정이 없었지만, 올해부턴 하루라도 계약전력을 초과하면 부가금을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한 교회 목회자는 “평소 쓰던 것 이상으로 전력을 소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전이 이 같은 조치를 취했지만, 교회는 특정한 날 전력을 집중해서 쓸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다”며 “약간의 절전은 할 수 있으나 예배를 아예 드리지 않는 이상 주일에 계약전력 이하로 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만약 ‘피크제’가 계속 시행된다면 이는 한국교회 전체가 당면한, 매우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교회들이 뜻을 모아 한전측에 입장을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과도한 부가금을 피하기 위해서는 증설을 통해 계약전력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증설비용은 계약전력을 1kw 높이는 데 약 7만 원 정도가 든다. 그러나 교회의 경우 계약전력을 평균 약 100kw는 늘려야 해 비용 면에서 부담이 크다.

이를 의식한 듯 이 관계자는 “정책이 갑작스레 시행돼 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문의가 많다”며 “방앗간 같은 경우 명절을 맞으면 (어쩔 수 없이) 전력 사용량이 일시에 몰릴 수 있다. 이런 분들에겐 전기료를 바로 청구하지 않고 유예 기간을 드리는 등 현재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아마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측에서도 이미 어느 정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 소속 교단들을 중심으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오는 17일 아침 7시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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