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 1000회째 열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에서 염수정 추기경이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뉴시스

[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세덕 신부)가 남북 평화를 기원하며 20년 동안 매주 화요일마다 봉헌해온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가 6일 1천회를 맞았다. 평소 해당 연도에 사제품을 받은 새 사제들이 화해미사를 집전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 화해 미사는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인 염수정 추기경이 직접 집전했다.

이날 강론을 맡은 최창무 주교는 "이북을 불쌍해서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도리다"라고 말한 김수한 추기경의 말을 인용하며 "민족끼리 화해, 나눔운동은 그리스도인이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자부심을 베풀고 여유를 갖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 대화에 있어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화합해야 한다"며 "정치책임자들이 '동이불화(同而不和,겉으로는 동의하면서 속은 그렇지 않음)'진정한 대화가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주교는 "남북갈등 뿐만 아니라 이제 남남갈등도 심각하다"며 "남남갈등 화해를 위해서도 기도해야한다"고 강론에서 당부했다.

6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 1000회째 열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에서 염수정 추기경이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뉴시스

화해미사 집전을 맡은 염수정 추기경은 인사말을 통해 "화해미사를 통해 우리가 화해하고 서로를 감싸고 받아들이는 상황으로 변화해 갈 것"이라면서 "통일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노력하자"라고 말했다. 또 이산가족 상봉을 촉구할 때는 "매년 3800여 명의 이산 가족들이 연로와 병세로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과 관련해선 "지난 5월 개성공단을 방문해 60여 ㎞밖에 안되는 곳을 몇 천리 몇 만리나 되는 것처럼 살아왔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며 "개성공단에서 남북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본 만큼 개성공단 사업이 어떤 이유로든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천주교 민족화해위원장을 맡은 이기현 주교도 인사말에서 "같은 말을 쓰는 한 식구이면서도 조건없이 한 식구로, 형제로 지내는데 부족했다. 교회도 부족한 것이 있었다"며 "독일 정부, 독일 교회가 했던 역할을 우리도 때늦은 감은 있지만 열심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두 시간여 계속된 화해미사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올리고 노래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6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 1000회째 열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에서 미사 시작 전 학생 성가대가 성가를 부르고 있다.   ©뉴시스

이 미사는 1995년 3월7일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첫 미사를 집전한 것을 시작으로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명동성당에서 치러져왔다.

이날 미사에는 염수정 추기경과 초대 민족화회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최창무 대주교를 비롯해 이기헌 의정부 교구 주교, 황인국 평양교구 서리 대리 몬시뇰, 최창화 몬시뇰(전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위원장), 함제도 신부 메리놀 외방 전도회 한국지부장, 한정관 신부 등 교계 인사를 비롯해 개성공단기업협회 정기섭 회장 및 임원진, 민족화해위원회 창립 멤버인 조강 고려대 교수, 김성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신자 650명이 참석했다.

한편, 평양의 장충성당 신자들도 같은 시간에 명동성당 신자들과 함께 기도했다. 이는 천주교 민족화해위원회와 조선카톨릭협회가 지난 1995년 8월 15일 프란치스코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함께 봉헌하기로 합의한데 따른 것으로 지난 26차 화해미사때부터 이뤄졌다.

이와 함께 천주교 민족화해위원회는 1천회 화해미사를 계기로 분단 전 북한지역에서 활동한 54개 천주교 성당 중 한 곳에 영적으로 속하도록 하는 기도운동인 '영적신자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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