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외국은행 국내지점(외은 지점)의 경영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6일 금융권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은 지점의 총 당기순이익은 2009년 2조4천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후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10년 1조5천억원으로 감소한 당기순이익은 2011년 1조3천억원, 2012년 1조원, 2013년 9천억원으로 줄었다. 4년 만에 순익이 61% 급감한 것이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는 같은 기간 0.83%에서 0.36%로 줄었고, 자기자본순이익률(ROE) 역시 22.56%에서 5.42%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국내 시중은행의 ROA는 0.39%에서 0.34%로, ROE는 6.12%에서 4.57%로 줄었다.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수익성이 국내 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추락한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2009년은 외은 지점이 '땅 짚고 헤엄치는' 수준의 수지 맞는 장사를 하던 때였다.

한 외은 지점 관계자는 "2008년 미국 금리 하락으로 외은 지점의 조달금리는 낮아진 반면, 한국 금융기관들은 신인도 하락과 유동성 악화에 따라 고금리로 외화를 차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외은 지점들이 낮은 조달금리로 본국에서 돈을 들여와 외화대출과 국내채권 투자로 짭짤한 이자수익을 올렸다는 설명이다.

실제 외은 지점의 이자순익은 2007년 4천억원에서 2008년에는 1조8천억원으로, 2009년에는 2조6천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또 한국 외환시장이 급격한 자본 유출로 출렁이면서 외은지점들은 2009년 한 해에만 환율·파생상품 관련 거래로 1조8천억원의 순익을 거두기도 했다.

2009년 순이익 1천억원 이상을 기록한 외은지점은 HSBC(3천261억원), JP모건체이스(2천288억원), BNP파리바(2천32억원), 미쓰비시도쿄UFJ(2천27억원), 크레디트스위스(1천953억원), 도이치(1천419억원),ING(1천359억원), 미즈호코퍼레이트(1천219억원), BOA(1천87억원), DBS(1천85억원) 등 10곳에 달했다.

대부분 보유자산 규모가 큰 대형사들이다.

그러나 2008∼2009년의 '호시절'이 끝나자 외은지점의 실적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2013년 기준 외은 지점의 이자 순익은 1조6천억원으로 2009년(2조6천억원) 대비 38% 수준으로 급감했다. 환율·파생상품 관련 이익은 2010∼2013년 연평균 427억원의 순익을 올리는데 그쳤다.

시장의 변동성이 작아지고 외환·파생 분야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전반적인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다.

정부가 급격한 외화 유입을 막고자 2010년 선물환포지션 한도 규제와 2011년 외환건전성부담금 제도를 도입한 것도 단기차입자금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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