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국가정보원이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제1협조자에 이어 국정원 제2협조자 김모(60)씨에게도 허위 진술서 작성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우수) 심리로 열린 김씨와 국정원 대공수사팀 김모(48) 과장에 대한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 혐의 등에 관한 1차 공판에서 김씨는 이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김씨는 김 과장과 공모해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유우성(34)씨 출입경기록을 위조한 혐의를 받는 인물이다.

진술에 따르면 김씨는 유씨 재판 과정에서 증거조작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김 과장의 전화를 받고 한국에 입국했다.

김씨는 "(한국에 입국할 때까지 김 과장을) 무역하는 사람, 장사하는 사람으로 알고 지냈다"며 입국 이후에야 김 과장이 국정원 직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어 "(김 과장이) '다 죽게 됐다, 이걸(진술서) 써야 한다'고 말했다"며 "(김 과장이 준) 서류에 적혀있는 대로 진술서를 썼다"고 진술했다.

김씨 진술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김 과장은 김씨와 단 둘이 앉아 "이제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겠느냐"며 국정원 직원이라는 신분을 강조하고 화를 내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김씨는 "(진술서를 쓸 때) 기분이 아주 안 좋았다"면서도 "(왜 허위진술서를 써야 하는지) 물어볼 형편이 못됐고, 만약 물어봤다면 손찌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김씨가 쓴 자필진술서에는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유씨 출입경기록을 이모 허룽시 공안국 과장으로부터 발급 받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앞서 지난해 3월 기소된 조선족 국정원 제1협조자 김모(62)씨도 김 과장과 검찰 진술 내용을 서로 맞춰봤다고 진술한 바 있다.

제1협조자에 이어 제2협조자도 국정원의 개입으로 허위진술서를 썼다고 주장하면서 국정원이 '증거 조작'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진술 조작'까지 강행했다는 의혹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씨는 이날 공판 내내 "유씨 출입경기록을 위조한 사실이 없고 (위조 대가로) 돈도 받은 적이 없다"며 자신은 지인 왕모씨와 김 과장 사이의 '단순한 전달자'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또 기존 '현직 허룽시 공안국 직원'으로 진술했던 왕씨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중국과 북한의 국경 지대에서 수산물을 장사하는 사람'이라고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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