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회 세습 방지법 논란의 핵심은 무엇인가?

정진오 목사ㅣLCMS 한인담당 부목사   ©미국시온루터교회(LCMS)

최근 한국 교회의 주요 교단들이 교회 세습 방지법을 두고 큰 논란에 휩싸였다. 교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앞장서 "목회자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에게 담임 목사직을 세습하는 행위는 반성경적이며 하나님 뜻에 어긋나므로 교회법으로 제정해 철저하게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의식하듯 각 교단들은 앞 다투어 "부모가 담임자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는 연속해서 동일교회의 담임자로 파송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교회 세습 방지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인지 서울의 일부 대형교회들은 교회 근처에 새로운 교회 건물을 짓는 편법을 동원해 교회를 대물림하고 있다. 더구나 교회 개척을 위해 수백억이 지원되고, 심지어 교인들까지도 이동시키고 있다. 말이 개척이지 실상은 교회 세습과 다름없다.

교회 세습 방지법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담임 목사직 승계가 사실상 엄청난 특혜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한국 사회의 상황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대부분 그 자녀들에게 기업의 오너 자리를 대물림 한다. 그들은 너무 쉽게 단지 '대기업 오너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부와 명예를 물려받는다. 이는 일반 국민들의 사회적 반감과 허탈감을 불러일으킨다. 실상은 이러한 사회적 현상이 교회 세습에 관한 논란에도 투영되어 이 법을 찬성하는 자들은 부와 명예를 수반하는 담임 목회자직이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승계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교회는 대기업처럼 부와 명예의 자리가 아니라, 영적인 리더로 섬기는 자리이며, 하나님의 소명을 받고 성실하게 목회의 길을 걸어온 자들에게 교회 세습 방지법은 또 다른 역차별 법이라고 주장한다.

2. 교회 세습에 관한 이러한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직계 가족들' 또는 '부목사' 등 특정인을 담임 목회자로 세울 수 없다는 현행 교회 세습 방지법은 수정되어야만 한다고 본다. 그것은 앞서 말한 대로 또 다른 역차별일 수 있고, 편법만 낳을 뿐이다. 단지 '직계 가족', '부목사'라는 이유만으로 담임 목회자로서의 자격 요건까지 제한하는 현행법은 분명 논란의 소지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특정인을 원천 배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수긍하고 인정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목회자 청빙 시스템을 제도화하는 일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담임 목회자 한 사람의 역량이 아닌, 교회 모든 회중이 함께 참여하여 이루어가는 청빙 절차 제도를 확립하는 일이다. 이에 대한 한 예로 필자가 섬기고 있는 미국 루터 교회의 목회자 청빙 절차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교회법으로 65세 또는 70세로 은퇴 시기를 정해놓은 한국 교회와는 달리 미국 루터교 목회자들은 은퇴 시기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대부분은 사회 보장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인 62세부터 여건에 따라 다소 자유롭게 은퇴 시기를 결정한다.

대신 목회자는 적어도 2-3년 전에는 교회에 은퇴시기를 알리고, 교회는 목회자의 은퇴준비와 새로운 목회자를 찾는 일을 시작한다. 한국 교회와 마찬가지로 청빙 위원회(Call Committee)가 조직되고, 목회자 은퇴와 새로운 목회자 청빙에 필요한 제반 사항과 재정 등을 계획하고 준비한다. 그렇다면 미국 루터교회의 청빙 과정이 한국 교회와 크게 다른 점은 무엇인가?

첫째, 한국 교회 청빙 위원은 대부분 장로들로 구성되지만, 미국 루터 교회는 대부분 교인들에 의해 선출된 자들로 구성된다. 담임 목회자는 청빙 위원회에 단지 자문위원 자격으로 조언할 뿐 모든 사항은 청빙 위원회에서 준비하고 결정한다.

둘째, 한국 교회는 청빙 위원회가 목회자를 찾는 일을 먼저 시작하지만, 미국 루터 교회는 먼저 일년 동안 모든 교우들과 함께 지금까지 교회가 걸어온 길, 현재 교회의 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젼을 세운다. 그리고 이러한 비젼과 방향에 맞는 목회자 자격 요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한국 교회는 담임 목회자 청빙시 학력과 설교를 중요시 하나, 미국 루터 교회는 목회자 설교뿐 아니라 후보 목회자의 목회 경력이 교회 비젼과 부합하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한다.

셋째, 한국 교회는 대개 담임 목회자가 추천한 후보 목회자를 청빙 위원회와 교회가 승인하는 방식이지만, 미국 루터 교회는 모든 교인들로부터 목회자 자격 요건에 적합한 목회자를 추천 받는다. 적합한 목회자가 없는 경우, 청빙 위원회는 노회 그리고 교단에 이러한 비젼에 적합한 목회자를 추천 받는다. 그 후 제출된 서류와 추천서를 토대로 여러 차례 회의와 검증 단계 그리고 인터뷰를 거쳐 후보군을 압축한다. 미국 루터 교회 청빙 위원회는 2-4명의 후보 목회자를 한 사람씩 교회로 초청하여 모든 교인들과 질의 응답하는 시간을 갖는다. 누구나 자유롭게 후보 목회자에게 질문할 수 있고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넷째, 마지막 단계인 교인들의 투표 역시 한국 교회와 사뭇 다르다. 한국 교회는 담임 목회자가 추천한 목회자를 대상으로 찬반을 결정하는 반면, 미국 루터교회 청빙 위원회는 최소한 2명 이상의 복수 후보 목회자를 대상으로 투표가 진행된다. 이를 위해 청빙 위원회는 인터넷을 통해 후보 목회자의 설교 동영상뿐만 아니라, 그 간의 청빙에 관한 모든 서류들도 공개한다. 교인들은 공개된 모든 서류들을 참고하여 투표를 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담임 목회자가 결정된다.

참고로 한 가지를 더 부연하자면, 한국 교회는 목회자 청빙시 사례비 책정과 연관하여 논란이 많은데 반해, 미국 루터교회 청빙 위원회는 그러한 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 이유는 매년 노회 혹은 교단이 목회자의 학력과 목회 경력을 바탕으로 '목회자 사례비 안내문'을 제정하기 때문에, 청빙 위원회는 여기에 근거해서 목회자 청빙시 사례비를 책정하면 된다.

참고로 한 가지를 더 부연하자면, 한국 교회는 목회자 청빙 시 사례비 책정과 연관하여 논란이 많은데 반해, 미국 루터교회 청빙 위원회는 그러한 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 이유는 매년 노회 혹은 교단이 목회자의 학력과 목회 경력을 바탕으로 '목회자 사례비 안내문'을 제정하기 때문에, 청빙 위원회는 여기에 근거해서 목회자 청빙 시 사례비를 책정하면 된다.

미국 루터교회가 온 회중이 참여하는 이러한 청빙 절차를 제도화하고 중요시하는 데는 '성령의 뜻과 역사'가 교회의 온 회중을 통해서 드러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미국 루터교회의 청빙 제도가 여전히 담임 목회자의 영향력이 큰 한국 교회의 상황을 고려해 보면, 아직은 여러 면에서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교회가 교회 세습에 대한 여러 비판과 우려를 단지 '직계 자녀의 교회 세습 반대', '부목사의 담임 목사 승계 반대' 등의 규정으로 일시적으로 모면하려고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목회자 청빙 절차를 제정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훨씬 더 근본적이고 중요하지는 않을까?

정진오 목사는… 루터 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 신학과에서 석사와 박사를 취득한 그는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리서치 펠로우(Research Fellow)와 예일 신학대학원 방문연구원(Visiting Scholar)을 거쳐 현재 미국 시온 루터교회(LCMS) 한인담당 부목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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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교회세습 #루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