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태 교수   ©갈렙바이블아카데미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첫 강의였던 지난 13일 손석태 박사(개신대학원대학교 전 총장, 현 명예총장)는 '창세기의 언약 사상'에 대해 설명했다.

손 박사는 "창세기 신학의 핵심은 언약 사상"이라고 말하며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고대근동의 정치조약으로부터 유래했다는 점에 동의하며 따르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고대 근동세계의 민간에 있었던 결혼 계약이나 입양 계약이 성경의 계약 개념의 기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약' 개념, 고대근동 종주와 속주의 정치 조약서 비롯

그는 "히타이트 제국은 그들의 정복한 나라와 더불어 주종관계의 조약을 맺었고, 그들이 작성한 조약서에는 일반적으로 전문, 역사적 서문, 규정, 조약의 보존과 낭독에 관한 규정, 조약의 증인 목록, 축복과 저주 이 6가지 요소가 포함됐다"고 했다.

이 조약은 정복자.종주와 피정복자 속주가 맺는 군신관계의 불평등조약이기 때문에 조약문서의 전문에 종주는 자기를 대왕(the great king)이라고 부른다.

역사적 서문에는 조약 당사국 사이에 있었던 일들, 예를 들어 속주가 종주에 대해 충성했던 일이나 반역을 저질렀던 일련의 사건들을 언급한다.

조약규정은 종주와 속주의 상호 의무 규정으로 속주는 종주에 대하여 철저하게 충성.복종해야 하며 일정한 양의 조공을 바칠 것을 기술하고 종주는 속주를 군사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보호해줄 것을 약속한다.

보존규정은 조약 문서를 보존하고 공중 앞에서 적어도 1년에 한번씩은 낭독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조약의 증인 목록에는 많은 신들의 이름을 나열, 종주국의 신들은 종속국의 신들보다 거의 2배나 많다. 결혼이나 입양, 이혼과 같은 경우에는 왕이나 왕의 대리자 앞에서 서명함으로 법적구속력을 갖게 했지만 국제조약의 경우는 신들이 증인이 됐다.

마지막 축복과 저주의 항목에는 조약에 충실한 속주는 복을 받고 편안하게 살 것이지만 반역할 경우에는 그 자신은 물론 가족들과 재산, 그의 백성까지도 다 진멸될 것이라는경고가 담겨 있다.
손 박사는 "우리는 이같은 봉신관계와 유사한 개념과 양식을 성경에서 볼 수 있다"며 "하나님과 아담의 관계, 여호와와 이스라엘의 관계, 바빌로니아의 느브갓네살과 유다의 시드기야와의 관계 등에서 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시내 산에서 여호와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이 맺은 언약은 가장 대표적인 예이며, 이때 하나님께서 주신 십계명을 비롯한 각종 율법이 바로 언약서(Covenant Documents)이다"며 "따라서 많은 학자들은 성경의 언약사상은 고대근동의 종주-속주의 계약관계로부터 연유했다고 믿는 것이다"고 말했다.

하나님과 이스라엘 언약 관계, 결혼 계약에서 차용

또한 고대 근동 세계에서 결혼할 때나 이혼할 때에 계약서를 써야만 법적 구속력을 갖고 그 효력이 발생했던 공식이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에도 똑같이 사용됐다고 했다.

손 박사는 "결혼에는 반드시 계약서와 결혼 잔치가 있어야 하는데 대개의 경우 신부의 부모와 신랑 사이에 계약서를 작성하면 신랑은 신부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와서 결혼 잔치를 베푼다"며 "이때 신랑이 모든 하객들을 향해 '오늘로부터 이 여자는 내 아내이고 나는 이 여자의 신랑이다'는 결혼 선언을 하는데 이 결혼 선언 공식은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에도 사용된다"고 말했다.

하나님께서 시내 산에서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을 때 '내가 너희를 내 백성으로 삼고, 내가 너희 하나님이 될 것이다'(출 6:7), '그 때에 내가 이스라엘의 모든 가족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내 백성이 되리라'(렘 31:33) 등의 언약 공식은 다 고대 근동 세계에게 사용하던 결혼 공식을 차용한 것이라고 손 박사는 소개했다.

'나는 이스라엘의 아버지, 에브라임은 나의 장자', 입양 계약 선언과 같은 형태

고대 근동 사람들에게 널리 시행되고 있던 풍습이었던 입양도 결혼과 마찬가지로 입양문서를 작성하고 왕이나 법정 대리인의 날인이 필요했다. 또한 입양문서에는 입양 사실과 더불어 입양이 철회되었을 경우 서로 배상해야 할 규정도 정하고 있다.

손석태 박사는 '너는 우리 아들이 아니다' 혹은 '당신은 내 아버지가 아니며, 당신은 내 어머니가 아닙니다'라는 입양 파기 선언의 양식은 성경에서도 자주 발견되다고 했다.

그는 "여호와께서 출애굽 때에 '이스라엘은 나의 장자이다'(출 4:22)고 말씀하시거나 '나는 이스라엘의 아버지요 에브라임은 나의 장자이다'(렘 31:9)라고 말씀하시는데 이것은 하나님의 이스라엘에 대한 입양 문맥에서 사용되는 선언문이다"고 했다.

호세아서에서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향해 '그의 이름을 로암미라 하여라. 이는 너희가 내 백성이 아니고, 나는 너희 하나님이 아니기 때문이다'(호 1:9)라고 하신 말씀은 입양 파기 선언이다고 했다.

손 박사는 "학자들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일반 서민들이 친족 관계를 맺는 언약이 국제 정치조약보다 더 앞선 고대적인 사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아담 불순종의 형벌-그의 통치권 아래 모든 피조물도 같은 형벌 

그는 "창세기 1~2장 하나님의 창조 기사에는 특별히 하나님과 아담과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만물 사이의 언약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며 "성경 본문에는 하나님께서 태초에 아담과 언약을 맺으셨다는 언급이 없고 '브릿트'(tyrb, 언약)이라는 어휘가 사용되지도 않았다"고 했다.

손 박사는 시편 8:3~8이 창조 기사에 대한 해석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 시의 저자는 하나님께서 지으신 세상을 바라보며, 거기에는 위로 하나님이 계시고, 다음에는 하나님께서 왕관을 씌어 그가 창조한 만물을 다스리도록 세우신 사람, 그리고 그 다음은 하나님께서 지으신 만물이 있음을 보고 하나님을 찬양하며 특히 사람에 대한 하나님의 특별한 배려에 대해서 감탄하고 감사한다"고 구조를 설명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사람을 지으신 목적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만물을 하나님을 대신하여 돌보고 다스리는 일을 하도록 창조하셨다"며 "사람은 위로는 하나님이 계시고 아래로는 만물이 있어 창조의 세계에는 하나님-사람-만물이라는 조직과 위계질서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덧붙여 "시편 8편에서 '만물'이라고 번역하고 있는 '콜-츠바암'이라는 말은 '그들의 모든 군대'(창 2:1)라는 말을 쓰고 있다. 군대는 철저한 위계질서가 있는 상명하복의 조직체이다"며 "창조 세계도 이러한 질서로 조직된 것을 염두에 두고 하나님의 모든 피조물에 '모든 군대'라는 말을 사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손 박사는 "아담이 하나님의 명령을 복종하지 않고 하나님의 권위를 짓밟았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죽음을 선고하시며 그 자신뿐 아니라 그의 통치권 아래에 있는 모든 피조물에게도 같은 죽음을 선고하신다"며 "이는 연대 책임을 묻는 것이다(창 3:14~24)"고 했다.

그는 "하나님과 아담 사이의 언약적 연대성은 결국 아담의 범죄와 그가 받을 형벌에 대한 책임 공유로 나타난다"며 "이는 가장 특징적인 언약 관계의 일면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석태 박사는 "단순하게 창조 기사 가운데 '언약 용어'가 사용되지 않았다고 해서 창조시에 하나님과 사람과 만물 사이에 언약관계가 없었다고 하는 것을 옳지 않다"며 "정제된 신학용어는 후대 신학자들의 산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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