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보다 못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7일 한국기업평가[034950] 황인덕 평가기획실장이 최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08년 이후 신용등급 AAA인 기업을 포함한 대다수 기업의 현금보유비율이 답보 상태이거나 되려 낮아졌다.

   현금보유비율은 현금과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매도 가능 증권을 합한 금액이 기업 자산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가리킨다.

황 실장은 신용등급 A∼B인 1천266개 기업을 표본으로 삼아 200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현금보유비율 추이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신용등급이 AA와 A를 뺀 모든 등급의 기업 현금보유비율 중앙값이 2008년 이전 수준과 같거나 그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용등급 AAA인 기업의 현금보유비율 중앙값도 금융위기 이후인 2009∼2010년 5.9%로 2002∼2007년보다 0.9%포인트 줄었다.

   BB등급 기업의 현금보유비율 중앙값은 6.0%로 2008년 금융위기 이전보다 0.2%포인트 감소했다. B등급 기업은 8.4%로 5.5%포인트나 줄었다.

   BBB등급 기업의 금융위기 이후 현금보유비율 중앙값은 금융위기 이전과 같은 3.9%이었다. 이는 전체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현금보유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현금창출능력과 재무안정성은 금융위기 이후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에서도 나빠졌다.

   대표적인 현금창출능력 지표로 쓰이는 매출액 대비 현금흐름 비율은 신용등급 A인 기업의 중앙값이 2.5%포인트나 감소했으며 AA인 기업도 0.2%포인트 줄었다.

   BBB등급과 BB등급 기업의 매출액 대비 현금흐름 비율 중앙값도 각각 1.6%포인트, 1.1%포인트 감소했다.

   재무안정성을 나타내는 차입금 의존도와 단기차입금 의존도는 BB등급을 뺀 모든 신용등급 기업에서 상승했다.

   차입금 의존도는 기업 자산에서 차지하는 빌린 돈의 비중을 가리킨다. 그 수치가 올랐다는 것은 재무안정성이 악화했음을 의미한다.

   황 실장은 "현금 보유 비율이 낮다는 것은 유동성 위험 측면에서 위기대응 능력이 취약해졌음을 시사한다. 기업 현금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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