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위기관리재단이 주최한 '선교 지도자 위기관리 포럼'이 2일 남서울교회 비전센터에서 열렸다.   ©이지희 기자

한국위기관리재단은 2일 남서울교회 비전센터에서 선교사 및 교회 단기봉사팀 등의 위기관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선교 지도자 위기관리포럼'을 진행했다.

재단 창립 3주년 및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 종합보고서' 책자 출간을 기념해 준비된 이날 포럼에는 70여 명의 선교 지도자와 위기관리담당자, 목회자, 성도 등이 참여했다.

책 집필자들의 요약 발표에 앞서 피랍사건 당시 분당샘물교회 부목사로서 사건 해결의 전 과정에서 관여했던 방영균 목사(현 좋은나무교회)는 이날 교회가 피랍사건을 어떻게 맞이하고 대처했는지 발표했다.

이날 방 목사는 "피랍사건의 구체적 정황에 대해 이미 맞춰진 그림을 평가하고 반성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맞춰져야 될 그림도 많다"며 "이 사건으로 피랍 당사자들이 겪은 고통과 아픔만큼이나 한국교계에 미친 여파를 생각할 때 사건을 정리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분명히 받아들여야 할 책임과 변화돼야 할 부분에서 변명하고 싶진 않다"며 "하나님이 이 사건을 어떻게 쓰실 것인지 결론은 내릴 순 없지만, 이후 한국선교정책의 위기관리와 관련돼 열매를 거둔다면 분명 의미 있는 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대 한국위기관리재단 사무총장은 이날 '피랍사건에 대한 사실적 고찰'에 대한 요약발표에서"단기봉사팀의 비자 취득 과정에서 한민족복지재단 현지 지부와 현지 선교사, 교회 모두 당시 아프간 치안상황에 대한 위기인식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위기 대응 체계가 구축이나 사전 논의가 없는 상태서 사건 발생 후 10시간 만에 언론에서 가장 먼저 보도된 상황도 지적했다.

박형진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 교수는 '피랍사건이 국내에 끼친 영향'에 대해 "아프간 사건 이후 한국교회 선교방식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반기독교 정서 확산, 교회를 향한 비판 등이 일어난 것은 그 동안 한국교회가 사회에 어떤 모습으로 비쳐졌는지 교회의 정체성을 돌아볼 수 있게 했다"며 "교계와 선교계는 좀 더 성숙한 선교인식을 갖게 되고 위기 관리에 대한 치밀한 준비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22일 남서울교회 비선센터서 열린 한국위관리재단 주최 선교 지도자 위기관리포럼 전경.   ©이지희 기자

이경애 한국선교상담지원센터(MCC) 공동대표는 '피랍사건과 멤버케어'에 대한 발표에서 "당시 샘물교회 장애인 사역 담당이었던 이헌주 목사를 비롯해 샘물교회 황지영 전도사, 전우택 교수(연대의대 정신과)의 피랍자 가족 및 귀환자 멤버케어 지원과 샘물교회의 책임 있는 자세로 준비가 안된 상황이었는데도 멤버케어가 잘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공항입국 시부터 멤버케어 대해 철저한 대책이 마련됐지만, 그 이전 단계인 석방 직후 배형규 목사, 심성민 형제의 죽음을 알게 된 피랍자들이 공항에 입국하기까지 과정에서는 디브리핑(Debriefing)을 받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도문갑 한국성서유니온선교회 대표는 '피랍사건의 위기관리 평가'에서 "2000년 초기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위기관리 정책원리를 채택하여 모든 선교단체에 다 발송했으나, 그것에서 위기관리가 끝나면 안됐다"며 "아프간 사태는 위기관리체계가 정립되지 못한 한국 선교단체와 협력 파트너가 위기관리 상황을 분별해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지 파악하지 않은 교회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도 선교사는 또 "아프간 사태 당시 명목주의 문화, 과시욕구, 편의주의 등의 영향으로 한국교회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썼던 '단기선교'라는 용어가 사건 발생 후에야 피랍자들의 안전이나 석방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교의 역사가 3백 년 이상 되는 서구에서도 평생 헌신하는 장기선교사와 대비해 1~3년간 사역할 때 단기선교라는 용어를 쓰고 방학 기간 다녀오는 것은 비전트립, 필드트립이라는 용어로 정립돼 있다"며 "복음주의적 전통에서도 정직하고 엄격하게 (선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문상철 한국선교연구원(KRIM) 원장은 '피랍사건의 역사적 재조명과 교훈'에서 "이 사건을 균형 있게 재해석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섭리와 인간의 책임이라는 두 관점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한국교회와 선교단체, NGO단체들이 역사적 교훈을 정리하고 기억해야 하며, 위기관리에 대해 새로운 인식과 안목으로 선교 전반의 구조를 살펴 위기관리시스템을 든든히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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