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데뷔한 지 10년이 됐어요. 남자 배우로서 2막을 살게 됐다고나 할까요. 예전보다 좀 더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관심을 표명하고 나 자신을 좀 더 드러내고 싶어요."

TV드라마 '커피프린스'로 여성 팬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배우 공유가 영화 '도가니'에서 무게 있는 연기를 소화했다.

작가 공지영이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 '도가니'를 영화화한 이 작품에서 공유는 진실을 끄집어내고 약자들의 편에 서는 교사 '강인호'를 연기했다. 장애 아동들이 추한 권력자들에게 성폭행당하고 이에 맞서 법정 싸움을 벌이는 과정을 담은 이 영화는 배우로서 녹록지 않은 무게감이 필요한 작품이다.

6일 왕십리 CGV에서 언론시사회가 끝난 뒤 만난 그는 이번 작품 출연을 단순히 '연기 변신'으로 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간 들어왔던 작품이 다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에요. 배우로서 입지를 굳히고 알려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한 것도 있었죠. 그런데 군대 갔다 오고 나이 먹으면서 예전에는 건방 떤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해서 참았던 말들을 점점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제 배우로서 2막을 살게 됐는데, 꼭 사람들에게 '내가 이런 사람이야' 알려주려고 선택하는 게 아니라 마음 가는 대로, 느끼는 대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좀 더 하고 싶어요."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는 그는 "앞으로 10년 후에 돌아보면 20대 때 걸어온 필모그래피와 30대의 필모그래피는 상당히 다를 것 같다"고 했다.

"어렸을 때는 왜 날 인정해주지 않고 단순히 보이는 작품만 갖고 판단하나 하는 투정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그런 부분에서 여유가 생기더군요. 사람들이 나를 만나서 얘기하지 않으면 이미지로 포장돼 있는 부분만 놓고 판단하는 게 당연한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는 평소 영화 취향에 대해 "장르 불문하고 여러 영화를 보는 편이지만, 대중적인 것을 선호하는 쪽보다는 좀 불편하고 힘들어도 잘 만들어진 영화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인상깊게 본 영화로 캐나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그을린 사랑'을 꼽았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이번에 선택한 영화 '도가니'는 갑작스러운 변신이 아니었다. 그가 공지영 작가의 원작 소설을 읽은 것은 군대 말기 병장 시절. 부대의 지휘관이 병장 진급 기념으로 선물한 이 책을 읽고 그는 운명처럼 이 작품에 빠져들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그가 느낀 충격은 컸다.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고 하는데, 처음엔 거짓말 같았어요. 이런 일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다는 게 이해가 안 가고 무서웠어요. 주인공인 강인호를 따라가는데, 글쎄…그냥 너무나 무기력하게 도망가듯이 돌아간 인호를 보며 화가 났다가 차분하게 생각해보니 그게 우리의 모습 같더라고요. 그래서 연민이 생겼고 인호가 가진 고뇌와 분노, 두려움, 용기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나를 돌아보게 됐죠."
하지만, 실제 영화 촬영은 그에게 심적으로 많은 고통을 안겨줬다.

"촬영을 시작하면서 내가 너무 의욕만 갖고 덤빈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배우로서 인정받고 연기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려고 한 게 아니라 최소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마음이었거든요. 관객들이 인호를 따라가는데, 동화가 안 되면 영화에 누가 되는 거니까 그에 대한 강박이 있었죠. 저 스스로에게는 이런 무겁고 진중한 영화가 낯설거나 생소하지 않은데, 보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른 공유의 선택, 공유의 영화가 됐기 때문에 관객들 보기에 설득력이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생각으로 하다 보니 다 끝나고 나서 완전히 진이 빠져버렸어요."
그에게도 이날 시사회는 완성된 영화를 처음으로 보는 자리였다. 상영이 끝난 뒤 그의 눈가는 살짝 젖어 있었다.

"안 그럴 줄 알았는데, 큰 화면에서 완성된 사운드로 보니까 영화 찍을 때의 마음이…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다시 올라와서 힘들었어요. 남들이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컷을 보면서도 예민해지더라고요."
그는 영화 촬영이 이어지던 3개월여 동안 인호란 인물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사적인 생활을 떠올려 보니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자리에 가게 돼도 사람들이랑 잘 어울리지 못했던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됐어요. 다들 웃고 있는데 혼자만 안 웃고 저 어딘가 밑으로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분명히 아팠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막연한 욕심이 현실화한 게 배우로서 행복했고, 가슴 아프고 시린 영화였지만 어떤 작품보다 행복하게 촬영했어요."
이 작품으로 그는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한 걸까.

"공지영 작가가 이 소설을 쓸 때 지역신문에 난 한 줄의 기사를 보고, 하던 일을 모두 접고 뛰어가 피해자들의 얘기를 듣고 시위ㆍ농성에 참여한 걸로 알고 있어요. 그 마음이 영화를 만든 스태프들 모두의 같은 마음일 거고 관객들 역시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그런 먹먹함이나 씁쓸함을 느끼면 좋겠어요. 작가의 말을 빌리면 마음속에 둥지를 만들어놓는 거죠. 이런 사람들이 많을수록 언젠가 힘이 되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
데뷔 10년을 맞은 소회를 물었다.

"10년이 주는 의미가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나랑 잘 안 맞는다고 생각했던 이 연예계, 험한 곳에서 다치지 않고 큰일 없이 잘 버텨왔다는 것에 칭찬해주고 싶어요. 애초에 배우를 꿈꿨던 건 아니지만, 지금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게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20대 때 치열하게 고민하고 스트레스받아가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지냈지만, 이제 30대가 되니 여유가 생기네요. 언제까지 배우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배우를 그만뒀을 때 후세 사람이 옛날 영화를 툭 보면서 '이 사람은 다른 배우랑 다른데…' 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아티스트로 불리고 싶어요."
그가 가진 소박하고 유일한 꿈은 "그냥 멋스럽게 늙는 것"이다. 이상적인 모습은 할리우드의 명배우이자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얼굴 자체가 연기예요. 주름이 연기이고 목소리 자체가 연기고…. 흰머리와 주름진 얼굴에 모든 드라마가 있는 거죠. 배우로서만이 아니라 그냥 한 사람으로서도 잘살고 잘 늙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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