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척간두에 선 나라와 민족을 위한 뜨거운 눈물의 기도가 엄동설한의 날씨마저 녹인 주말 오후였다. 지난 11일 주말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로에서 진행된 ‘세이브코리아 구국기도회’에 참석한 2만여 성도들은 하나님이 세우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는 불의한 세력에 맞서 싸우기 위해 온 한국교회가 영적 깊은 잠에서 깨어나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세이브코리아준비위원회와 소중한것들을지키는용기있는사람들의모임이 공동 주최한 이날 기도회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현 시국을 타개하고 나라와 사회를 구하기 위해선 한국교회 성도들이 합심해 기도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란 굳은 믿음과 각오가 뒷받침됐다. 이 같은 일념으로 지난해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확산을 막기 위해 10.27 한국교회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를 성사시킨 목회자들이 탄핵정국으로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다시 일어난 것이다.
이날 설교를 전한 손현보 목사는 현 대한민국의 위기를 독일 나치정권에 비유하며 “당시 나치에 침묵했던 독일교회가 1억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그 전철을 한국교회가 밟지 말 것”을 호소했다. 한국교회를 향해 “우리는 깨어나 기도하고 항거해야 한다. 때를 놓치면 통곡해도 소용이 없다. 우리가 모여 깨어 기도하지 않고, 악에 대항하고 저항하지 않으면 더 이상 자유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유만석 목사는 “지금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지키느냐 아니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체제 전쟁에서 지면 교회도 없다. 안일과 보신주의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했다. 박한수 목사도 “이 땅의 상식이 무너졌는데 문제는 국민들이 침묵하는 것”이라며 “기독교인들이 과거 일제와 6.25 때 공산당과 싸운 것처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이며,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이 이 땅의 교회를 지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20대를 대표해 안유진·최성민 청년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일어선 우리는 이제, 조용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던 애국시민들을 일으켜,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법치를 유린하는 대한민국의 반역자들에 맞서 싸워나가야 한다. 1948년 기도로 세워진 대한민국에, 다시한번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만들 것”이란 요지의 ‘세이브코리아’ 취지문을 낭독했다.
새해 들어 혹한이 몰아친 주말 오후에 수만명의 성도들을 서울 여의도 국회대로에 가득 메우게 한 요인은 현 탄핵 정국이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는 세력에 의해 주도되고 있음을 간파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헌법재판소에 판단의 공이 넘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내란죄 특검과 공수처 수사 등 온갖 정치적인 공세로 현 정부를 무너뜨리는 데 혈안이 된 세력에 맞서 싸우기 위해 한국교회 온 성도들이 깨어나 기도할 때란 자각이 이심전심으로 통한 결과다.
한국교회 성도들을 깨어나게 한 결정적인 배경은 지금의 탄핵 정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세력과 이를 무너뜨리려는 종북 친중 세력 간의 체제 전쟁에서 비롯된 사실에 기인하고 있다. 이 체제 전쟁이 한국교회엔 교회가 죽느냐 사느냐, 믿음을 지키느냐 배교의 길을 가느냐 하는 영적 전쟁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날 기도회에 참석한 성도들이 주일에 교회에 가는 것이 의무의 다인 양 살아온 지난 시간을 회개하고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가 강물같이 흐르는 나라가 되도록 영적 파수꾼의 역할을 다하게 해달라고 간구했듯이 이 영적 전쟁은 기도하는 자가 승리하게 될 것이란 믿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지난해 12.3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와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온 나라와 사회가 혼란한 가운데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한 한국교회의 각성 움직임도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을 비롯한 교단들과 에스더기도운동,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대전시기독교연합회 등 교계 여러 단체들이 새해에 의례적인 신년하례회 대신 구국기도회를 개최한 것이 작금의 상황을 대변해주고 있다.
한국교회는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분연히 일어나 어둠에 잠긴 백성의 갈 길을 인도하는 등불의 역할을 자임했다. 이는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전해진 복음이 이 땅의 가난하고 무지한 백성을 깨우고 일제강점기와 공산주의자들이 일으킨 6.25 전쟁을 극복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자유와 평화,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는 시대에 한국교회는 차츰 복음의 본질에서 이탈하며 시대를 깨우는 예언자적 사명의 기능마저 상실한 모습이다. 민주화 과정에서 권력에 기생하며 소외되고 핍박받는 이들을 품기보다 내 교회 내 형제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식의 이기적 종교집단으로 세상에 비치게 된 건 분명 한국교회가 자성해야 할 몫이다.
한국교회가 영적 깊은 잠에 빠져 시대적 사명을 게을리 한 사이에 나라는 중심을 잃고 비틀대고 있다. 온갖 시련과 질고 위에 꽃을 피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헌정질서 붕괴를 꾀하는 세력의 주도면밀한 정치적 공작에 의해 한꺼번에 무너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140년 전 이 땅에 복음이 심어진 후 나라의 위기 때마다 기독교 지도자들이 이타적 희생과 결단으로 지켜온 나라가 아닌가. 1948년 대한민국 제헌의회가 하나님께 기도드리며 시작한, 하나님이 세우신 나라가 무너지는 모습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도탄에 빠진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건져내고 살려낼 이는 오직 하나님 한 분밖에 없다. 그 하나님을 움직이게 만드는 게 바로 마음을 모아 드리는 기도의 힘인 것이다. 지금은 하나님의 도움을 간구할 시간이다. “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는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롬8:26).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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