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채 총장
서병채 총장
멜빈대학교는 이제 터널을 빠져 나온 듯하다. 2년 전에 개교식을 하고는 줄곧 터널 안에 갇힌 것처럼 힘든 시간을 보냈다. 개교식 이전에는 정부에서 기본적으로 요청하는 것만 건축하는 데에 거의 1년이 걸렸다.

그래서 2021년 8월 14일에 개교식을 하였다. 개교식을 하고 나니 어떤 이는 나에게 앞으로 ‘장미빛 길(a rosy road)만 남았다’고 얘기했다. 개교식 때에는 케냐 교육부에서도 나와서 축사도 하고 많은 사람이 축하도 하면서 먹고 즐겼다. 나 자신도 건축하고 개교식까지 했으니 내 개인적으로 할일은 다했다고 생각했다. 멜빈 목사님께도 (이 세상을 떠나셨지만) 그동안 20년간 나를 도와주어 대학교까지 세워서 개교했다고 마음 속으로 보고와 함께 도와주신 것에 대해 푸마시(상쇄) 했다고 혼자 생각했다. 미래에 어떤 일이 벌이질 지는 상상도 못하고 기대만 갖고 있었다.

그런데 개교식 후 이삼일이 지나자 현실이 다가오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어두운 터널로 막 들어서기 시작했던 것 같다. 우선 개교는 했지만 4년제 신입생 모집을 바로 허락 안 해 준다는 것이다. 학교를 운영해 가면서 단계적으로 허락을 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3개월 코스 두 번, 1년 코스 한 번을 거친 다음 4년의 BA코스가 이번 봄에 허락이 된 것이다. 그러니 개교식은 하고 지난 2년간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3개월, 6개월, 1년짜리 코스를 하니 학생들이 학교를 우습게 봐서 그런지 등록금을 전혀 안내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직원 봉금, 교수 봉급, 심지어는 기숙사 임대료까지 한국에서 다 보내와야 하니 보통 어려움이 아니었다. 개교만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어려운 것이었다. 그리고 이 어려움은 정말 현실적이었다. 매달 세 가지를 외부의 도움으로 주어야 하니. 그래서 결국은 임대 기숙사를 없애면서 한 가지 비용을 줄였다. 기숙사를 없애니 30여 명 들어있던 학생들이 거의 다 집으로 돌아가 가까운 데에서 다니는 학생들 10여 명만 남게 되었다.

학교 자체로서는 두 가지 질문과 함께 현실적인 숙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학생들이 정말 가난해서, 돈이 없어 못 내는가! 또는 안 내는가! 못 내는가? 안 내는가? 현지인 교수들은 “없어서 못 낸다”고들 얘기했다. 학교 측에서 100% 대야 하는가? 완전 무료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위까지 주어야 하는가? 고민을 많이 하는 과정이 있었다.

나는 인도 나가랜드에 신학교를 세우고 운영해본 경험이 이미 조금은 있어서, 학생들이 못 내기도 하지만 ‘안 낸다는 것’을 그때에 인지한 바 있었다. 그래서 이것은 아니다 싶어서 우리 멜빈대학교에서는 이제부터는 등록금을 못 내는 학생들은 돌려보낸다고 강력하게 정책적으로 진행시키기로 했다. 교수들도 학생들이 등록금을 안 내니 본인들의 봉급도 제때에 못 받는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는 교수들 자체가 학생들이 등록금을 내도록 간접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학생들도 “우리가 등록금을 안 내면 우리를 가르치는 저 교수가 얼마나 어려울까” 하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들을 지난 2년간 거치면서 이제는 학생들도 확실히 인지하게 되어서 등록금도 분납하면서 한 고비를 넘겼다. 즉 두 번째 학기가 이번 9월초에 시작되었는데 학생들도 많이 오고 특히 등록금을 다 내고 또 낸다는 학생들만 받기로 해서 그렇게 진행이 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이제사 터널을 빠져나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어두운 다음 터널이 또 있을 것이지만, 이렇게 하여 첫 번째 터널은 나와서 감사한 생각이 든 것이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병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