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현지시간) 오후 7시 기자가 찾은 미국 워싱턴주 타코미시(市) 소재 타코마제일침례교회의 한 교실에는 40여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성경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보통 이민사회 청소년들에게 금요일 오후 시간은 '꿀맛' 같은 시간이다. 한 주 동안 학업에 지친 몸과 마음을 정리하고, 오랜만에 친구들과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스트레스를 털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화창한 여름, 방과 후 40명이나 되는 청소년들이 서둘러 교회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회를 찾은 이 아이들은 주제별 성경공부와 소그룹 토의에 참여하고 있었다. 보통 교회 금요모임의 형식을 띠고 있었지만 아이들의 집중도가 남달랐다. 스스로의 필요가 불러오는 자발적 원동력이랄까? 프로그램 진행에 따라 끌려오는 모습이 아닌, 청소년들이 오히려 모임을 이끌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타코마제일침례교회 유스그룹이 움직이는 중심에는 제자훈련이 있었다. 그리고 제자훈련에 열정을 가진 한형근 목사가 있었다. 한 목사는 쉽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유스 그룹의 한복판에 있었다. 그는 또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청소년들과 멘토와 멘티 관계를 형성해, 그들의 고민과 문제를 함께 풀어가고 있었다.

타코마제일침례교회 유스그룹 한형근 목사가 세례식을 통해 거듭난 삶을 살기로 다짐한 한 청소년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기독일보

한 목사는 형식적인 신앙 탈피를 주창하며, 구원받은 이후의 '따름'을 강조한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야 대학에 가서도 믿음을 지킬 수 있고, 사회에 나가서 빛과 소금의 영향력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30대 초반의 1.5세 목회자로 아리조나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역하다 지난해 타코마제일침례교회로 부임했다. 젊은 나이지만 이민교회에서 12년 동안 사역한 베테랑 사역자다. 그는 한국어와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 문화와 미국 문화 모두를 알아 접목하고 융화시킬 수 있는 목회자이자, 청소년들의 멘토였다.

- 기자: 청소년들이 제자훈련을 힘들어 하진 않나?

한형근 목사(이한 한): 제자훈련, 힘들어한다. 그렇지만 강하게 한다. 호되게 혼내기도 하고, 자발적 참여와 준비가 없으면 예정된 일정을 취소 할 정도로 빡빡할 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를 쌓으면서 제자훈련을 시킨다. 목회자와 학생의 관계를 넘어 그가 내 삶의 일부가 되고, 나도 그의 삶에 일부가 되길 원한다. 고민 상담과 멘토쉽 관계는 자연스럽게 제자훈련으로 이어진다.

- 기자: 미국에는 언제 왔나?

한: 한국에서 태어나고 100일 있다가 왔다. 아버지께서 미국으로 유학을 오셨는데, 미국에서 7살까지 살다가 다시 한국으로 갔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까지 한국에 살다가 아버지께서 미국 교환교수로 발령이 나, 다시 미국에 왔다. 하나님의 은혜로 정말 감사한 것이 '한국과 미국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국의 문화를 경험했기 때문에 두 문화 사이에서 다리를 놓는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양국의 언어와 문화가 조화를 이뤄가는 타코마제일침례교회의 사역이 즐겁고 감사하다.

- 금요 모임에 백인, 흑인 청소년들도 보인다.

한: 교회 유스그룹 아이들이 데리고 온 것이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한다. 기도하는 바는 교회의 25%는 한인 1.5세와 2세, 또 25%는 다문화 가정, 또 다른 25%는 순수 백인, 나머지는 흑인, 다민족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모든 민족을 제자 삼으라' 하셨는데, 한인교회라고 해서 한인 1.5세, 2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교회의 지경을 좁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인 청소년들 뿐 아니라, 교회 다니지 않는 백인들과 흑인, 다민족들을 전도하는 것은 언제나 큰 기쁨이다.

- 청소년 사역을 하면서 사역의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한: 세대별 다리를 놓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한인교회들은 나이별로 모두 나눠놓았다. 한국교회는 언어와 문화가 같아, 다른 세대와 함께 예배드리며 적응하기가 비교적 쉽다. 그런데 한인 1.5세, 2세는 전혀 다르다. 관계도 없고, 예배 분위기도 전혀 다르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어른들 예배에 적응할 수 없게 된다. 각 부서별 협력으로 세대별로 교류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 청소년들을 상담할 때 기본적으로 갖는 마음은 무엇인가?

한: "청소년 사역자로서 기본적으로 갖는 마음은 아이들에게 훈계하는 부모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부모와 같이 훈계하려는 사역자들의 태도에 마음을 닫아버린다.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관계 형성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조언은 오히려 더 큰 오해와 불신을 만들기 때문이다.

- 청소년 사역을 오래했는데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무엇인가?

한: 성적인 고민이 가장 많다. 인터넷 접속이 너무 쉬우니까....... 남. 여 구분 없이 포르노 같은 것에 노출되면서 성적인 죄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한다. 성적인 유혹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007년도 타임매거진에서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장 유행하는 것이 '임신하기'였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타락한 곳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 가정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한: 한인사회의 경우 부모들이 모두 나가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벌어 교육도 시킨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아이들이 필요한 것은 방과 후, 집에 돌아왔을 때 자신을 반겨줄 부모의 자리다.

부모의 부재는 탈선의 원인이 된다. 청소년기 대부분의 문제는 부모가 없을 때 일어난다. 부모로 부터 받아야 할 사랑을 온전히 받아야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데, 그 시절에 부모로부터 받아야 할 사랑을 받지 못하면, 그 부족한 사랑을 다른 곳에서 찾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남자친구와 여자 친구를 일찍 사귀게 된다. 그리고 부모님이 없을 때 집에서 성관계를 갖고 임신까지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부모들은 '언어가 안 된다', '아이들이 부모 말을 안 듣는다'고 하지만, 그것은 둘째 문제다. 아이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 그런데 청소년기에 아이들과 대화의 문을 열려면 늦은 것이다. 주일학교 때부터 집안에서 말씀으로 양육하고 가정예배를 드리며 아이들과 관계를 쌓아야 한다. 그래야 청소년이 되어서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다.

교회에서는 청소년들의 고민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분기별로 학생과 부모세미나를 열고 있다. 부모와 자녀들 모두를 교육하고 대화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 청소년들이 마약중독이나 성 중독 빠지면 어떻게 인도 하나?

한: 마약중독에 빠진 경우는 반드시 전문 상담가를 찾아야 한다. 신앙적인 힘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마약 중독의 경우는 먼저 부모가 '내 자식이 마약중독에 빠진 것'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대게 내 아이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마약중독은 반드시 전문상담자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성적인 죄는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다그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부모는 같이 울어주고 손을 잡고 기도해줘야 한다. 청소년들은 반복적으로 짓는 죄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한다. 요셉처럼 도망치고 잘라내고, 뛰쳐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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