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경 추기경
염수경 추기경 ©천주교 서울대교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으로 생명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염수경 추기경이 내달 2일 가톨릭의 ‘생명주일’을 앞두고 21일 ‘가정과 혼인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이라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그는 특히 ‘젠더 이데올로기’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염 추기경은 “지난해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안과 초등학생 대상 성교육 교재 배포 등 몇몇 사건들을 계기로 성소수자, 동성애, 혼인의 의미 등 인간의 성(性)을 둘러싼 많은 논란이 있었다”며 “특히 차별금지법안의 일부 조항에 드러나는 ‘젠더 이데올로기’와 여성가족부가 추진하는 ‘비혼 동거’와 ‘사실혼’의 ‘법적 가족 범위의 확대 정책’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인 가치로 여겨졌던 것과는 매우 다르다. 또한 이런 이념들은 가정과 혼인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신앙과 윤리관과도 어긋난다”고 했다.

그는 “‘젠더 이데올로기’는 남녀의 생물학적인 성의 구별을 거부하고 자신의 성별과 성적지향을 선택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이념”이라며 “이는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다르게 창조하시고 서로 협력하며 조화를 이루게 하신 창조주의 섭리를 거스른다”고 했다.

또 “‘동성애’로 이해되는 ‘비혼 동거’와 ‘사실혼’을 법적 가족 개념에 포함하는 것도 평생을 건 부부의 일치와 사랑, 그리고 자녀 출산과 양육이라는 가정의 고유한 개념과 소명을 훼손할 수 있다”면서 “이에, ‘가정과 혼인’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교리와 공식 입장을 분명히 전하며 여러 가지 논란에 대해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져야 할 판단과 실천에 대해 성찰하고자 한다”고 했다.

염 추기경은 “인간이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된다는 것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사실”이라며 “이 구분은 타고난 몸을 토대로 하는 것이지, 사회나 문화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물론 염색체나 신체 발달상의 어떤 이유로 이런 구분이 모호한 때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예외적인 경우가 남성과 여성이라는 근본적인 구분에 변화를 줄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가부장 문화 아래 성차별의 구실이 되고, 또한 문화적으로 남녀의 성적 차이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시선이 있었다고 해서, 그런 이유로 남자와 여자의 구별과 다름이 가진 풍요로운 의미를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도 했다.

염 추기경은 “특히 ‘젠더 이데올로기’에서 사용하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라는 표현에는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 용어는 한 사람이 타고난 몸과 그가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성적인 성향을 분리하여 사용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즉 타고난 몸은 객관적으로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되고, 남성의 몸과 여성의 몸이 서로를 향하며 결합하는 것이 자연법의 질서이지만, ‘젠더 이데올로기’는 객관적인 몸의 질서와는 다르게 자신의 성적 성향이나 성별을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톨릭교회는 객관적인 몸의 질서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동성애 등 이러한 성향 자체를 ‘객관적인 무질서’로 바라본다”고 했다.

또 “혼인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지속적이고 전적인 결합으로, ‘서로를 완성하고, 관심과 배려, 그리고 출산을 통해 자연스러운 인생 여정을 걷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에 속한다”며 “혼인이 사회적·법적 인정과 보호를 받는 이유는 혼인과 가정이 사회의 기본 단위로서 사회 구성원을 사랑 안에서 낳고 길러냄으로써 사회의 안정과 지속에 반드시 요청되는 ‘공동선’에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동성애 행위에는 참된 일치와 생명 출산, 남녀 간의 상호보완성이라는 의미와 가치가 빠져 있다”며 “즉 동성 간의 성적 관계는, 혼인과 가정이 토대로 하는, 몸의 결합과 출산이라는 객관적 의미가 구조적으로 빠져 있으므로 ‘혼인’이라고 불릴 수 없으며, 이는 부당한 차별과는 다른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두 사람의 주관적인 애정만을 조건으로 동성 간의 혼인을 사회적·법적으로 인정한다면, 혼인이 지닌 고유한 의미는 훼손되고 공동선에 기여하는 혼인의 가치는 사라질 것”이라며 “그뿐만 아니라 동성 간에는 불가능한 자녀 출산을 위하여, 인공적 생식 기술을 이용하거나 자녀 입양을 하려고 한다면, 이는 부모 사랑의 결실로 태어나 ‘한 아빠와 한 엄마를 갖고 싶은 자녀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그들의 전인적 성장에도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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