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교회 당회가 강남교회 송태근 목사를 후임으로 내정하면서 ‘기존 교회 담임목사 청빙’ 문제가 다시 논쟁이 되고 있다. 이는 비단 삼일교회 뿐만 아니라 최근 리더십을 교체한 대형교회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형교회들의 청빙은 근래 한국교회의 가장 큰 화젯거리였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교회들이 후임을 맞아 새 출발했고, 현재 청빙을 진행 중이거나 앞두고 있는 교회들도 많다. 그야말로 ‘청빙 바람’이 불고 있다.

문제는 이들 대형교회들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존 교회의 담임목사들을 후임으로 청빙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때 청빙을 요청받은 목회자의 교회 교인들은 갑작스런 소식에 상실감을 느끼고, 심하면 교회를 떠나기도 한다. 담임목사에 대한 존경과 애착이 강할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실제 송태근 목사가 삼일교회 후임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강남교회 교인들은 비통한 심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한 교인은 “(송태근) 목사님이 강남교회를 떠나신다는 비보를 듣고 허탈과 허망함이 밀려온다”며 “교인들과 모진 고생을 하며 강남교회를 지켜온 세월이 얼마인데…, 목사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수많은 강남교인들이 느낄 허탈함과 비통함을 간절히 생각해 달라”는 글을 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남기기도 했다.

대형교회로 자리를 옮기는 목회자들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대형교회가 먼저 후임 자리를 제안하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목회자가 스스로 청빙 중에 있는 대형교회에 지원하는 경우다. 전자라면 소위 “대형교회가 목사님을 빼앗아갔다”는 식의 반응이 나타나고, 후자라면 “배신감을 느낀다”는 정도의 반응이 나타난다. 결국 어떤 모양이든 대형교회의 이런 청빙은 상대 교회엔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다.

외부 시선도 좋지 않다. 비신자들은 물론 기독교인들조차도 대형교회의 청빙을 이른바 ‘대기업의 스카우트’나 ‘일류기업으로의 이직’ 등 세속적으로 보는 경향이 짙다. 특히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높은 사례비 등 호화스러운 생활이 알려지면서 이런 비판적 시각은 더욱 굳어졌다.

이런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다. 한국교회사를 전공한 권평 박사는 “역사적으로 청빙을 둘러싸고 교회들 사이에 갈등이 꽤 있었다”며 “한때 한국교회에선 지방에 이름 있는 목회자를 서울의 큰 교회들이 서로 데려가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 최근 대형교회들이 후임자를 찾아 리더십을 교체하면서 ‘기존 교회 담임목사 청빙’이 논쟁이 되고 있다. 대형교회로 담임목사를 보낸 교회 교인들은 상대적인 박탈감과 상실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상기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가 없습니다. -편집자 주). ⓒ크리스천투데이 DB

부목사 청빙, 대안 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그러면서 ‘부목사 청빙’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한 목회자는 “사실 교회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부목사다. 목회의 최일선에서 교인들과 자주 대면했을 뿐 아니라 각종 행정 사항에 있어서도 많은 경험이 있어 교회의 구석구석들을 속속들이 꿰고 있다”며 “경험과 역량 있는 부목사가 후임자가 되면 한국교회 전체적으로도 활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직 부목사를 바로 그가 사역하는 교회의 담임으로 청빙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내 대표적 교단인 예장 합동과 통합은 모두 이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자칫 현 담임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이 부목사와 연대해 갈등을 야기하는 등 문제의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교회 부목사 청빙’을 보다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하는 견해도 있다. 담임목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있는 부목사를 교회들이 청빙하면 이들의 처우 개선 뿐 아니라 현재 한국교회 병폐 중 하나인 목사 수급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부목사들의 역량을 직접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드물어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교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현재 한국교회에서 대형교회를 제외하면 부목사들의 활동 범위는 극히 제한적이다.

목회자들, 진정성 보여야… 다양한 검증 방법 마련도 필요

따라서 문제 해결을 위해선 목회자들 스스로 떳떳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목회자는 “담임목사들이 ‘나는 언제든 교회를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위임식을 했다는 건 평생 이 교회와 함께 하겠다는 교인들과의 약속”이라며 “그런데도 ‘하나님의 뜻’을 말하며 대형교회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이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다. 목사를 믿고 교회를 다녔던 교인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원래 시무하던 교회보다 더 작은 교회로 가면서 ‘하나님의 뜻’을 말하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다”면서 “목회자들이 대형교회로 가는 만큼 작은 교회로도 간다면 단순히 대형교회로 자리를 옮겼다 해서 비판받지는 않을 것이다. 그 안에 진정성이 있다는 걸 사람들이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신학자 역시 “어떤 제도의 개선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목회자들에게 있다. 설사 작은 교회에서 큰 교회로 부임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기도와 양심에 따른 것이라면 교인들도 그 진정성을 이해할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교회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목회자들은 쏟아지니 청빙에 있어서도 세상적 가치관과 경쟁 원리가 작용한다. 이는 하나님의 뜻과 목회의 순수성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목회자들 스스로 자신을 돌아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형교회도 청빙 과정에서 이런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조언한다. 한 목회자는 “대형교회들이 후임자를 물색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부분은 아마 설교일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청빙 대상이 좁을 수밖에 없다. 설교만이 아닌, 보다 다양한 목회자 검증 방법을 개발해 숨은 인재들을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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