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충북 영동 단해교회에서 열린 제10회 한국조직신학자 전국대회 일정 중, 신학자들이 분과별 나뉘어 발표하고 있다.   ©이동윤 기자

[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24-25일 충북 영동 단해교회에서 개최된 제10회 한국조직신학자 전국대회에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교회개혁에 대한 신학자들의 다양한 논문이 발표됐다.

이번 대회에서 신학자들은 위기에 빠진 한국교회와 우리 사회의 양극화 등 신자유주의와 경제문제에 주목했다.

'궁핍한 시대에 신학과 교회의 사명이 무엇인가'라는 제하로 발표한 심광섭 박사(감신대)는 "오늘날 한국 신학자들은 궁핍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신학의 장인 교회가 궁핍함 속에 놓여있기 때문"이라며 신학적 빈곤, 값싼 구원론, 교회 안의 반지성주의, 빈곤한 설교, 무속적 성령운동, 교회 안의 맘몸주의, 목회자의 권위주의, 사회와 소통하지 못하는 교회 언어, 교단의 교권주의 등을 한국교회의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심 박사는 "19세기 사회변혁과 정신적 과도기의 시대에 교회의 긴박한 위기를 헤쳐나간 슐라이어마허의 신학과 교회론을 중심으로 궁핍한 시대에 신학과 교회의 사명을 새롭게 환기하고 싶다"며 "슐라이어마허는 학문의 전체성 논의에서 아카데믹 신학을 교회와 관계 맺게 함으로써 신학의 구체성과 실천성을 담보하고 그리스도교를 세계와 그리스도인들에게 새롭게 제시하고 설득할 수 있는 교회의 능력을 구비하고 그리스도교 신학을 새롭게 정립시킨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슐라이어마허가 교회의 결정적 위기를 국가에 대한 교회의 종속으로 진단했고, 위기의 극복은 국가로부터 교회의 도립 즉, 교회의 자율성 회복을 관건으로 봤다"며 "오늘날 한국교회의 결정적 위기는 경제(자본)에 대한 교회의 종속이며 위기극복은 자본의 지배와 논리로부터 교회의 자율성 회복과 독립에 있다"고 한국교회가 자본으로부터 독립할 것을 주문했다.

심 박사는 또 "교회란 동일한 생각과 이념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자신들의 이익에만 봉사하는 독백의 집단이 아니라 타자를 끌어안고 공감하고 대화하는 소통의 공동체가 돼야 한다"며 "오늘날 대화와 소통의 공동체란 세계경제의 배제의 힘에 저항하고, 배제당한 자들의 고통과 고난의 목소리에 공감하고 소통시켜주는 신학과 교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숭인 교수(협성대)는 발제를 통해 신자유주의(1980년대 초부터 시작된 극단적인 시장 근본주의)에 대응하는 기독교 신학의 대안을 추구했다.

우선 그는 "신자유주의는 자유시장과 규제완화, 재산권을 중시하는 논리다. 한국적 신자유주의의 기본적 특징들은 금융화, 금융종속과 대외의존, 재벌·수출 주도 성장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한국형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결과는 오늘 우리가 직면하는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삶의 질의 저하로 드러난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맡겨진 개인들의 고단한 삶은 고용불안, 노동시간 연장과 상습적인 야근, 자기계발과 재테크, 출산율 저하, 자살률 증가, 타인에 대한 신뢰와 삶에 대한 만족도 저하를 특징으로 한다"며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한 폐해를 설명했다.

이어 신자유주의에 대한 기독교 신학의 응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신자유주의로 특징지어지는 경제문제는 경제전문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인간과 인간 사회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신학의 중심과제여야 한다"면서 "경제문제가 단순히 이론의 문제가 아니고 그 결과로 빚어지는 것이 우리 주위의 가난과 불평등과 빈부 격차와 굶주림과 비인간화와 비정규직의 양산과 젊은 세대의 좌절과 미래에 대한 절망들이라면 그것은 단순히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신학의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자유주의의 정체를 바르게 드러내는 것 ▲지속성을 띌 것 ▲신자유주의에 대한 학제간 연구 등을 신자유주의에 대한 기독교 신학의 과제로 꼽았다.

박 교수는 "신자유주의를 연구하며,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주범이 모든 현상들 배후에 숨어 악마의 미소를 짓고 있는 신자유주의라는 걸 느꼈다. 세월호 재난은 우리가 잊고 있던 추악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통치의 민낯을 보여줬다. 추악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적 가치관이 팽배한 오늘의 현실에 대해 신학이 침묵하고 그리하여 그 추악함이 기승을 부리도록 방치한 신학과 그리스도인의 잘못이 재난으로 드러난 것"이라며 더 이상 신학이 신자유주의 등 경제 문제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신학자가 사회과학적 전문 분야인 신자유주의의 문제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라는 처음의 생각이 신학은 사회과학적 문제, 특히 오늘날 경제의 문제에 대해서 말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러한 문제를 도외시하고는 오늘날 사회 문제의 핵심을 건드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신자유주의에 대한 기독교의 고찰과 응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회 분과별 발표에서 1분과는 김광묵 박사가 '장 칼뱅의 기도신학과 한국교회의 영성적 과제', 김선권 박사가 칼뱅의 신학적 인식론', 김호연 박사의 '종교개혁신앙의 자기이해', 정미현 박사가 개혁주의 정신과 내러티브 이미지: 츠빙글리와 관련하여'로 발제했다.

2분과에는 황덕형 박사가 '성서 해석학의 조직신학적 의미: 성서학이 간과한 성서 되찾기', 오성욱 박사가 '교회와 사회에 대한 한국신학의 이해와 밀뱅크의 근(根)정통주의관점에서 비평적으로 읽기', 배경식 박사가 '기독교강요에서 보여지는 변증적 성격과 경영원리'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3분과에서는 이석규 박사가 '로젠츠바이크(F. Rosenzweig)의 '구원의 별'에서 나타난 오늘의 구원의 가능성', 심광섭 박사가 '궁핍한 시대에 신학과 교회의 사명은 무엇인가? - 슐라이어마허를 중심으로', '김화영 박사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장치를 비웃은 무위(無爲)의 위(爲) 공동체', 박숭인 박사가 '신자유주의 시대와 기독교신학의 과제'에 대해 발제했다.

4분과에서는 정홍열 박사가 '아우구스티누스 신학에서 본 '믿음과 사랑의 관계' 재조명', 강응섭 박사가 '변혁의 근원으로서 '주체의 구조'에 대한 모색: 프로이트와 라깡의 관점으로 「사무엘하」 11장의 '다윗의 편지' 읽기', 이오갑 박사가 '칼뱅에 따른 부자와 가난한 자', 최태관 박사가 '신의 '자기묘사'의 근거로서 T. 랜토로프의 교회성에 대한 연구'로 발제했다.

5분과는 신익상 박사가 '공감의 영성: 바울의 영성과 신경윤리와의 만남', 박일준 박사가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이론과 인지과학의 '연장된 정신'(the extended mind) 이론에 대한 비판적 성찰: 트랜스휴머니즘 입장에서', 장윤재 박사가 '푸줏간의 그리스도와 동물 신학의 탐구', 공헌배 박사가 '언어철학의 이론을 통해 본 구원과 심판'로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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