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 국제지역연구소 소장 마민호 교수는 이날 선교 리서치 훈련을 주제로 강의했다.   ©이지희 기자

[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한국이 '세계선교 2대 강대국'이라는 말은 선교사 파송 수로 본 말입니다. 하드 파워(Hard Power)로 2등이라는 겁니다. 죄송하지만, 소프트 파워(Soft Power)까지 합치면 결단코 2등이 아니에요. 이제는 선교 현장과 종족에 대한 연구, 정보 등과 같은 소프트 파워에 집중해야 진정한 선교 강국이 될 수 있습니다."

21세기 지식정보시대는 '소프트 파워'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의 인구수, 국토의 면적, 군사, 경제제재 등 물리적으로 표현되는 '하드 파워'도 중요하지만, 정보, 기술, 과학, 문화, 예술, 사상, 가치 등 '소프트 파워'가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선교도 마찬가지다. '연구 없이 전략 없고, 전략 없이 승리 없다'는 말처럼 선교 전략을 개발해 효과적인 선교사역을 하려면 선교 현장과 종족에 대한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일은 필수다. 한동대학교 부설 국제지역연구소 소장 마민호 교수(정치학 박사)는 27일 방주교회(반태효 목사)에서 열린 '선교단체 리더를 위한 선교 리서치전문가 과정'에서 선교사 관점에서 본 지역연구의 중요성과 선교지 리서치 기법, 실습 등을 강의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1999년에 설립된 한동대학교 부설 국제지역연구소(CIAS)는 전 세계 지역 연구를 통해 한국의 지역 연구를 발전시키고 현지 교육기관, 연구단체, 정부 및 민간부문 등의 상호협력에 힘써왔다. 마 교수는 이날 훈련에 참여한 50여 명의 선교사, 선교단체 지도자에게 '선교정보 네트워크'의 비전도 제시해 공감을 얻었다. 한국교회가 파송한 2만 7천여 선교사를 통해 선교 현장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기관이 이를 가공해 선교정보로 생산한 후, 중보기도와 선교전략을 수립하여 본국 교회와 선교단체에 보급하는 비전이다. 그는 "선교 지역 연구와 리서치의 필요성에 대해 전부터 알려왔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보이지 않았다"며 "지금은 말해도 사람들이 알아듣고 관심이 많아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KWMA 훈련분과위원회는 27일 방주교회에서 '선교단체 리더를 위한 선교 리서치전문가 과정'을 진행했다.   ©이지희 기자

선교 리서치, 선교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야

"선교 리서치를 이야기하려면 선교가 무엇이냐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보통 선교를 육하원칙에 따라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마민호 교수는 "선교는 하나님이 주체이시며, 하나님을 알려면 하나님의 이름을 알아야 한다"면서 "하나님은 직접 '스스로 존재하신 분'이라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말씀에는 이 땅의 모든 존재가 존재하도록 창조하신 분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창조는 '카오스'(kaos, 혼돈)를 '코스모스'(kosmos, 질서)로 바꾸고, 모양과 본질이 없는 것(formless)에서 모양을 만들고 본질을 부여하는 것(formation)"이라고 설명했다. 마 교수는 "곧 하나님의 가장 큰 역할은 이 땅에 질서를 부여하고 창조물을 다스리시는 것"이라며 "선교는 바로 하나님 나라와 역사의 완성, 하나님께서 왕 되심을 회복하는 과정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로 선교를 은혜라는 복음의 관점에서 접근하지만, 하나님의 통치, 나라 등 역사의 관점에서 성경을 읽을 때 진정한 선교를 이해하는 힘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날 50여 명의 선교사, 선교단체 지도자가 훈련에 참석했다.   ©이지희 기자

소프트 파워, 왜 중요한가

마민호 교수는 "하드 파워가 중요했던 옛날에는 전쟁에서 이긴 나라가 전쟁에 진 나라의 영토를 빼앗고 사람들을 포로를 잡아갔지만, 지금은 정보를 모두 가져간다"며 "하드 파워가 여전히 중요하지만, 세월이 바뀌어 소프트 파워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미국, 이스라엘 등이 강대국인 이유가 소프트 파워가 강하기 때문이며, 한국이 작은 나라지만 강대국이 될 수 있는 것도 바로 소프트 파워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세계선교 2대 강대국'이라는 말 역시 하드 파워와 관련된 것으로, 진정한 세계선교 2대 강대국이 되려면 선교 현장과 종족에 대한 연구 자료, 정보 등 선교의 소프트 파워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선교가 지난 140년 동안 엄청난 역사를 이뤘지만 '전략이 없다', '전략이 부족하다'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또 수많은 사람이 한국선교가 전략이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왜 전략이 없는지 원인을 제시하진 못했어요. 전략이 나오려면 정보와 첩보가 반드시 필요한데, 한국선교가 전략이 부족했다는 말은 선교 현장과 선교 대상 종족에 대한 정보와 첩보가 부족했다는 말입니다."

하나님 역시 '왕 되심'의 중요한 두 가지 특성인 전지성과 전능성을 가지고 이 세상을 다스리고 계신다고 그는 말했다. "전지전능은 단순한 수사가 아닌 하나님의 소프트 파워와 하드 파워를 말한다"며 "그래서 저는 지역연구, 지역학을 '왕의 학문'이라 이름 붙였다"고 말했다. 또 "전 세계에서 지역연구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무조건 미국"이라며 "강대국이 되어간다는 이야기는 자기만 아는 것이 아니라 타자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며, 세계 평화 등 세계가 요구하는 공공재를 제공하는 역할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마 교수는 "우리나라가 서구권에서 리서치, 연구, 전략을 계속 얻어오면서 잘 쓴 것도 있지만 잘 맞지 않는 것도 있었다"며 "선교지를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그 땅에 대해 알아야 하며, 결국 연구하는 자, 아는 자가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선교는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지만, 선교 전략은 그때그때 변한다"며 "선교의 시대성을 안다면 지역 연구는 모든 선교의 기본이고 전략적 선교를 위한 필수"라고 역설했다.

선교단체 리더를 위한 선교 리서치전문가 과정 참석자 단체사진   ©이지희 기자

리서치 선교사의 정체성

"하나님의 정체성이 스스로 존재하는 분이시라면, 우리의 직책과 정체성도 고민해야 합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보이는(형상화된) 하나님'으로, 내가 우주보다 더 귀한 것도 내 안에 하나님의 형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민호 교수는 "하나님은 큰 왕, 우리는 분봉왕, 작은 왕"이라며 "하나님은 아무런 제약 없이 전 우주를 다스리시는데 우리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는다"고 말했다. 우리가 다스리는 영역은 '우리가 알고 마음에 품고 기도하는 땅까지'라고 말했다. 그는 "기도한다는 것은 안다는 것이며, 알았다는 것은 기도하라는 것"이라며 "알지 못하고 제대로 기도할 수 없으며 다스릴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중보기도팀 대부분이 현장에서 오는 최신 소식이 없이 이미 응답받은 기도정보를 놓고 기도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선교사들이 매주, 매월 보내주는 정보들을 모아 중보기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선교사는 의와 진리와 거룩으로 지음 받은 왕 같은 제사장이며, 그 땅에서 하나님의 말씀으로 옳고 그름을 다스리는 자"라고 강조했다. 또 "선교사는 거룩한 자와 거룩하지 않은 자를 화평케 하는 중보자의 삶을 살아야 할 것"이라며 "그 민족의 거룩하지 않은 점을 하나님께 회개하고 예언자적 삶을 사는 중보기도의 사역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선교사는 리서치 선교사(연구와 사역 통합), 지역전문가(지역사령관), 전략적 선교 퍼실리테이션(전략개발, 사역 촉진자) 등 '멀티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선교 지역을 향한 하나님의 선교 계획을 미리 알아야 하고, 그 나라의 중요한 사회 이슈도 알고 선교 전략 개발도 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선교계가 선교사를 훈련시킬 때 현장 사역자로만 제한하지 말고 다양한 정체성을 주어야 한다"며 "물론 모든 일을 다 잘할 수 없으나, 그 중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합력하여 선을 이룰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선교 리서치와 함께 네트워킹도 필수

선교정보 네트워크 개념도. 선교정보 네트워크는 선교정보의 고급화를 위한 종합적이고 연합적인 시스템으로, 크게 정보의 수집자, 정보의 가공자, 정보의 사용자로 구성된다. 마민호 교수는 이 비전이 전 세계 선교사 연구원에 의해 이뤄질수 있다고 말했다.   ©마민호 교수

마민호 교수는 "리서치는 대학이나 연구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네트워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를 생산하고 보급하는 연구기관과 언론기관이 네트워킹의 몸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마 교수는 "네트워킹의 몸체는 중립성과 종합성을 가져야 한다"며 "선교 정보의 네트워킹을 위해 선교단체, 교회, 연구기관과 언론기관이 함께 모이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들이 모여 회의하려면 새들이 앉을 수 있는 나무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선교단체, 교회의 정보가 계속 흘러가려면 연구기관, 언론기관과 대화하면서 부분적인 연합을 통해 네트워킹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훈련분과위원회 위원장 이용웅 선교사는 "그동안 한국선교는 전문성과 전략이 결여되어 있었다"며 "이번 포럼은 선교현지 조사 방법론과 연구방법도 제시하여 선교사와 선교단체 지도자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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