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위기관리재단 김진대 사무총장(좌), 위기관리연구소 도문갑 소장(우)   ©기독일보DB

[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28일 에어아시아 추락 사고로 실종된 박성범 선교사 일가족에 대해 29일 한국교회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위기관리를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일부 네티즌이 사고 발생 후 기독교와 교회, 선교사, 심지어 피해자들까지 비난하는 악성 댓글을 다는 것에 대해서는 유감의 뜻을 전했다.

한국위기관리재단(KCMS) 김진대 사무총장은 "탑승객 중 유일한 한국인 3명이 선교사 가족이라 더 안타깝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박 선교사는 한국어와 컴퓨터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현지 언어와 문화 훈련 중이었다"며 "현지인을 돕는 가운데 선교의 기회를 얻는 것은 개인의 종교적 신념인데, 함부로 비난 댓글을 다는 악플러들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위기관리재단(KCMS) 부설 위기관리연구소 도문갑 소장은 "사고기에 선교사 가정이 타고 있어서 더 불행한 상황이 되었다"며 "일반 국민이 희생됐다면 더 안타까워했을 일도, 선교사가 희생되자 안티 기독교 세력에 의한 비난 댓글이 올라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의 종교 현황과 비자 갱신을 위한 선교사들의 '비자 여행'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도문갑 소장은 "인도네시아는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인정한다"며 "무슬림이 대다수(인구의 약 87%, 기독교는 6%)이지만, 몇몇 지역은 기독교인이 다수로 활발히 활동하며 교회와 신학교도 존재하는 온건한 이슬람 국가"라고 설명했다. 또 "어느 정도 정착되면 종교비자를 받고 공식적인 선교활동도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왜 인도네시아에 선교하러 갔느냐'는 말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도 소장은 "좀 더 상황을 봐야 하겠지만, 초기 정착 과정에서 종교비자가 아닌 다른 목적의 비자로 들어가 3개월마다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이동하는 중 사고를 당한 듯하다"며 "많은 선교사가 비자 문제 때문에 이처럼 열악한 상황에서 활동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대 사무총장은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는 IS가 종교비자로 들어와 테러를 감행하려는 계획을 포착하고 선교사뿐 아니라 모든 종교인에 대한 비자를 제한하고 있다"며 "이슬람 테러 분자가 자국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한 강력한 조치로, 현지 선교사들이 비자 연장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사건 초기부터 선교사 신분이 알려지고, 대변인을 세우지 못한 점, 교회 홈페이지에 선교사 이름이 게재된 점 등은 선교단체가 평소 위기관리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고, 여러 여건상 제대로 훈련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도문갑 소장은 "파송 선교단체와 현장 지도자가 훈련되어 있었다면 현장에서부터 대사관이나 미디어에 최초 보고 시 비자 목적에 맞게 선교사의 신상을 관리했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관리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군소 선교단체가 꽤 많이 있어 위기관리재단이 평소 이들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찾아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교회는 선교현장을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선교단체가 파송교회와 연합하여 창의적 접근지역에 파송된 선교사의 신상과 보안 관리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평소 위기 발생 시 미디어팀 운영방안, 위기의 초동대응 등에 대한 훈련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사무총장은 "사고가 났을 때 치르는 비용을 생각하면, 좀 더 비용이 들더라도 저가 항공은 피해야 한다"며 "일반 기업이나 선교단체, 교회의 주요 인사들이 한꺼번에 이동할 때는 시간대를 달리하여 혹시라도 일어날 사고 여파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도 얼마 전 태국과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최저가 항공을 타고 다녔더니 현장 선교사님이 비용이 더 들더라도 안전한 국적기를 타고 다니라는 제안을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번 경우 가족이 따로 이동하기는 어려웠겠지만, 서구선교단체는 접근이 어려운 밀림 지역 등에 주요 인사들이 들어갈 때 되도록 분산해서 간다"며 "위기관리 의식이 있다면 단체는 분산해 이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문갑 소장은 "아무래도 국제항공사 등 좋은 항공사를 이용했더라면 사고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대부분 선교사가 재정 형편상 좋은 항공기를 타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여유가 있으면 저가 항공을 피하는 것이 기본적인 위기관리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진대 사무총장은 "안전을 생각하다 보면 끝이 없고, 전혀 생각 안 하면 안전불감증으로 치부하니 실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며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겠느냐'는 무조건적인 믿음은 안 되며, 안전을 위해 감수해야 할 불편 비용은 예방비용으로 생각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독교의 해외선교 활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한 선교 지도자는 "사실 대부분 나라가 공식적으로 선교사를 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역시 조선 말기 쇄국정책으로 외국인 선교사들이 엄청난 박해를 받았다"며 "하지만 일제 강점기 아래에서 도움, 교육의 발달, 근대화 등에 선교사들이 엄청난 영향을 끼친 사실을 보면 해외 선교사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활동이 제한적인 외교관과 달리 현지 정부가 하지 못하는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을 섬기고 돌보며, 한국 문화를 알리는 선교사는 민간대사로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음을 전하기 이전에 먼저 그리스도의 사랑을 베풀고 현지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선교사들의 희생과 봉사, 섬김을 오해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박성범 선교사는 여수제일교회 소속 선교사로 두 달 전 인도네시아로 파송돼 말랑이라는 도시에서 어린이들에게 한국어와 컴퓨터를 가르치는 봉사활동과 선교 활동을 해왔다. 특히 다음달 유나 양의 돌잔치를 앞두고 실종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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