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예술과 과학의 융합을 보여주는 전시가 서울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하이브리드 하이라이트 - 스위스와 한국: 예술-인간-과학' 전이란 제목으로 구성한 이 전시에서는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의 기술이 다양한 목적으로 작품에 녹아든 모습을 볼 수 있다.

게임·디자인·건축·설치·영상·인터렉티브 아트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 38명의 작품 32점이 전시장을 채웠다. 뇌 속 신경구조의 시각화와 건축분야에서의 아이디어 전개 등 실용성에 중점을 두고 사용된 작품, 지구에 그려지는 그림, 지문의 패턴에 의존해 형성되는 도시 등이다. 특히 전시에는 게임이 적극적으로 제시됐다. 컴퓨터 게임이 사회적 힘과 예술적 콘텐츠를 갖춘 새로운 형태의 예술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게임회사 '터틀 크림'이 만든 게임 '더 왓쳐'는 게임이 진행되는 5분간 개입하지 않고 지켜봐야 하는 독특한 게임이다. 만약 이 시간에 관람객이 게임기를 만지게 되면 게임의 첫 부분으로 돌아가 버린다. 숲 속에 버려진 고장난 회전목마를 고쳐 UFO를 만드는 외계인들이 수줍음이 많아 '플레이어가 반응하면 숨어버린다'는 설정이다. 게임에 개입하지 않고 게임을 하는 게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신체의 영상이 투사되는 5개의 대형 조형물 사이를 성격이 다른 로봇 5대가 돌아다니는 김현주의 설치작품 '로봇 공생'도 주목된다. 로봇은 부분적인 확장으로 지칭되는 인간들을 만날 때 그들의 독특한 외적 성격, 페르소나를 드러내는 점이 흥미롭다. "기계가 보여주는 공생의 상황을 통해 인간과 기계, 유기체와 비유기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포스트 휴먼적 상황을 궁극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한다.

지문을 소리화해 인간의 아이덴티티를 탐구하는 한윤정·한병준의 인터렉티브 사운드 설치작품 '손끝 소리 v. 2', 지문을 통해 가상의 도시를 만들어내는 에스리 알랜디 센터의 '지문도시', 음에 대응하는 색의 관계를 색에 반응하는 음으로 전환하는 하이브의 '프로젝트 스크리아빈' 등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서울대미술관과 유럽의 예술·과학 융합 프로그램의 거점인 스위스연방공과대 디지털아트위크(이하 DAW)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공동 큐레이터인 아서 클레이 DAW 예술 총감독은 "융합이 현재 예술과 과학 실천의 지표라고 한다면 이 전시는 미지의 영역에서 추출한 가능성을 탐구해 기존 예술과 과학이 가진 영역을 뛰어넘는 융합의 영역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정민 서울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과학과 예술 분야의 기존 이론에 도전하는 작품으로 구성했다"며 "이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들이 지금껏 감지해 온 영역 이상의 새로운 지각의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시와 연계한 '이노베이션 포럼'이 무료로 열린다. 11일, 11월 8일과 15일 예술·과학·사회 변화의 필요성'과 융합·혁신을 논하는 국제 콘퍼런스다.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하이라이트 키즈 워크숍도 진행한다. 전시는 12월 7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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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