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영 박사
기독교는 영지주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

1. 영지주의는 무엇인가

영지주의(靈知主義, Gnosticism)는 헬라어로 ‘지식’ ‘앎’ 등의 뜻을 가진 그노시스(gnosis)에서 비롯된 용어이다. 영지주의는 일종의 우주론적 이원론으로 우주는 영적 세계와 악한 물질 세계로 구분되며 사람은 그리스도를 믿거나 여타 종교를 통해 구원 받는 게 아니라, 신비한 지식을 통하여 구원에 이른다고 본다. 그 특별한 비법, 특별한 지식을 바로 영지(그노시스)라고 부른다.

2. 영지주의의 기원

영지주의가 언제 어떻게 발생하였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일치된 견해가 없다. 기독교와 무관한 종교 현상이라는 설과 유대교 이단이나 유대교 이탈 집단이라는 설 등으로 나누어 지고 있다. 다만 성경에 나타난 사도 베드로와 사도 바울의 일련의 글들과 그리스도께서 ‘육체로 오신’ 것을 부인한 자들이 있음을 사도 요한이 언급(요일 2:22; 4:2,3)하는 것으로 보아 기독교 초기 사도들에게 있어 영지주의는 골칫거리였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영지주의에 대한 자료들은 순교자 저스틴, 이레네우스, 히폴리투스, 터툴리안,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 오리겐, 키프로스 살라미스의 에피파니우스(315경-403) 등의 저서에도 나타나고 있다. 특별히 이레네우스의 이단 논박(Adversus Haereses)에 잘 나타나 있다. 초대교회 훌륭한 교부였던 이레네우스(Irenaeus)는 소아시아 태생으로 이단 논박은 그가 거의 10년 간에 걸쳐 썼던 책으로 모두 5권으로 되어있다. 그는 성경과 아울러 헬라 철학과 문학에도 조예가 깊은 인물이었고 특별히 사도요한의 제자인 폴리캅이 그의 스승이었다. 그가 영지주의의 위험성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그만큼 사도 시대로부터 영지주의가 기독교에게는 위험한 종교였음을 말해주고 있다.

다만 이들 교부들도 구체적인 영지주의 기원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당시 영지주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널리 퍼진 사상이었음이 분명하다.

3. 영지주의의 주요 인물들

1) 사마리아의 시몬(Simon Magus)
교부들은 마술을 행한 사람으로 묘사하는 사마리아의 시몬(사도행전 8장)을 최초의 영지주의자로 간주한다. 그는 스스로 신이라 칭한 사람이었다.

2) 메난더(Menander)
시몬의 뒤를 이은 사람으로 시리아 안디옥에서 활동했고 자기를 믿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3) 케린투스(Cerinthus)
유명한 기독교이단이다. 예수는 단순한 인간이며 그리스도가 자기에게 강림했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4) 마르키온
전형적 영지주의자는 아니나 구약의 하나님과 신약의 하나님은 다른 하나님이라고 주장하여 영지주의적인 사고가 있었다. 여호와 이외 많은 하나님이 있다는 사상도 바로 영지주의 주장 가운데 하나다.

5) 발렌티누스(Valentinus)
가장 유명한 영지주의 이단 인물이다. 인류를 불신자들(hylics), 보통 그리스도인들(psychics), 영적 영지주의자들(pneumatics)로 나누었다.

4. 영지주의의 주요 자료

1) 콥트 영지주의 자료
(1) 19세기 두 권의 콥트 영지주의 자료가 출간
(2) 유명한 나그함마디 문서들(도마 복음도 여기서 나옴)

2) 만다야 자료
(1) 이라크 남부와 이란 남서부에 일부 남아있는 만다야 공동체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유일한 영지주의 집단들임
(2) 불트만은 요한복음이 만다야교의 것들과 유사한 전승들을 실은 초기 영지주의 문서를 개작(改作)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신약성경은 ‘구속된’ 구속자에 관한 기독교 영지주의 신화에 의존한 문서라고 본다. 그래서 불트만은 신화로 얼룩진 책인 성경을 제대로 보려면 신화를 제거하고 비신화화(Entmythologisierung, 非神話化)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5. 영지주의 교훈들의 7 가지 기본 특징

1) 다양성
영지주의는 그 핵심과 본질이 이원론적이라는 데 대해서는 일치하나 중앙집권적 종교 권력이 없으며 핵심 경전이 없다. 따라서 영지라는 데는 일치하나 다양한 주장들이 있다.

2) 이원론적
핵심 경전은 없으나 그 본질은 분명 이원론적이다. 세상은 근본적으로 초월한 신과 악한 물질 세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본다.

3) 육체에 대한 독특한 해석
영지주의는 사람들이 천산에서 온 존재임을 모르며 육체에 대해 신성의 불꽃들이 특정한 영적 개인들의 육체에 갇혀있다고 본다. 영지주의가 그리스도를 부정하지는 않으나 영지주의에서는 그리스도를 성육신한 하나님이라든가 십자가 고난이 인류의 대속 사역이 아닌 영지의 사명을 띠고 오셨다는 주장이다.

4) 창조에 대한 독특한 해석
대부분의 영지주의자들은 우주 창조를 믿는다. 다만 성경적 창조를 믿지를 않는다. 영지주의자들이 보류 때 성경의 여호와 하나님은 창조주이기는 하나 많은 창조주 가운데 등급이 낮은 창조주일 뿐이다.

5) 구원에 대한 이질적 주장
영지주의는 구원이 믿음이나 행위에 달려있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영지주의에서 보는 구원은 단지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참된 본질을 아는 것이다.

6) 금욕주의
육체가 구원과 관련이 없으므로 의도적으로 방탕한 삶을 사는 영지주의자들이 있는 가하면 결혼과 성에 대해 극단적 금욕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7) 종교의식과 공동체
뚜렷하게 일치된 종교 의식이나 일반에게 잘 알려진 공동체는 없으나 세례나 성찬을 영지의 영적 상징이라고 해석한다.

6. 선교와 영지주의

무슬림은 노출되어있는 선교 대상이다. 하지만 영지주의는 사도들(베드로, 요한, 바울 등) 이래 지금까지 늘 골치거리이면서도 포장을 달리하여 변신의 모습으로 나타나기에 그다지 노출이 되지 않은 면이 있다. 영지주의는 초대교회시대의 이단들이나 위경들(Pseudephigrapha), 기독교 신비주의 등에 변장된 모습으로 나타나고 최근에는 영지주의 종교, 신비철학사상, 뉴에이지 사상, 칼 융의 심리학, 과거 언젠가 지구에 외계생명체가 도래했다고 믿는 과학기술시대의 특수한 외계인신봉종교 등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므로 그 변화무쌍한 변신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선교적 관점에서 무슬림도 문제이나 영지주의가 기독교 선교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때가 분명히 오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최초의 기독교 조직신학자 이레네우스가 영지주의와 싸웠듯이 21세기인 지금도 영지주의는 포장만 달리 했을 뿐 종교와 문화와 학문과 사상이라는 이름으로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여전히 건재함을 잊지말고 기독교는 대비해야 된다. 신론과 기독론, 구원론, 인간론, 종말론, 교회론이 모두 충돌하는 기독교와 영지주의는 당연히 종말의 때에 정면 충돌하게 될 것이다. 기독교는 지금처럼 엉뚱한 곳에 쓸데없는 힘을 쏟지 말고 선지자적 지혜와 자세로 시대를 분별하는 영적 혜안(慧眼)을 시급히 회복해야 하는데 작금의 한국 기독교를 보면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7. 영지주의 관련 참고도서

1) 국내 저자
국내에는 이 분야에 대한 제대로 된 전문가나 국내 저자의 책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2) 번역서
영지주의신학의 기초자료로 유용한 최의원, 권호덕, 김경신 교수께서 공역하신 <영지주의신학>(한국로고스연구원, 1998)이 있고, 영지주의를 신화와 문화적 관점으로 접근한 <신비의 지식, 그노시즘>(문학동네, 1996)과 한신대를 나온 신학도가 번역하고 영지주의사제가 쓴 <이것이 영지주의이다>(샨티)가 있다(이 책은 영지주의 논리에 빠져버릴 위험이 있으므로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접근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3) 기독교적 관점에서 쓴 관련 저서
영지주의의 기독교 이전 역사나 유대교와의 관련, 신약성경에 끼친 영향, 영지주의와 예수, 기독교 영지주의 등을 알려면 <Gnosticism and the New Testament>(Minneapolis: Fortress, 1993)이 있고 초대교회 속의 영지주의에 대한 논문집으로 <Gnosticism in the Early Church>(Garland Pub., 1993)(기독 신학자 21명의 영지주의 관련 논문이 실려있음)이 있다. 유명 영지주의 문서인 나그함 마디(Nag Hammadi)에 대한 성서적 해석을 시도한 책으로는 재클린 A. 윌리엄스의 <Biblical Interpretation in the Gnostic Gospel of Truth from Nag Hammadi>(scholars Press, 1988)이 있다.

* 이 글은 조덕영 박사의 ‘창조신학연구소’ 홈페이지(www.kictnet.net)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조덕영 박사는

환경화학 공학과 조직신학을 전공한 공학도이자 신학자다. 한국창조과학회 대표간사 겸 창조지 편집인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여러 신학교에서 창조론을 강의하고 있는 창조론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창조신학연구소’는 창조론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들로 구성돼 목회자 및 학자들에게 지식의 보고 역할을 하고 있다. ‘기독교와 과학’ 등 20여 권의 역저서가 있으며, 다방면의 창조론 이슈들을 다루는 ‘창조론 오픈포럼’을 주도하고 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조덕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