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역사학회 정기 학술 심포지엄이 '세계교회협의회(WCC)와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채경도 기자

한국기독교역사학회(회장 이진구) 정기 학술 심포지엄이 '세계교회협의회(WCC)와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5일 오후 2시부터 감리교신학대학교 웨슬리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한국교회의 WCC 이해'라는 주제로 발표한 한신대 연규홍 교수는 WCC 10차 총회의 역사적 의미와 지난 1월 13일 발표된 'WCC 공동선언' 논쟁을 중심으로 한국교회의 WCC 이해와 그에 따른 갈등구조와 논쟁의 배경 논리를 발표했다.

연규홍 교수   ©채경도 기자

그는 "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위한 세계교회의 잔치인 WCC의 총회가 오히려 분열된 한국교회를 더욱 분열하게 하는 상황에서 NCCK는 일부 교회의 '불협화음'과 '우려'를 불식하고자 한 공동선언"인데 "결과는 안타깝게도 반대자들을 설득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WCC 총회 가입교회와 그 지지자들 안에 갈등과 대립을 가져왔다"고 전했다.

'WCC 공동 선언'은 ▲종교다원주의 배격▲공산주의·인본주의·동성연애 반대 ▲개종전도금지주의 반대 ▲성경의 무오성과 절대적 표준임을 천명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종교다원주의'에 대해 "WCC는 이웃종교와의 평화공존을 위한 대화를 말하지 그것에 구원이 있다는 종교다원주의를 말하지 않는다"며 "공산주의나 자본주의 어느 한 쪽을 이념적으로 선택하지도 않는다"고 발표했다.

또한 '동성애 문제'에 있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관심으로 받아들이지 교리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며 "WCC는 성적 유희로서의 동성애는 단죄가 마땅하지만 생물학적 경향의 성적 소수자들에 대하여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연 교수는 "공동선언의 1, 2항은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3, 4항은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해서 논박을 했어야 했다. 우리가 근원적으로 논구하고 토론해야 할 사항은 1,2항의 문제보다 3, 4항의 문제이다"며 "철저한 검토 없이 WCC 공동선언을 무조건 폐기하자는 것은 학문적인 무책임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WCC 공동선언'을 둘러싼 핵심 쟁점이었던 '개종전도반대' 조항에 대해서 "WCC는 불신자의 개종(conversion)을 반대한 적이 없다. '양 도둑질'을 하는 개종전도를 금지하는 것이다"며 "WCC 공동선언의 '개종전도금지반대' 조항은 WCC의 관점을 무시하고 과거의 전도방식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인 것이다"고 보았다.

연 교수는 "WCC 가 주창하는 '개종전도'는 그리스도의 역사 속에서 의례와 전통이 다른 그리스도교 교파들을 향한 '양 훔치기'나 힘에 의한 제국주의적 공격적인 전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며 "유일한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선교는 이웃종교(타종교) 안에 깊이 들어가서 사랑과 봉사로서 전해져야 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는 "WCC 공동선언의 핵심 문제는 4항의 성경의 절대무오와 축자영감설이다"며 "WCC반대론자들은 웨스터민스터 신앙고백에 근거하여 하나님의 말씀인 예수 그리스도보다 성서 문자 무오주의와 축자영감설로, 기록된 성서를 절대화한다"며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인 예수 그리스도가 성서의 문자에 갇혀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성서에 있지만 성서에 갇혀있지 않고 자유롭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 교수는 "성서 원문이 존재하지 않는 오늘에 있어 번역된 성서 문자 그 자체에 표준을 두는 것은 무모하고 독선적인 횡포이다"며 "오직 성서의 중심인 사랑과 관용, 그리고 이해의 예수 그리스도가 절대 표준인 것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WCC의 공동선언을 둘러싸고 드러난 한국교회의 분열의 실상을 진솔하고 인정하고 그 분열된 현실에서부터 한국교회는 WCC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흥수 교수   ©채경도 기자

이 발표에 대해 논찬한 김흥수 교수(목원대학교)는 "저는 이 선언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메모 형식의 허술한 선언 방식과 조잡한 표현, 갑자기 튀어나오는 인본주의, 공산주의, 동성애 같은 표현을 보고 선언을 발표한 사람들이 그 내용보다 동기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동기란 NCC나 WCC 총회 준비위원회 측에서는 교회 일각에서 전개하고 있는 WCC 반대 운동을 잠재우고 싶어 했고, 한기총 측에서는 한국정부가 재정을 지원하고 박근혜 대통령까지 성공을 기원한 WCC 총회를 계속 반대할 경우 갖게 될 부담 때문에 슬며시 반대운동을 축소하거나 잠재우기 위한 어떤 표면상의 이유나 구실이 필요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선언서 발표를 위해 양측 모두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서둘러 발표한 것이라고 본다"며 "연 교수님이 분석한 대로 이 선언의 경우도 '신학적인 차원이라기보다 한국교회 성립 차원에서 발생한 교파간 명분과 주도권, 정복적인 선교'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그는 "선언 가담자들이 신학자들이 아니라 대부분 교회 행정가와 목회자들이라는 점에서도 이것을 알 수 있다"며 "이 선언이 한국교회 일각의 WCC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래서 한국교회의 WCC 이해의 분석 자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 선언 외에도 2009년 WCC 총회 유치 후 한국교회에서는 WCC에 대한 다양한 세미나와 비판이 있었고, 비판의 핵심은 WCC의 용공문제와 종교다원주의 문제였다"며 "WCC 용공론과 관련해서는 1950년 7월 전쟁을 북한의 남침으로 규정하고 유엔군 파견을 권고한 WCC중앙위원회의 '한국 상황과 세계질서' 성명, 1951년 6월 갑자기 등장한 WCC용공론 문서 '기독교와 용공정책'에 관한 의문 등 아직 검토, 확인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했다.

덧붙여 "이것은 WCC의 종교다원주의론, 동성애론, 개종전도금지론 같은 문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고 전했다.

이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한국교회와 세계교회협의회의 관계 역사'라는 주제로 민관홍 교수(한세대학교)가, 'WCC 에큐메니칼 신학의 전개-역대 총회 주제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정병준 교수(서울장신대학교)가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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