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북·중 국경이 봉쇄된 지난 3년간 중국에 체류하던 탈북민 2600여 명이 공안에 적발돼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서 북·중 국경이 다시 열릴 경우 중국이 이들을 강제북송할 가능성이 커 이를 막을 대책이 시급하다.

통일준비국민포럼과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이 지난 11일 ‘재중 탈북민 강제북송 저지를 위한 긴급 세미나’를 열고 중국이 국제인권규범의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준수해 탈북민을 강제 북송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국내 북한 인권단체들이 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 저지에 급하게 나서게 된 건 코로나로 봉쇄됐던 북·중 국경을 최근 북한이 해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된 지난 3년간 중국 공안에 적발된 탈북민 숫자는 당초 2천여 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면서 그 숫자가 크게 늘어 2,6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대부분은 두만강과 압록강 부근의 중국 내 수용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곳 외에 남쪽에 600여 명을 수용한 시설이 더 있다는 증언이 최근에 나왔다.

중국 내에 체류하거나 공안에 단속돼 구금된 탈북민은 국제법상 보호받아야 ‘난민’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자국 내 체류하는 탈북민을 ‘난민’이 아닌 ‘불법체류자’로 간주해 오고 있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탈북민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유엔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에 의하면 ‘난민’은 인종, 종교,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그 나라에 돌아갔을 경우 박해받을 우려가 있는 사람을 뜻한다. 탈북민이 북한으로 돌아가서 어떤 처우를 받을지는 뻔하다. 이런 현실에서 중국이 탈북민을 ‘난민’이 아닌 ‘불법체류자’로 취급하는 자체가 국제법 위반이다.

이 문제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유엔 등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고 있다. 미국 내 초당적 협력체인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는 지난 6월 13일 중국 내 탈북민의 강제북송 문제를 다루기 위해 개최한 청문회에서 특히 중국의 탈북민 강제송환을 미국 및 동맹국들이 행동으로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방한한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재중 탈북민이 북한에 강제송환 시 가혹한 처벌과 고문, 다른 부당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커, 탈북민이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제사회가 이처럼 탈북민 북송문제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데 반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오히려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 인권 개선을 주요 대북정책 과제로 제시하고 있으나 어쩐지 ‘선언’으로만 그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러고 있는 일차적인 원인은 북한 인권문제를 실질적으로 다룰 ‘북한인권재단’이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있어 보인다. ‘북한인권재단’은 ‘북한인권법’이 제정되면서 2018년에 예산 109억 원까지 확보했으나 정작 재단 구성을 위한 이사 추천을 민주당이 거부하는 바람에 출범이 마냥 미뤄지는 실정이다.

어느 당보다 인권을 내세우는 민주당이 유독 북한 주민의 인권을 외면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북한 인권법’을 여야 합의로 만들어 놓고 그 법을 실질적으로 이행할 기구가 정상 가동되는 걸 막는 건 명분으로나 도리상으로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야당의 비협조에 그냥 손을 놓고 있는 여당도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다. 야당을 설득하기보다 무조건 책임을 떠넘기는 건 국정 운영을 맡은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거대 야당 앞에서 무기력한 여당은 응원이 아닌 따끔한 질책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만약 끝까지 야당이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이가 없으면 잇몸’이란 말처럼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탈북민 강제북송 저지를 위한 세미나’에서 기조강연을 한 연세대 이정훈 교수는 탈북민을 지원하는 전미민주주의기금(NED)을 언급하면서 “이에 버금가는 별도의 기구 설립이 필요하다”라고 주문했다.

중국 내 탈북민은 북·중 국경이 개방되면 제일 먼저 북송될 처지에 놓여있다. 북한이 이들의 송환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를 받아들여 강제 송환하면 북한 당국이 이들을 정치범 수용소 등에 가두고 잔혹한 고문을 가하는 등 반인권적 처벌을 할 게 뻔하다. 그러기 전에 어떻게든 강제북송을 막는 게 최선이다.

이 문제는 중국의 선택에 달렸다. 만일 이들을 강제북송하면 당장 ‘유엔난민협약’을 위반했다는 국제적인 비난 여론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비난 여론은 시간이 지나면 차츰 수그러들겠지만 무고한 사람들을 사지에 몰아넣은 반인륜적 행태는 중국이 지향하는 미래에 커다란 암초가 될 수도 있다.

이럴 때 대북 인권단체뿐만 아니라 종교계 등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북송 저지에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 유엔난민기구에 중재 요청을 하는 등 탈북민 강제북송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한·중 외교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문제에 정부가 나서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인도주의 차원에서 북한 주민이 당할 고통을 생각한다면 눈치나 살피고 할 말을 못 해선 안 될 것이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