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6일 서울에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과 대담을 갖고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유튜브 갈무리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6일 서울에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과 대담을 갖고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유튜브 영상 캡처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103세 철학자'로 불리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와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화두로 나눈 대담이 주목을 끌고 있다.

김 교수는 '사랑이 있는 교육이 세상을 바꾼다'는 울림이 있는 고견을 내면서 교육자로서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 미래세대 도약을 이끌어내는 밑거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임 교육감은 지난 6일 서울 모처에서 김 교수와 약 2시간 가량 만났다.

이번 만남은 임 교육감이 현직 교육감으로서 원로 철학자인 김 교수에게 혜안이 담긴 진솔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임 교육감이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올바른 교육인지 자문을 구하면 원로 철학자인 김 교수가 답하는 형식으로 대담이 진행됐다.

김 교수는 "학교 교육이 선생님에게 어떤 변화를 주셨느냐"라는 임 교육감의 질문에 "사랑이 있는 교육이 세상을 제자들에게 바꾸게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은 선생님만큼 자란다"며 "'내가 성장하는 것만큼 제자들을 성장하게 도와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내가 경험해보니까 선생님 자신을 위해 가장 좋은 자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제일 자랑스러운 건 제자들이 다 나보다 좋은 일 하고, 사회에서 존경받는 사람이 됐을 때"라며 "나 자라는 것만큼 내 제자들도 자라게 해주는 것이 교육자의 사명"이라고 역설했다.

임 교육감이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묻자 김 교수는 "학부모들이 자신이 키우고 싶은 대로 자꾸 (아이들을) 키우려고 하는데 그렇게 하지 말고 살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이같은 자세를 교육자에게도 주문했다. 그는 "초등학교를 예로 들면 1, 2, 3학년 때는 보호해주고 4, 5, 6학년 때부터는 선생과 제자가 함께 가서 상담과 의논을 해주고 중학교 즈음 갔을 때는 조금씩 제자들을 앞세우고 뒤에서 뒷받침해줘서 고등학교 교육까지만 키우면 괜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무가 자라면서 굽으면 재목 구실을 못 한다"며 "보호해준다고 하는 것, 같이 가준다고 하는 것은 바르게 자라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 교육감은 정부가 교육예산을 경제논리로 대하는 태도와 관련해서 "교육비를 줄여가지고 그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나"라는 의견을 내놓자 김 교수는 "후진국가일수록 규정과 제도를 먼저 만들고 교육이 그 속에 끼어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선진국가에 가게 되면 교육은 행정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교육은 그 사람에게 자기 인격적 가치를 끝까지 찾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으로, 교육은 목적이지 수단이 아니다. 그걸 우리 행정부가 좀 많이 느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 교육계에 전해주고 싶은 말씀을 해달라"는 임 교육감 요청에 "내가 자라는 것만큼 우리 공동체 교육이나 나라가 자란다는 생각을 조금씩 더 나눠가지고 살면 좋지 않을까"라고 바람을 전했다.

임 교육감은 대담을 마치면서 김 교수에게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에게 다 소중한 말씀을 줬다"며 "말해준 방향대로 사랑이 있는 교육이 실천되도록 교육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두 사람이 나눈 대담을 약 17분 분량으로 요약한 영상을 도교육청 유튜브 채널에 게재했다.

김 교수는 1920년 평안북도 운산에서 태어나 평안남도 대동군 송산리에서 자랐다. 도산 안창호(1878∼1938년) 선생의 설교를 듣고, 윤동주(1917~1945) 시인과 동문수학했다. 고향에서 해방을 맞이했고, 1947년 탈북해 이후 7년간 서울중앙중고등학교의 교사와 교감으로 일했다.

1954년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강단에 선 뒤 31년간 후학을 양성했다. 현재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로, 103세의 나이에도 방송과 강연·집필 등 왕성한 활동을 소화하고 있다.

임 교육감은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국회의원 3선, 고용노동부 장관 등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두루 경험했다. 한경대 총장을 4년간 맡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이른바 '진보교육의 산실'로 불리는 경기도에서 보수 성향의 교육감 최초로 민선교육감에 당선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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