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환 목사
김요환 목사

최근 한국에 대형화된 어떤 교회에서는 ‘담임목사’와 ‘부목사’라는 것으로도 호칭 구분이 어려워서 ‘부장 목사’, ‘국장 목사’라는 말을 덧붙여 사용합니다.

공동체 조직이 거대해지고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책임자의 위치에 있어야 하기에 이런 직함이 붙는 것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시선도 있습니다. 또한 공동체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직급을 정하는 것은 인간 사회에서 어쩌면 필연적인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교회 공동체는 회사나 군대와 같은 공동체는 아닙니다. 필연적으로 인간 사회에서 필요한 조직과 행정이라고는 하지만, 점점 더 교회가 대형화 되어가면, 이제 얼마 안 가 전무 목사, 차장 목사, 대리 목사, 주임 목사, 사원 목사 등등이 다 나올 듯 합니다.

현실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차치하고서도, 이런 말이 나다니는 이유는 목사를 계급과 직급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담임, 부담임, 부장, 등등 이런 식의 계급화된 직분 나누기는 목사 사회에 계급이 존재한다는 인식을 성도들에게 주기 충분합니다. 이로써 성도들이 직장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세속의 시스템을 교회 안에서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성경적 원리와 신앙의 원리에 근거했을 때, 이것은 바람직한 목회자의 정체성이 아닙니다. 목사는 직분으로 자기의 역할이 구분되는 존재가 아니라 철저하게 부르심에 따라 하나님의 종으로 부름받은 사명자들입니다. 그러니까 목사의 직분이 가지는 본질적이고도 근원적인 역할은 말씀으로 성도를 목양하고 양육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목사의 존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목사들끼리 담임과 부담임, 그리고 국장과 부장 등으로 계급을 나누는 게 과연 옳을까요? 연륜에 따라, 그리고 목회 연수에 따라서 선배 목사와 후배 목사는 존재합니다. 그러나 계급적 구분과 연급의 구분이 과연 목회자 세계에 있는 것이 옳을까요?

또 기능에 따라 행정 목사, 교육 목사, 찬양 목사 등등의 말도 횡횡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목사는 그냥 ‘목사’이지 무슨 ‘행정 목사’, ‘찬양 목사’, ‘교육 목사’가 따로 있어야 하는 걸까요? 목사라는 직함 앞에 그런 수식어를 붙인다고 더 전문성이 늘어나는 걸까요?

본질적으로 목사라는 직함 앞에 어떤 수식어도 붙일 필요가 없습니다. 목사는 그냥 ‘목사’고, 주님의 종입니다. 종인데 무슨 담임이 있고 부담임이 있습니까? 종의 역할은 주인이 시키는 일이면 그냥 다 하는 것이지 무슨 전문성에 따라 역할을 구분하나요? 물론 현실적으로 강점에 따른 역할 차이는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목사 간에 사명의 차이는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담임자는 부담임자를 하대하거나 부하직원으로 대해선 안 됩니다. 담임 목사라는 직함이 책임자의 역할이 있고 목회적 부담을 더 많이 떠안고 있음은 사실이기에, 그 자리에 중요성을 존중받는 것은 마땅합니다. 그러나 함께 동역하는 사역자를 부하직원 부리듯 하는 행태는 없어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부담임자라고 하지만, 그 역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소명자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복음 사역의 소명으로 묶여진 이들이 협력관계에서 동역해야지 상하관계로 설정되는 것은 성경적으로 옳지 않습니다. 그것은 중세 때 로마 가톨릭 교회가 교황과 주교와 신부의 권위를 서열화하는 악습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리 개신교(프로테스탄트)는 개혁된 교회로서 말씀이 중심이 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하고 서열과 조직의 세속화된 문화를 당당히 거부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부담임자는 스스로를 부목사로 인식하고 대충 대충 해선 안 됩니다. 비록 교회의 최종 결정권자나 책임자의 위치는 아니지만, 부담임이 아니라 한 사람의 목회자인 것은 명확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목사로서 사명과 자긍심을 가지고 맡겨진 영혼들에 대한 충성을 다해야 합니다. 부담임이라고 호칭에 굴레에 스스로가 갇혀서 살아가는 것은 목사로서의 비극입니다.

목사는 ‘목사’입니다. 나이와 연급은 달라도 사명은 하나입니다. 목사의 사명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으로 영혼을 구원하는 것’입니다. 이 사명을 감당하지 않을 거면, 그냥 목사 안 하면 됩니다.

만약 행정만 하고 싶으면 차라리 회계사가 되어야 합니다.
찬양만 하고 싶다면, 차라리 ccm가수가 되는 게 낫습니다.
정치만 하고 싶다면, 차라리 정치인이 되는 게 낫습니다.
목회를 안 할 건데, 왜 목사를 하는 것일까요?

목회자는 어떤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미 ‘목사’라는 직함 안에서 전문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목사는 말씀의 전문가이고, 교리에 전문가이고, 양육과 영혼구원에 전문가여야 합니다. 다른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은 목사가 아니라 다른 전문직들이 있습니다. 목회자의 정체성과 전문에 기초가 되는 것을 요구하지 않고 다른 외적인 것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목사는 철저하게 말씀 사역자여야만 하고, 말씀 사역에만 목숨 걸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말씀이 영혼을 살리고 성도들을 세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담임 목사가 독점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말씀 사역이 혼자서 가능하다면 부교역자를 뽑을 이유도 사실상 없습니다. 나머지 행정, 찬양, 기타 업무는 차라리 성도들 중에 전공한 이들을 직원으로 체용하는게 훨씬 실용적입니다. 실용적일 뿐만 아니라 그게 성경적입니다.

부교역자라는 직함에 만족하며, 말씀 선포하기를 주저하거나 거부하는 목사들도 문제입니다. 말씀에 전하는 일이 즐겁지도 않고, 성경을 연구하고 성도들의 영혼을 붙들기를 주저한다면, 아예 목사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부목사라서 괜찮은 것은 없습니다. 목사라면 ‘목사’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기능과 계급으로 사람을 서열화하고 목사의 역할과 사명 역시 부르심이 아닌, 자본주의 원리대로 흘러간다면, 그 교회는 이미 교회 공동체의 기능을 상실한 것입니다. 목사님 반드시 기능인이 아니라 사명자가 되어야 합니다. 사명은 나이와 신분과 재능에 상관없이 하나님이 주셨기에 감당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아볼로가 언변에 더 뛰어나다고 바울이 침묵해야 하겠습니까? 재능과 기능과 계급에 따라 사역을 하는 게 아니라, 사명에 따라 사역을 할 때 교회가 세속의 공동체와 다르게 될 줄로 믿습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요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