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와 은혜의 차이점은 뭘까? 공통점은 또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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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족한 은혜] 신학자 폴 틸리히 설교집 ‘새로운 존재’⑦-정사와 권세자들

³⁸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³⁹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아무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로마서 8:39-40)

이 말씀은 지금까지 기록된 모든 말씀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에 속합니다. 이 말씀은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인간의 영혼을 능히 사로잡습니다. 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이 말씀은 폭발하는 포탄이나, 열린 무덤 앞에서 우는 소리나, 병자들의 한숨소리나, 죽어가는 이들의 신음소리보다도 강력했습니다. 이 말씀은 자신에 대한 절망에 빠져 있는 이들의 자기에 대한 비난의 소리보다 강력했습니다. 또 이 말씀은 우리의 존재의 심연에서 영원히 속삭이는 근심의 소리를 압도합니다. 도대체 이 말씀을 그토록 강력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p92-93

그리고 만약 당신이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다시 바울의 찬가에서 두 가지 대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바울은 삶을 지배하는 권세들의 목록을 다음과 같은 말로 마무리합니다.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39절). 이 세상에 존재하는 권세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피조물”입니다. 그것들은 우리보다 나은 존재들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피조물이 아닌 분 그리고 그 어떤 피조물도 그분의 창조적인 기반을 파괴할 수 없는 분과 결합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것들이 우리의 삶을 파괴할 수는 있을지라도 우리의 삶의 의미를 파괴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압니다. 즉 우리는, 설령 내일 역사와 우주 전체가 망한다고 할지라도, 이 세상의 그 어떤 피조물도 우리가 그것의 일부를 이루는 자연에서든 역사에서든 우리의 삶이 갖고 있는 의미를 파괴할 수는 없다고 확신합니다. 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이런 궁극적인 용기로부터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정말로 아무것도 없을까요? 아마도 하나는 아닐 것인데,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하나님과의 결합을 유지하려는 용기는 생명과 죽음까지 포함해 모든 정사 및 권세들과 굳건하게 맞섭니다. 그러나 죄책이 우리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분리시키면 그것은 넘어집니다.

그러므로 바울의 마지막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의 죄의식조차 당신을 하나님의 사랑에서 분리시킬 수 없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사랑이란 하나님께서 자신이 용납될 만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까지도 용납하시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39절)이라는 바울의 마지막 말의 의미입니다. 그분은 세상의 지배자들에 대한 승리자이십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우리의 마음에 대한 승리자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형상은 우리에게 우리의 마음, 자기에 대한 정죄, 자신에 대한 절망조차 우리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그분과의 궁극적 결합에서, 그리고 삶을 용납하기 위한 용기의 근원이자 근거로부터 끊어낼 수 없다는 확신을 제공합니다.

p106-109

신학자 폴 틸리히(Paul Tillich, 1886-1965)

1886년 8월 20일 독일에서 출생해 베를린, 할레, 브레슬라우대학 등에서 수학했다. 1911년 신학전문직학위를 취득해 대학에서 가르칠 자격을 얻었다. 제1차세계대전 기간 중 4년간 군목으로 참전하면서 ‘터전의 흔들림’으로 표현될 만한 사상적 변화를 겪었다. 1929년에는 프랑크푸르트대학의 정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쳤다. 나치는 그가 유대인 학생들을 도운 것을 문제 삼아 그의 교수직을 박탈했다. 위기에 처한 틸리히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친 것은 미국의 유니온신학교였다. 이미 40대 중반에 접어든 틸리히는 낯선 땅에서 영어를 익히면서 강의를 했다. 그의 강의에는 그에게 주어진 ‘20세기 최대의 신학자’라는 칭호에 걸맞는 내용이 있었던 것이다. 유니온신학교에서 퇴임한 후 그는 1955년부터 1962년까지 하버드대학의 특별교수로 초빙되어 신학부 박사과정 학생들을 위한 세미나를 인도하여 집필 활동을 했다. 1965년 10월 11일 시카고대학 신학부 주관 초청 강연 도중 심장에 고통을 느껴 병원에 이송됐다. 이후 10월 22일 투병 중 숨을 거뒀다. 그가 남긴 저서로는 ‘조직신학’, ‘존재에의 용기’ 등 다수가 있다.

출처 : 새로운 존재(폴 틸리히 지음, 김광남 옮김, 뉴라이프 출판사)

1955년에 미국에서 출판된 본 책은 폴 틸리히가 뉴욕 유니온신학교, 코네티컷 주 뉴런던에 있는 코네티컷 대학 등지에서 했던 설교 모음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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