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와 은혜의 차이점은 뭘까? 공통점은 또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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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족한 은혜] 신학자 폴 틸리히 설교집 ‘새로운 존재’

황금률

12. 어느 때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만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그의 사랑이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루느니라.... 16.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사랑을 우리가 알고 믿었노니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사랑 안에 거하는 자는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도 그 안에 거하시느니라(요한일서 4장 12절, 16절)

12.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마태복음 7장 12절)

확실히 보다 긍정적인 형태의 황금률(마 7:12-역주)이 그 의미에 있어서 더 풍부하고 사랑과 보다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그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그것은 “계산적인 정의”입니다.

-p57

많은 이들에게 황금률이 기독교의 참된 내용이라고 간주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닙니다....그리고 예수님 자신이 황금률이야말로 “율법이요 선지자니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이것이 신약성경의 대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반복해 말씀하시는 위대한 명령과 “하나님은 사랑이시라”는 바울과 요한의 놀라운 선언 속에 담겨 있는 사랑에 대한 서술은 황금률을 무한히 초월합니다. 그것은 초월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가 사람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야 하는지에 대해 말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p59

우리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이 그들이 우리에게 해줄 일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왜냐면 우리의 기대는 우리의 옳은 생각뿐 아니라 우리의 잘못된 생각을, 그리고 우리의 지혜보다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더 많이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황금률의 한계입니다. 이것이 계산적인 정의의 한계입니다. 황금률은 자기가 바라야 할 것을 알고 실제로 그것을 바라는 사람에게만 궁극적으로 유효합니다.

-p60

오직 사랑만이 계산적인 정의를 “창조적인 정의”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사랑은 정의를 정당한 것으로 만듭니다. 사랑이 없는 정의는 언제나 부정의입니다.

사랑은 정의를 제거하지 않고 세웁니다. 사랑은 정의가 행하는 일에 무언가를 덧붙이지 않고 정의가 해야 할 일을 보여줍니다. 사랑은 황금률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정의를 삼켜버리는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 일은 혼돈과 파멸을 초래할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정의가 그것의 형식과 구조가 되는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p60-61

적대감이나 자기혐오를 위한 덮개에 불과한 왜곡된 사랑만이 사랑이 결합시키는 것을 거부합니다. 사랑은 정의를 정당한 것으로 만듭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계산적 정의를 따를 경우 거부되어야 마땅한 사람을 용납하고 그의 부족함을 채우는 것을 정당화하는 사랑입니다. 불의한 사람을 의롭다고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의 창조적인 정의의, 또한 그분의 재결합시키는 사랑의 실현입니다.

-p62

신학자 폴 틸리히(Paul Tillich, 1886-1965)

1886년 8월 20일 독일에서 출생해 베를린, 할레, 브레슬라우대학 등에서 수학했다. 1911년 신학전문직학위를 취득해 대학에서 가르칠 자격을 얻었다. 제1차세계대전 기간 중 4년간 군목으로 참전하면서 ‘터전의 흔들림’으로 표현될 만한 사상적 변화를 겪었다. 1929년에는 프랑크푸르트대학의 정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쳤다. 나치는 그가 유대인 학생들을 도운 것을 문제 삼아 그의 교수직을 박탈했다. 위기에 처한 틸리히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친 것은 미국의 유니온신학교였다. 이미 40대 중반에 접어든 틸리히는 낯선 땅에서 영어를 익히면서 강의를 했다. 그의 강의에는 그에게 주어진 ‘20세기 최대의 신학자’라는 칭호에 걸맞는 내용이 있었던 것이다. 유니온신학교에서 퇴임한 후 그는 1955년부터 1962년까지 하버드대학의 특별교수로 초빙되어 신학부 박사과정 학생들을 위한 세미나를 인도하여 집필 활동을 했다. 1965년 10월 11일 시카고대학 신학부 주관 초청 강연 도중 심장에 고통을 느껴 병원에 이송됐다. 이후 10월 22일 투병 중 숨을 거뒀다. 그가 남긴 저서로는 ‘조직신학’, ‘존재에의 용기’ 등 다수가 있다.

출처 : 새로운 존재(폴 틸리히 지음, 김광남 옮김, 뉴라이프 출판사)

1955년에 미국에서 출판된 본 책은 폴 틸리히가 뉴욕 유니온신학교, 코네티컷 주 뉴런던에 있는 코네티컷 대학 등지에서 했던 설교 모음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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