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채 총장
서병채 총장
신혼여행이 끝났을 때와 사역이 시작된 이후의 상황은 매우 비슷하다.

신혼여행을 갈 때 까지는 신난다. 두 젊은 남녀가 결혼식을 마치고 부푼 꿈에 부풀어 신혼여행을 떠난다. 신혼여행을 가서는 미래의 결혼생활은 이렇게 저렇게 하자고 약속도 하면서 미래의 환상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신혼여행이 끝나고 현실로 와서의 결혼생활은 신혼여행의 환상을 완전히 잊어버리게 할 정도로, 말 그대로 무자비할 정도의 현실에 부닥치게 된다. 결혼생활의 시작은 종종 이상적이고 행복하지도 않다. 신랑 신부는 서로의 인간관계성에서도 이룰 수 없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음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이런 생활이 길어지면서 결혼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리고 집 문제, 매달 생활비, 또 성격 차이 등등으로 갈등을 겪게 된다.

사역도 이와 같은 현상과 현실에 부닥치기 시작한다. 사역의 시작단계에서부터 같은 과정을 겪게 된다. 평신도들이 훈련을 받을 때는 너무 좋다. 배우는 것이 즐겁기도 하다. 이런 배움이 오래 지속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사실 어떤 사람들은 배움 자체를 아주 즐기기도 한다. 그리고 부푼 꿈을 갖고, 소위 장미빛 안경을 쓰고 사역을 시작하게 된다. 동기부여도 한껏 되어서 불속에라도 뛰어들 것 같은 자세이다. 그런데 사역을 시작해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으면서, 슬슬 갈등이 시작된다. 왜냐하면 그들은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위해 성실하게 기도하고, 그들에게 시간을 내고, 정기적으로 연락하고, 또 모범도 되어야 하는 것과 같은 그들의 역할을 이상화하였기에 그렇다. 이론과 기술, 모든 것을 안 것 같지만 실제적인 현장에서는 그런 것 들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마치 사역에서 신혼여행과 같은 꿈은 끝났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마치 다른 나라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문화적 충격과 비슷한 것을 느끼게 된다. 사람들이 내 말을, 내 조언을, 나의 돌봄을 아주 잘 받아들일거야 라는 상상은 처참할 정도로 깨어진다. 훈련받을 때에 강사가 한 좋은 말들은 이제 맞지를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 멜빈대학도 마찬가지였다. 학교를 세운다고 광고했을 때는 한편으로는 염려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아주 신나게 좋아하고 지원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마치 장미빛 안경을 쓰고 미래를,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국의 연세대나 이화여대 등의 기독교 대학들을 연상하는 듯 했다. 나 역시도 약간은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착공식이 끝나고, 진행하다가 보니 매우 어렵고 계속 어려움이 있는 것을 보면서 서서히 많은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하여 현재는 거의 물갈이가 된 상태이다. 어려운 결혼생활, 힘든 사역, 계속 돈 들어가는 대학교 진행, 세 가지 다 같은 공유점이 있다. 꿈같은 시작(허니문)이 끝나고 현실에 부닥치게 됐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또 그만 두는 경우가 등산하는 사람들의 예이다. 그들도 보면 시작하자마자 그만두는 사람들, 좀 더 올라가다가 또 그만 두는 사람들, 그리고 단 몇 명만이 정상까지 올라가는 경우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그만둔다. 몇 명은 어려움을 견디면서 더 멀리 오르고, 또 주위를 둘러보고는 이 정도에 만족하여 그만둔다. 다른 사람들은 꼭대기를 힐끗 보면서 끝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사역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으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끝까지 가지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끝까지 갈 수 있는가! 첫째,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면서 사역이란 신혼여행 같은 환상이 아니라는 알아야겠다. 물론 아주 부정적이 될 필요는 없겠다. 둘째, 이 사역이 나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좋은 일을 하고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으면 의미가 있다고 느끼게 된다. 우리가 계속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측면도 있는데 성취감이라는 것이겠다. 좋게 시작하여 거기서 작은 성과를 내면서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는 것을 보면서 나 역시 기쁨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작은 진전이라도 있어야 한다. 세 번째 앞의 두 가지 와는 다른데, 우리는 뭔가 항상 문제와 어려움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문제가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장애물, 인간성, 사역 그 자체에 대해 배우고 실제 현장에서 경험을 얻고, 또 그런 것들과 씨름하지만, 계속해서 나아가면, 우리는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인생 자체는 계속 배우게 된다는 것이 이런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궁극적인 약속과 헌신은 무엇인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성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하신 예수님처럼 잘 완수해야 할 것이다. 끝까지 계속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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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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