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백악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처음으로 북한에 제재를 가했다. 북한에 적대 의도가 없다며 조건 없이 대화에 나오라고 주문하던 바이든 정부가 대북 압박 수위를 한 단계 올리는 모양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해외자산통제국이 북한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인권 침해 관련 개인 15명과 단체 10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에서는 중앙검찰소와 사회안전상을 지낸 리영길 국방상이 명단에 올랐다.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북한 개인들이 노동과 지속적인 감시, 자유와 인권의 심각한 제한에 시달린다"며 "중앙검찰소와 북한의 사법체계는 불공정한 법을 집행하고 이는 악명높은 강제 수용소 행으로 이어진다"고 제재 이유를 설명했다.

바이든 정부가 북한을 독자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인권과 관련한 미국의 첫 제재는 버락 오바마 정부 말기인 2016년 7월 단행됐다. 당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 등 개인 15명과 기관 8곳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2017년 1월에는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등 개인 7명 기관 2곳이 제재를 받았고 같은 해 10월에는 정영수 노동상 등 개인 7명과 기관 3곳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

2018년 세계 인권의 날에는 당시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선전선동부장 등 3명이 제재를 받았다.

전임 정부에 이어 바이든 정부도 인권 관련 대북 제재를 가한 셈이다. 바이든 정부는 그간 북한을 향해 적대 의도가 없다며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면서도 북한 인권 문제만큼은 양보하지 않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3월17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 모두발언에서 북한을 '권위주의 정권'으로 규정하며 "자국민에 대해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번 제재를 계기로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 단계 올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신형 미사일을 잇따라 시험 발사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했으며 미국에 대한 비난 성명도 지속적으로 발표해왔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무대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며 북한을 비호하는 등 공동 전선을 형성해왔다.

이에 따라 바이든 정부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첫 대북 제재를 강행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북한이 대화 재개 선결조건으로 암시해온 대북 제재 완화를 바이든 정부가 공식적으로 거절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은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 6일 유럽연합이 인권 제재 조치를 1년 연장하자 즉각 항의한 바 있다.

북한 외무성은 10일 "제 집안의 험악한 인권 유린 실태는 외면한 채 다른 나라들의 인권을 무작정 걸고들며 분주탕을 피워대는 것이야말로 허위와 위선의 극치"라며 "인민 대중 제일 주의 정치가 국가 활동의 초석으로 사회생활 전반에 철저히 구현된 우리나라에서는 인민의 존엄과 권익이 제도적으로, 법률적으로, 실천적으로 최우선, 절대시되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번에도 북한은 같은 맥락의 성명 등을 통해 바이든 정부를 비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바이든 정부의 태도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미사일 시험 발사 등 군사 도발로 불만을 표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미가 인권 문제로 충돌하게 되면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종전 선언과 이를 통한 북미 대화 촉진에는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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