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교지의 밤은 유난히 깊습니다. 낮 동안의 분주함이 잦아든 적막 속에서, 문득 먼저 떠나보낸 이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이 땅에서 더 이상 함께할 수 없게 된 이름들을 하나하나 마음으로 불러봅니다. 시간은 덧없이 흘렀어도 이별의 자리는 여전히 현재형의 그리움으로 남아 있음을 느낍니다... 
그를 먼저 보내신 이유
열대 건기의 뜨거운 햇볕이 마나과의 대지를 달구던 어느 날이었다. 니카라과 수도의 한 교회 목사실을 작은 진료소로 탈바꿈하며 개원 준비에 한창이었다. 무더위를 피하려 굳게 닫아둔 문밖으로, 지팡이를 짚은 채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는 한 노인의 모습이 보였다... 
창문 너머에 계신 주님
선교 현장에서 마주하는 시간들은 늘 예측 가능한 이야기로만 흐르지 않는다. 이해되지 않는 침묵이 있는가 하면, 설명되지 않는 만남과 사건들이 이어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것들이 단순한 상황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 말씀 앞에 다시 서게 될 때마다 조금씩 다른 시선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가 걸어 들어오던 날
남미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흰 눈을 고깔처럼 뒤집어쓴 안데스산맥 아래, 겨울의 문턱에 선 어느 날이었다. 두꺼운 옷에 몸을 감싼 한 청년이 휠체어에 의지한 채 진료소로 들어왔다. 앳된 얼굴의 그는 고개조차 스스로 가누기 어려워 보였다. 태어날 때부터 안고 살아온 고통 때문인지, 두 다리에는 부목이 덧대어져 있었고, 혼자 힘으로 서 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의 눈빛에는 오래된 체념과 함께 아.. 
말하지 않은 믿음, 들리지 않는 순종
아브라함이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산으로 향하던 그 이른 새벽, 성경은 누군가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침묵합니다. 바로 이삭의 어머니, 사라입니다. 인류 구원사의 가장 극적인 장면인 아브라함과 이삭의 여정 속에서, 아들을 낳고 길러낸 어머니의 자리는 철저히 비어 있습니다. 우리는 그 거룩한 침묵 앞에 멈추어 서게 됩니다... 
메마른 땅에 흐른 생명의 걸음 – 보츠와나에서 드린 순종의 기록
남아프리카 고산지대, 메마른 칼라하리 사막을 품고 있는 보츠와나. 이곳의 츠와나 사람들은 척박한 사막을 떠나 모여 살아가지만, 그들의 삶에는 여전히 사막의 거친 결이 남아 있다. 나는 이 땅에서 부르심의 이유를 다 알지 못한 채, 오직 순종이라는 이름으로 서 있다... 
광야의 밤, 가나안을 향한 발걸음
하루가 저물면, 열대의 선교지에는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됩니다. 해가 졌다고 더위가 물러나는 건 아닙니다. 찌는 듯한 습기는 해가 진 후 더욱 짙어지고, 불을 켜기도 전에 모기들이 창살 틈으로 몰려듭니다. 잠자리에 들기 무섭게 들려오는 윙윙거리는 소리는 마치 경계의 나팔 소리 같습니다. 눕고, 일어나고, 휘젓고, 다시 눕고… 그렇게 하루의 밤이 시작됩니다... 
겨울 전에 오라 – 다시 이어진 부르심
남미 대륙의 서쪽 끝, 태양의 온기를 품은 태평양을 따라 길고도 좁게 뻗은 나라 칠레. 그 한가운데 자리한 도시 산티아고를 향한 마음이 다시금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눅눅한 공기 속에서 만난 맑은 노래, “꼬마야, 꼬마야”
나는 이곳에 고단한 영혼들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자유를 전하기 위해 부름 받았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한 시간은 나에게 '가르치는 선교'가 아닌 '함께 사는 선교'를 가르쳐주었다. 먼저 마음을 열고 진심을 나누며 삶으로 증명할 때, 복음은 비로소 누군가의 삶에 깊숙이 스며든다. 오늘도 나는 아이의 맑은 눈동자와 미지의 경로로 전해진 그 노래를 마음에 담는다. 땀과 빗물이 뒤섞인 이 길 위에서, .. 
그의 ‘예’, 그리고 주님의 시작
깊게 파이고 무너진 산등성이 길을 따라 오른다. 총회로 모일 산정상의 회당이 저 멀리 보인다. 굵은 땀방울을 식히듯 산들바람이 불어와, 사람들을 산 위로 이끌고 있다. 진료소를 열고 바깥을 바라보는 순간, 한 노인이 나뭇가지를 깎아 만든 지팡이에 의지한 채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칠십이 넘은 그는 뇌졸중으로 몸의 균형을 잃었고, 언어를 전혀 형성하지 못해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문 앞의 파수꾼이 본 은혜
따가운 불볕이 내리쬐는 남미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처음 밟는 이 미지의 땅, 소란한 대도시 한복판으로 의료복음선교의 부르심을 따라왔다. 그 깊은 뜻을 다 헤아리기도 전에 순종함으로 옮긴 발걸음이었다. 이곳에서 마주한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아픈 현실 앞에서, 나를 이 땅으로 보내신 주님의 계획을 다시금 감사로 받게 된다... 
그가 남긴 마지막 믿음-산등성이에서 들려온 영원의 소식
열대 지방의 뜨거운 열기를 식히며 산등성을 넘어오는 바람을 따라, 고산 마을의 총회 장소로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선교지의 모임은 언제나 단순한 회무 처리를 넘어 아픈 이들을 돌보는 작은 진료소가 되곤 합니다. 그날도 누군가 힘겨운 발걸음으로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