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Unsplash/Eric Ward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한 신경정신과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가 깜짝 놀랐다. 일명 '코로나 블루(우울)' 증상이 의심돼 상담을 받으려고 했는데 가장 빠른 예약일이 3개월 뒤인 12월 중순이라는 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다른 의사 한 명은 예약이 꽉 차 접수조차 불가능했다.

A씨는 17일 "상사와 갈등이 있어도 평상시라면 친구들과 술 한잔 하고 수다 떨며 풀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외출조차 꺼리게 되며 우울함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나 같은 환자가 많은 건지 진료가 너무 늦어질 것 같아 결국 다른 병원에 전화해 3주 뒤 방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시민들의 정신건강에 '적색불'이 켜지고 있다. 불안함과 고립감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건강 관련 문의 증가는 실제 통계상으로도 증명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이달 8일 지난달 재확산 이후 '코로나 우울'로 인한 정신건강 관련 정보 문의가 4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심리상담 건수도 같은 기간 1.8배 늘었다고 한다.

수도권 중심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달 14일 3085건이었던 정신건강 관련 정보 제공 건수는 같은 달 20일 6244건, 26일 1만193건으로 늘어나더니 21일 만인 이달 4일에는 1만2300건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처럼 수요가 급증하면서 A씨처럼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기 어려워지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소재 직장을 다니고 있는 최모(29)씨는 "지인에게 추천을 받아 상담을 잘 해준다는 병원에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포기했다"며 "당장 우울해서 아무 것도 하기 싫은 상황에서 또 괜찮은 병원을 물색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지친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이 지난 7일 공개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첫번째 설문조사에서는 시민들이 일이나 생활에서 자유가 제한됐다(55.0%), 걷기 등 신체활동 감소(50.9%), 정서적으로 지치고 고갈됨을 느낌(39.3%), 실제로 우울감을 느낌(38.4%)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만큼 이같은 '코로나 블루'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잡게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블루'를 정식 질병으로 인정해 질병 분류 통계에 넣을지 여부를 전문가들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코로나19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면 정부에서 운영하는 심리상담 비상직통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 또 고위험군은 정부 연계로 민간 전문가로부터 심층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정신적 고통 등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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