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조명한 세계 지성들
코로나 사태 조명한 세계 지성들. 중국의 문제적 작가 옌롄커(왼쪽)와 코로나19 사태 한가운데에 있는 이탈리아의 지성 파올로 조르다노.

옌롄커 '국가적 기억상실을 거부한다'… "반드시 기억해야"
파올로 조르다노 '전염의 시대'로 규정… "인류 과오 돌아봐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확산세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완전한 종식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올 겨울 다시 대유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의 지성(至聖)들은우리 인류가 전염병 앞에 하나의 공동체로서 일상을 되돌리기 위한 용기를 내야하고, 추후 이러한 피해를 겪지 않도록 이번 사태를 섬세하게 살피고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문제적 작가 옌롄커는 대산문화재단이 발행하는 '대산문화' 봄호에 '국가적 기억상실을 거부한다'는 제목의 기고글을 남겼다.

옌롄커는 중국의 과거 역사에 대한 기억과 인식이 부족한 중화권 젊은이들을 향해 "거대한 시대 흐름 속에서 개인의 기억은 세상을 변화시키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지금을 제대로 기억해 후대에 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몇 달 전 중국 전역에서 사람이 죽고 가정이 파괴되는 상황에서 통계상 호전만으로 경축을 준비하던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옌롄커는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중국 상황을 지적하며 "코로나19 감염증이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뒤로 우리는 이 질병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병원에서 죽은 사람과 병원 밖에서 죽은 사람이 몇 명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심지어 조사나 질의조차 시작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더 큰 문제는 영원히 수수께끼로 남는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후대 사람들에게 남겨야할 한 무더기 기록되지 않은 삶과 죽음이 삭제돼 버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옌롄커는 "우리 인생과 역사와 현실에서는 왜 서글픈 비극과 재난이 계속 반복되고 이어지는 걸까"라며 "우리는 항상 사람들이 기억하라는 것만 기억하고, 잊으라는 것은 잊어 왔다. 개인의 기억이 시대의 도구가 되고 집단과 국가의 기억이 개인의 기억과 기억상실을 대신하고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 감염증이 발생되자 우한의 상황을 매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위챗에 올렸던 우한 토박이 작가인 팡팡도 언급했다.

팡팡은 매일 상황을 위챗에 올려 알렸는데 중국 당국은 유언비어 날조라며 지난 2월14일 팡팡의 글과 계정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옌롄커는 "팡팡이 자신의 기억과 느낌을 문자로 써내지 않았다면, 팡팡 같은 수천수만의 사람들이 없다면, 휴대폰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는 삶과 죽음의 울음과 구조를 갈구하는 외침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들을 수 있을까"라며 "모든 게 평안한 상태로 돌아가게 됐을 때 코로나19의 발생과 만연에 대해 큰소리 낼 수 없다면 중얼거리는 것만으로도 최소한의 양심과 용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탰다.

코로나19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이탈리아의 지성 파올로 조르다노는 최근 출간한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를 통해 전세계인이 마주한 코로나19 사태의 이면을 비췄다.

새로운 전염병의 등장에 인류와 사회는 공포에 빠졌고 전세계인의 일상은 산산조각 났다. 파올로 조르다노는 이러한 지금을 가리켜 '전염의 시대'로 규정했다.

그는 "이 전염의 시기가 폭로하는 '우리'의 모습을 외면하고 싶지 않다"며 "이례적 사태 앞에서 허무와 고통만 느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왜 오늘에 이르렀는지 섬세하게 읽어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 이유는, 비단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 만은 아니며 현재 벌어지는 일은 우연한 사고도, 천재지변도, 새로운 것도 전혀 아닐 뿐더러 과거에 이미 발생했고 앞으로 또 다시 벌어질 일들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파올로 조르다노는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뿐 아니라 인간관계, 정신적으로도 얽힌 초연결 사회가 우리를 전염의 고리로 한 데 묶었다. 비행기, 기차, 버스, 자동차 등 빠르고 효율적 교통망은 바이러스의 수송망이 됐고 현대 사회가 이룬 성취는 도리어 형벌이 됐다"고 말한다.

또 격리돼 치료받는 환자,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 마스크를 채운 입 등 자유로운 동시에 고립된 전염의 시대가 고독의 보편화를 불러왔다고 해석한다.

파올로 조르다노는 "이 시대의 전염은 나이와 성별, 지역과 국적, 인종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며 "바이러스 앞에 인류는 모두 공평하고 이미 전염된 감염자와 더는 전염될 수 없는 회복자, 감염 가능자로만 나뉜다. 결국 운명은 모두와 연결돼있다. 인류 사회 전체는 전염의 시대에서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고 전한다.

아울러 "우리가 전염의 운명에 다시 묶이지 않고, 묶이더라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각자가, 그리고 함께 성찰해야 한다"며 "개인주의와 혐오를, 온갖 실책을, 문명의 엉성함을, 인간이 섬세하고 숭고한 생태계에 가한 오만을 생각해야 한다. 생각하는 용기를 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되돌릴 수도, 한 발자국 나아갈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세계 곳곳의 지성들이 바라본 코로나19 사태는 단순한 공포의 등장에 국한되지 않았다. 인류가 운명 공동체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며 지난날 인류의 과오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바라봤다.

인류는 후일 다시금 닥쳐올 수 있는 재난에 보다 안정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현 사태를 반드시 기억하고 미래 세대에 전달해야할 것이다.

임종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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