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4회 기독교학술원 우성학에 대한 기독교윤리적 접근 월례포럼
(왼쪽부터) 김광연 숭실대 철학과 교수, 김영한 기독학술원장 겸 전 숭실대 기독대학원장, 이상원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기독학술원 제 74회 월례포럼이 양재 온누리교회 화평홀에서 오후 3시에 개최됐다. 이번 주제는 ‘우생학에 대한 기독교 윤리적 성찰’이다. 김광연 숭실대 철학과 교수가 발제를, 김영한 전 숭실대 기독대학원장 겸 기독학술원장이 개회사를, 이상원 총신대 교수가 논평을 맡아 진행했다.

먼저 김영한 박사가 개회사를 전했다. 그는 “우생학은 유전자 결정론”이라며 “범죄의 원인이 유전적 형질에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라 전했다. 이어 그는 “이런 우생학적 관점이 결국 인종주의를 낳았고, 결국 히틀러의 나치 독재를 촉발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런 우생학적 관점은 오늘날 유전자 조작으로 이어져, 좀 더 나은 지능, 외모를 가진 아이를 ‘의도적’으로 탄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이는 신의 놀이(Playing God)로서, 신학적으로 항상 고민해야 하는 주제”라고 전했다. 하여, 그는 “이런 생명공학이 유전병을 치료하기 위한 방향으로 발전되도록, 신학이 항상 감시하고 통제해야 한다”며 “의료행위가 아닌 상품행위로 전락 될 때는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곧바로 김광연 박사는 ‘신체개량 기술에 관한 신학적 성찰 - 개량주의 우생학과 신 놀이를 중심으로’를 발제했다. 그는 “사람이 유전자를 편집하고 건강한 유전자만 골라 편집하는 ‘맞춤형’ 아기를 만드는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며 “그럴수록 신학은 인간의 실존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우선 그는 우생학을 체계화 시킨 갤턴(F.Galton)을 소개했다. 그는 “갤턴은 능력주의 사회를 지향해, ‘좋은 출생(well-born)'을 의미하는 우생학이란 용어를 창안했다”며 “스스로 인간의 형질을 개선해 더 나은 종으로 진화하는 ‘좋은 시도’로 보았다”고 했다. 다만 그는 ”우생학은 유전자 결정을 강조해, 부모세대의 좋은 유전자를 다음세대에 전해주고 싶은 욕망의 점철물“이라 비판하며, 이른바 ”우성유전자만을 편집해 우월한 아이를 탄생시키는 ‘개량주의 우생학’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그는 ”자본과 계급과 결탁해, 우수한 사회 계층으로 진출되는 방편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다시 말해, 그는 ”생명공학이라는 기술에 우생학적 관점이 틈입할 때, 선한목적으로 발전된 기술이 도리어 하나님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제 74회 기독교학술원 우성학에 대한 기독교윤리적 접근 월례포럼
김광연 숭실대 철학과 교수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가령, 그는 “2012년 유전자 가위라 불리는 크리스퍼 캐스9(CRISPR-Cas9)는 유전자 편집기술이 등장하면서, 인류에게 희망과 공포를 가져다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이를 놓고, 그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무도병 같은 선천적 유전질환 등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면 인류의 쾌거일 수 있다”고 했다. 예로, 그는 “헌팅턴병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움직이는 유전병”이라며 “이런 유전자 치료 기술은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고 긍정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미 영국은 의회에서 제한적으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치료 목적에 한해 사용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그는 “더 우월한 아이를 만들기 위한 우생학적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음도 항상 염두 해야 한다”고 주의했다. 특히, 그는 “유전자 개량 기술은 ‘생명은 하나님의 은총이자 선물’이라는 가치를 잠식시킬 수 있다”며 “유전적 설계로, 인간이 인간을 새롭게 편집하는 ‘인간의 도구화’를 유발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그는 “과학기술이 하나님의 섭리 영역을 침범할 수 있기에, 신학은 항상 비판과 성찰을 지속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김광연 교수는 유전자가 사람의 평가 도구로 전락시킬 ‘유전자 정치’를 우려했다. 즉 우성 유전자를 상품처럼 진열해, 골라 편집하는 슈퍼 베이비의 탄생이 계급화 될 가능성인 셈이다. 그는 “가진 자들은 자본을 투입해, 우월한 자녀들은 탄생시켜 어쨌거나 사회의 지식과 권력을 독점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가르는 기준은 돈에 의한 유전자 질서”라고 꼬집었다. 더구나, 그는 “이미 한국 사회는 계층분화가 심각해, 더 이상 자신의 노력으로 신분을 상승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 살고 있다”며 “이런 불평등 구조를 유전자 정치가 더욱 심대 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가치중립 기술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며, ‘개혁’ 신학적 성찰이 항상 수반돼야 할 것으로 논의가 진전됐다. 그는 “생명공학 기술은 시장의 원리나 혁신에 의해 발전 된다”며 “과학기술은 언제나 윤리적·신학적 통제를 받아, 인간성 회복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했다. 다만 그는 “과학 기술을 인간의 편리함에만 초점을 맞춘 인간중심적 가치를 지양(止揚)”하고,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보존하고, 생명을 살리는 기술로 방향을 맞춰야 함”을 제시했다. 이유로 그는 “항상 인간의 편리함 속에서는 욕망, 차별, 계급이라는 인간 중심적 가치가 꿈틀거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김광연 교수는 생명공학 기술이 ‘호모 데우스’를 목적할 때, 인간에게 하나님은 어떤 의미를 지닐지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호모데우스’는 유태인 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영원불멸의 신인류’로서 제시한 개념이다. 그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하는 기술은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하나님 놀이(Playing God)라는 신의 권한에 인간이 침범하려는 교만을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과학기술을 통해 인간이 영원히 살수 있다면, 우리는 신의 존재를 거부하게 될 것”을 전했다. 이어 그는 “인간은 죽음이라는 단절의 실존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죽음 앞에서 인간은 초연해지고 하나님을 찾게 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인간은 고통과 아픔을 신앙으로 회복하기도 하고, 회복이 안됐어도 죽음 너머의 그리스도 안의 영생을 바라며 이겨냈다”며 “과학기술을 통해 인류가 영생을 획득한다면, 우리 삶은 신이 배제된 실존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을 꼬집었다.

따라서 그는 과학의 우상화를 지적하며, 언제나 과학기술이 신학적 성찰로 감시·통제 받아야 함을 주장했다. 그는 유태인 철학자 한스 요나스 말을 빌려, “과학기술의 발전적 측면은 확실성의 긍정보다 예측불가능성의 부정을 바라봐야 함”을 전했다. 이유로, 그는 “사람을 대상으로 과학기술을 이용한다면, 1%의 불확실성이 돌연변이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99%의 확실성 보다 1%의 불확실성에 언제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과학기술을 통해 영원히 살고 싶은지, 아니면 그리스도와 함께 영생하는 삶을 택할지 우리는 스스로 되물어야 한다”며 강연을 마쳤다.

제 74회 기독교학술원 우성학에 대한 기독교윤리적 접근 월례포럼
이상원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논평 시간이 이어졌다. 이상원 총신대 신학과 교수는 “김광연 박사는 생명공학기술이 개량주의 우생학, 호모데우스 등으로 악용될 소지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미래 기술발달에 대해 낙관하는 것 같다”고 논평했다. 이어 그는 “유전자 편집을 통한 슈퍼지능, 맞춤아기의 탄생, 호모데우스의 도래는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지 “결코 현재 완성된 기술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기술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음에도, 생명공학 기술들이 완전히 정착될 것을 전제로 논의를 진전시켰다”며 “이러한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인간이 영생을 획득하기 전, 하나님은 강제로 이를 중단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유전자 가위란 개념은 현재 잘라내는 것만 가능하지, 유전자를 삽입하는 건 철저히 우연성에 의지한다”며 “결국 실패율이 90%에 상회하기에,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치료는 아직 이뤄지지 못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때문에, 그는 “김광연 박사는 이미 생명공학 기술이 완전해 질 수 있단 긍정을 깔고 논의를 진전시킨 것 같다”며 “그러나 실제로 기술적으로 완성된 경우는 보고된 바 없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대부분의 유전자 치료 연구 과정에서 단세포 수정란을 사용하게 된다”며 “이는 수정란을 죽인다는 뜻이고, 아기를 죽이는 살인행위나 다름없다”고 하며, 연구 과정에서의 윤리적 논의 배제도 꼬집었다.

나아가 그는 “생명공학기술이나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 해도, 그 생명은 죄 된 본성 상태의 긴 지속이나 다름없다”고 단언했다. 즉 그는 “불완전한 몸과 죄악에 물든 마음이 그대로 유지된 상태로 영원히 산다는 건 끔찍한 일”이라며 “하나님이 우리에게 약속한 영생은 새로운 몸과 질적으로 새로워진 삶”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는 “영생은 질적 생명의 개념인데, 죄된 본성을 지닌 몸과 마음의 영원한 지속을 ‘영생’이라 볼 수 없다”고 지적하며, “호모데우스의 ‘영원불멸’과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이 주실 ‘영생’을 수평적으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광연 교수의 재반론이 이어졌다. 그는 “생명공학 기술들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어도, 실현가능성을 염두 해야 새로운 기독교적 논의를 확장시킬 수 있다”고 반론했다. 이어 그는 “인공수정 기술도 어쩌면 몇 십 년 전만 해도 ‘꿈의 기술’이었다”며 “언제나 생명공학 기술이 도래할 수 있음을 긍정해야, 도덕·윤리적 고찰의 외연이 확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유전자 편집기술을 인간 생명을 살리는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도록, 신학과 윤리는 언제나 통제하고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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